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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복지 위해선 증세 불가피" 인정 안한 부작용

편법 증세가 화 불러…서민 위한 보완책 돼야

[취재파일] "복지 위해선 증세 불가피" 인정 안한 부작용
올해 복지와 고용 예산은 115조 원입니다. 지난해보다 9조원이 늘었습니다. 인구의 고령화 속에 우리 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할 전망이어서 이런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쓸 돈은 갈수록 느는 게 분명한데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해온 겁니다.

담뱃세가 오르자 서민들의 반응이 냉랭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도 추진중입니다. 여기에 연말정산까지 '증세 기미'가 일자 서민의 분통이 터졌습니다.

여기엔 근로자의 '유리지갑 만 봉'이냔 상대적 박탈감도 작용했습니다.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은 0.46%가 오르는 동안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3.58% 포인트 줄었기 때문입니다. 새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종교인 과세도 정치권이 미적대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촉발된 분노는 정부의 세법 재개정 약속으로 일단은 잠복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섣부른 개정은 반발과 소급 적용이라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복지 위해 증세 불가피

우선 증세의 불가피성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난해 세수 부족액이 11조원으로 추정되고, 올해는 3조원이 넘을 거란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세수부족액은 소급 파동으로 더 늘어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편법 증세는 더이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상황을 솔직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만 하는 시점인 것입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복지증세가 필요한 시점인데 여론에 밀려서 증세를 못하게 되면 결국에는 일본처럼 국채를 발행해서 복지수요를 충족해야 됩니다. 그렇게 되면 미래세대에게 너무나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재원 조달에 성역 없어야

성난 민심은 앞으로 세제개편 때마다 표출될 까 우려됩니다. 당장 법인세 조정이나 종교인 과세와 같은 이슈가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편 복지를 위한 재원 조달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조세저항이 있는 당사자들에게 세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각 구조별 조세구조를 보면,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정부로서는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세금을 추가 징수할 대상이 근로자인데, 근로자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재진 교수가 지난 2010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각 부문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득세가 3.6%인데,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8.5%에 크게 못미칩니다. 반면 법인세는 3.5%로 OECD 평균 2.8% 보다 높습니다. 

● 서민 위한 보완책 돼야
그래픽_연말정산
정부는 기존 세제개편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연말정산 논란 속에 제도를 원래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런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제기됩니다. 대표적인 게 ‘소득공제’로의 회귀 가능성입니다.

소득공제는 부자에게 세금감면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높은 소득에는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데, 소득공제 제도 아래에서는 이를 피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실제 기존 우리 세제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 기준으로 세금을 낸 후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감소율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는 8.7%에 그쳤습니다. OECD 국가 평균은 31.3%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 조세제도가 소득분배 기능이 매우 취약한 것을 보여줍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기존의 고소득자들은 평균적으로 세부담이 조금씩 늘어나고 저소득자들은 세부담이 줄어들게 돼있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득세법 개정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길 바랍니다.

덜 내고 덜 쓰는 방식으로 바뀐 간이세액표 기조도 유지돼야 합니다. 간이세액표는 근로소득자가 매달 월급명세서 상 세금을 내는 기준입니다. 이듬해 초 최종 정산에 앞서 미리 세금을 납부하는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세금을 매달 많이 걷는 구조였습니다. 이렇다보니 연말정산에서 많은 금액을 환급받았습니다. 이듬해 초 내야할 세금을 미리 내는 데, 그것도 많이 내왔던 것입니다. 근로자로서는 자금을 활용할 여지가 정부가 세금으로 먼저 걷어가면서 제약받아온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간이세액표가 개정되면서 세금을 덜내고 덜 돌려받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연말정산 논란의 중심에 이 간이세액표도 놓여있는데, 자칫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달의 연말정산 결과를 철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그 동안의 논란은 다소 추측에 기반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근로자들이 연말정산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정산 후 부담해야 할 세액을 추정해서 지난해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 논쟁을 벌인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연말정산이 마무리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세정당국으로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세금을 일일이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소득계층의 소득이 어떻게 바뀌었는 지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연말정산 제도를 어떻게 보완할 지 결정해야 합니다. ‘누더기 세제’가 되지 않도록 면밀한 점검과 보완책 마련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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