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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외국인 명의 카드 복제해 수천만 원 가로챈 '간 큰 10대들'

[취재파일] 외국인 명의 카드 복제해 수천만 원 가로챈 '간 큰 10대들'
16살 중학생들이 외국인의 카드 정보를 구입한 뒤, 인터넷에서 구한 카드 복제기로 외국인 명의 카드 60매를 위조하고 사용했다가 검거됐습니다. 복제 장비를 구한 곳도, 복제할 카드 정보를 구한 곳도 모두 인터넷이었습니다.

● '인터넷 보고 배웠어요' 치밀한 범행 준비

16살 이 모 군은 지난 1월부터 2달 동안 외국인 명의의 카드 60매를 위조하고 81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경찰이 찾아간 이 군의 집에서는 복제 카드를 만드는 장비와 함께 수천만 원의 현금다발이 발견됐습니다.

이 군이 구입한 카드 복제 장비는 '카드 리더&라이터'였습니다. 카드 뒷면 마그네틱, 즉 자기선에 카드 정보를 입힐 수 있는 기계입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개별 사업장에서 회원 카드 등을 만들 때 이 장비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이 군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15만 원 정도를 내고 이 장비를 마련했습니다.

카드 복제기는 구입했지만,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는 실제 카드와 똑같은 카드가 필요했습니다. 중학생인 이들이 실제 실물 카드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 군은 역시 인터넷에서 카드를 판매할 사람을 구했습니다.

이 군은 인터넷에서 만난 20살 송 모 씨에게 실제 카드 5장을 구입했습니다. 이 군은 대담하게 송 씨에게 수법을 전수하고, 카드 복사기를 팔기까지 했습니다. 해외 '직구'로 구매한 15만 원 짜리 복제기를 80만원에 팔아넘기는 장사수완도 보였습니다. 이를 구입한 송 씨와 공범 3명은 같은 수법으로 14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이군과 함께 경찰에 적발돼 구속됐습니다.
취파

● 카드정보 구하기 '참 쉽죠'

복제에 사용된 외국인의 카드 정보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마그네틱 카드 사용이 일반적인 미국 카드정보는 개당 1만 원에서 3만 원 선, IC 카드가 더 많은 유럽 카드정보는 7만 원 선의 가격에 판매됐습니다. 카드 정보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선에 담긴 카드 식별번호는 복잡하거나 암호화된 정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래는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으로 이뤄졌습니다. 가상 화폐 비트코인은 결제 정보를 저장한 네트워크 상의 가상 주소를 형성한 뒤 이를 주고받는 식으로 거래됩니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거래 내역 추적도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전 시스템과 현금 입출금기까지 마련돼 있는 만큼, 이 군이 비트코인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준비가 됐습니다. 구매한 카드정보를 프로그램을 통해 입력하면 1~2분 만에 복제 카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군은 이렇게 매일 조금씩 외국인의 카드 정보를 구했습니다. 이를 실제 카드 5개에 있는 자기 선에 번갈아가며 정보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2달 만에 60번이나 카드를 복제했습니다.
카드복제 캡쳐_64

이렇게 만들어진 카드가 제대로 결제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군은 주변 편의점에서 먼저 싼 물건을 사면서 시험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PC방을 가서 마음껏 놀고, 군것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학교 친구 5명과 함께 대포차를 몰고, 대포폰을 쓰며 활보했습니다. 이 친구들은 이 군과 함께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이 군은 또 복제한 카드로 고가의 컴퓨터 부품을 산 뒤 헐값에 팔아치워 현금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카드 깡'을 한 것입니다. 청소년들에게 고가이면서 부피도 작고 팔아치우기도 쉬운 최고의 물건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 CPU 였습니다.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며 복제한 카드로 개당 30~40만 원 짜리 CPU를 수십 개씩 구매한 뒤 장물업자에 75% 정도 가격에 팔아치웠습니다.

이렇게 이 군이 2달 동안 긁은 금액은 모두 2억 원 상당, 그 가운데 8천100만 원을 승인받았고, 현금으로 만들어 가지고 있던 돈도 6천100만 원이나 됐습니다. 이 군의 집 안 비밀 상자에 부모님 몰래 숨겨둔 현금 다발은 결국 쓰이지도 못하고 경찰에 압수당했습니다.

● 피해는 누가?

이런 식으로 이 군이 챙긴 돈은 누구로부터 나온 것일까요?

범죄의 피해자는 법리적으로는 이 군이 카드를 결제한 가게, 즉 가맹점입니다. 편의점 주인이나 PC방 주인, 전자상가 상인 등이 1차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1차 피해자들은 금전적 손해를 입지 않습니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카드사입니다.

국내에서 해외카드가 사용되면 우리나라 카드사가 먼저 전표를 매입한 뒤 카드사가 먼저 청구된 금액을 선지불합니다. 그 다음 실제 위조된 해외 카드사에 대금을 청구합니다. 해외 카드사는 돈을 쓰지도 않은 원래 명의자에게 사용 금액을 청구할 것입니다.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이 카드 정보의 도용 사실을 카드사에 알리면, 피해 금액은 고스란히 해외 카드사가 감수해야 합니다. 2차 피해자가 되는 겁니다.
ATM카드복제 캡쳐

같은 수법으로 우리나라 카드 이용자들도 피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현금 입출금기에 카드 마그네틱 정보를 빼내기 위한 복사기를 설치한 뒤, 카드 정보를 빼돌려 중국으로 보낸 중국동포가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현금 입출금기를 사용한 33명의 카드 정보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정보는 이 군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 또는 다른 곳에서 범죄에 악용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 적발된 피의자들 가운데 주유소에 위장 취업해 고객들의 카드 정보를 몰래 빼돌린 뒤, 이를 위조해 사용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전업법 상 부정사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카드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카드 이용자의 부주의 같은 과실을 카드사가 귀책사유로 입증하면, 피해자인 카드 이용자도 피해 금액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합니다.

● 예방은 어떻게?

복제된 카드로 결제를 하면, 실제 카드와 전표에 인쇄된 카드 정보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가맹점이 전표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바로 적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가맹점이 복제 카드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는 상황에서, 가맹점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취파

정부는 아예 보안이 강화된 IC 카드로 시스템을 전환해 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스마트카드라 불리는 IC 카드는 카드 표면에 정보를 담은 금색의 집적회로를 탑재해 위변조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부터 IC 칩이 없는 마그네틱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또 오는 2018년까지 카드 가맹점의 IC 카드 전용 단말기 의무화를 시행할 방침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처럼 마그네틱-IC 병용 카드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카드 정보가 해외로 빼돌려져 악용되는 사례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자기 띠가 아예 없는 IC칩 카드로 다 바꿔야 하지만, 그런 카드는 아직 시중에 없습니다. 또 IC 카드는 긁으면 결제되는 마그네틱 결제 방식에 비해 1~2초 정도 느려 불편이 예상됩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대세'가 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들이 이런 보안 문제의 대안이 될지 주목됩니다.

무엇보다 카드 부정사용은 결제 시도만으로도 범법행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 군이 만든 것처럼 복제 카드뿐만 아니라 도난, 분실된 카드를 사용하는 것 또한 똑같은 부정사용입니다. 이는 모두 불법이고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해 90억 원 안팎의 카드 부정사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피해 금액 가운데 1/3은 고스란히 부정사용의 피해자인 카드 회원이 감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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