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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주유소 기름값은 얼마까지 떨어질 수 있을까?

국제유가 1달러여도 845.8원

[취재파일] 주유소 기름값은 얼마까지 떨어질 수 있을까?
휘발유 1리터를 2,298원에 판매하며 전국에서 기름값이 제일 비쌌던 주유소가 가격을 1,775원까지 떨어뜨렸습니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를 보면 여전히 2천원을 넘는 주유소가 전국에 4곳 남아있지만, 1,200원대까지 가격을 낮춘 주유소도 13곳이나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전에 자료를 확인하고 오후에 기사를 쓰는 도중에도 최저가 주유소가 계속 바뀌는 상황이라 숫자가 부정확할 수는 있겠지만, 요즘 우리가 10년 전 수준의 가격으로 기름을 이용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배럴도, 달러도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가 아니다보니 국제유가가 1배럴에 40달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계산을 해봤는데, 일단 환율을 1,083.4원으로 하면, 이 경우 기름값은 1리터에 272원 정도입니다. 3%의 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16원을 붙여도 원가는 300원이 채 안 되는 296.9원입니다. 기름값이 싼 것인지 물값이 비싼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습니다.

나머지 1천원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이 가운데 745원이 세금입니다. 그러니까 정유사와 주유소가 전혀 이윤을 붙이지 않는다고 해도, 국제유가 40달러 시대에는 1리터에 1,147원 이하로는 판매할 수가 없는 구조가 됩니다. (부가가치세 10%가 포함돼 있습니다.) 극단적인 가정을 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라고 해도, 소비자 가격은 845.8원 아래로는 떨어질 수 없습니다.
기름값 하락 관련
이처럼 기름값에 포함된 세금 비중이 60%를 넘은 것은 최근 5년 사이 없었던 일입니다. 사실 저 745원은 유가의 변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고정된 수치여서, 유가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그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련 법규에 따라 휘발유 1리터에는 529원, 경유에는 375원의 교통세가 붙고, 교통세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은 교육세, 26%는 주행세로 매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얻는 국세 수입은, 1년에 20조 원이 넘습니다.

얼마 전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업계 사람들을 모두 불러 가격을 인하하라고 정부가 다그칠 때에도 세금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확고했습니다. 정부의 재정 계획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석유 관련 세금을 낮추면 그만큼 다른 분야에서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는 유통 마진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며 지역별 유가 추이를 계속 공개하겠다고 압박했습니다.

주유소협회에서는 소비자 가격에 포함된 주유소 이윤이 7%라고 말합니다. 어림잡아 1리터에 90원입니다. 앞서 고정돼 있다고 말했던 교통세 529원은 사실 475원에 탄력세율 11.37%가 붙어서 나온 결과입니다. 2009년 이후 11.37%에서 유지되고 있는 탄력세율을 0%로 조정하면, 기름값 83원을 낮출 수 있습니다. 법으로 이 탄력세율을 -30%까지 조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리터당 100원 이상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은 세금 외에는 없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기름값이 비쌀 때에도, 쌀 때에도 유류세와 탄력세율 문제는 항상 되풀이되었던 논란이었고, 정부의 묵묵부답도 늘 반복되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업체들이 너무 많은 이윤을 취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언은 전에는 찾아보지 못했던 모습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윤을 줄이고 손님을 더 많이 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판매자가 있으면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굳이 시장논리라는 어려운 말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되는 이치입니다. 그런데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외면하면서 가격은 끌어내리라는 정부의 태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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