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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진짜 눈으로 만든 독도의 '눈꽃빙수'…누가 급식비를 깎는가!

[취재파일] 진짜 눈으로 만든 독도의 '눈꽃빙수'…누가 급식비를 깎는가!
20살, 쇠도 씹어먹을 수 있는 나이입니다. 피끓는 청춘들은 항상 배가 고픕니다. 먹고 돌아서면 또 배가 고파지는 곳, 군대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도 군대 다녀왔지만, 늘 배가 고픕니다. 늠름한 독도경비대의 청춘대원들은 한번 투입되면 50일간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해야하니 먹고 싶은 게 더 많아집니다. 

대망의 2015년 1월 1일 새해 아침, 독도엔 눈보라가 몰아쳤습니다. 새해 첫눈도 독도 품에 달려와 폭 안기고 싶었는지, 휘몰아치는 눈보라는 삽시간에 온 섬이 하얗게 물들었습니다.
눈꽃빙수_리사이즈

늠름한 독도경비대원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첫눈은 그들에게는 좋은 식재료 공급원이었습니다. 새해 첫 날 들뜬 기분으로 장병들은 점심식사가 끝나고 디저트 파티를 열었습니다. 진짜 눈으로 만든 진짜 눈꽃빙수였습니다.

도시에서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독도산 순수 눈꽃빙수 만드는 법, 이렇습니다.
눈꽃빙수_리사이즈
눈꽃빙수_리사이즈
눈꽃빙수_리사이즈
보이십니까? 마치 우유를 뿌려놓은듯 하얗고 고운 입자가요. 입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아 없어질, 시중에 파는 눈꽃빙수보다 더 먹음직스런 단어 그대로 '눈꽃'입니다.

눈꽃빙수_리사이즈
눈꽃빙수_리사이즈
눈꽃빙수_리사이즈
눈꽃빙수_리사이즈
눈꽃빙수_리사이즈

잔뜩 기대에 찬 장병들의 해맑은 표정이 귀엽습니다. 신이 났는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약속한 듯 숟가락을 들고 포즈를 잡습니다. 이들은 모두 우리 땅 독도를 지키겠다고 독도경비대를 자원해서 온 청년들입니다. 얼마 전에는 경쟁률이 무려 17대1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학을 하고 온 대원, 일본에서 유학을 하다 휴학을 하고 온 대원같이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도 있습니다. 인터뷰를 해 보았더니 하나같이 독도경비대가 너무 하고싶어서 지원을 했다고들 합니다. 자부심도 대단했고, 그만큼 열정도 있었습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고요.

장병들은 저 눈꽃빙수를 진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었습니다. 독도의 별미라고 하더군요. 독도 경비대장님은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깜짝 놀라셨습니다. "니들 그거 먹고 배아프면 어디 갈 병원도 없어!"하면서요.

하지만 이곳 독도는 가스불 하나 켜는 것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천연보호구역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다보니, 근처에 오염원도 거의 없는 청정지역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장병 중에 이 눈꽃빙수를 먹고 배앓이를 한 친구는 없다고 하네요. 갓 내린 눈으로 만든 진짜 눈빙수, 누구나 상상은 해 봤지만 실제 먹어볼 수는 없던 음식, 이곳 청정구역 독도에서는 가능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맛이죠! 저도 눈 한 사발 퍼다가 직접 먹어봤습니다.
눈꽃빙수_리사이즈
눈꽃빙수_리사이즈
이렇게 절로 입가에 미소가 띄워질 정도로 맛이 있고, 시원하더군요! 우유, 인절미가루, 각종 토핑, 이런 거 하나 없는 정말 열악하다면 열악한 빙수인데 어찌 이런 맛이 날까요. 참, 역시 군대는 군대인가 봅니다.

이런 유쾌한 젊은이들과, 이 깨끗한 독도에서 3박4일째 함께 생활을 하다보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군대에 다시 온 것 같기도 하고, 참 든든하단 생각도 들고, 몸도 맑아지고 건강해지는 것 같고, 참 기분 좋은 경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연평도 포격, 우면산 산사태, 태풍 취재 등등 재난·사고 취재 다녔다면 참 많이 다닌 편이지만, 독도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 뿌듯함은 더 컸습니다.

● 녹록치 않은 독도경비대의 근무환경

하지만 이곳 생활이 그렇게 녹록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새해 첫 날 이 곳 독도에서 맞은 눈보라는 제가 중계했던 그 어떤 태풍 못지 않게 강력했습니다. 입으로 불어들어오는 눈폭풍에 숨은 턱턱 막혔고, 상당히 큰 편인 제 몸도 휙 부는 바람에 휘청휘청 할 정도였습니다. 

새해 아침 제가 눈보라를 맞으며 일출 중계를 하는 장면을 보고는 어떤 분들은 '합성 아니냐', '옆에서 누가 눈을 뿌리는 거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인지 하루 즈음 지나자 인터넷에는 눈보라 맞으며 중계를 타는 제 모습이 스크린캡처가 돼 돌아다니더군요. (▶관련기사 바로가기 : [영상] 눈폭풍 맞으며…새해 첫날 '처절한 생중계')
독도중계
독도중계

그런데 충격적인 건, 제가 경험한 이 강력한 눈폭풍이 이 곳 독도에서는 예삿일이란 겁니다. 이광섭 독도경비대장은 인터뷰에서 발이 바닥에 붙어있었으면 그냥 보통 수준의 바람이라고 하더군요. 진짜 칼바람이 부는 날은 말 그대로 몸이 공중에 붕붕 뜬다네요. 실제로 독도 난간 여기저기에는 바람 부는 날 꼭 잡고 다니라고 밧줄이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대원들은 일본의 도발을 감시하기 위해 24시간 경계근무를 섭니다. 하루 두 번씩 근무에 투입되는데, 근무 도중 불어닥치는 강한 눈폭풍은 온몸으로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눈꽃빙수_리사이즈

● 누가 이들의 급식비를 깎는가!

이런 이들에게 쉬는 시간, 들판에서 퍼 온 눈 한 사발에 팥 뿌려먹는 자연산 눈꽃빙수는 너무나 소박하면서 너무나 특별한 간식인 것입니다. 이걸 들고 해맑게 웃는 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문득 지난해 여론을 뜨겁게 달궜던 일이 하나 생각나더군요. 예산이 없다며 독도경비대 급식비를 44%나 삭감했던 일이지요.

하루 세 끼 비용으로 일인당 1만5백 원이 나오던 급식비가 삭감이 돼 8천350원으로 줄었었습니다. 이 돈으로 하루 세끼를 해결해야 하니 물을 다 사먹어야 하는 독도에서 이제는 물도 못 먹는다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당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경찰청은 삭감됐던 급식비를 원상복구했었죠.

다행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기존의 1만5백 원 급식비는 그대로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예산이 없을 때 재빠르게 손을 댄 것이 다른 것도 아닌 독도경비대원들의 얼마 안 되는 식비였다는 겁니다. 아무리 환원이 됐다 해도, 식비를 깎겠다는 생각을 하고 실제 실행에까지 옮겼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도는 우리땅, 독도는 우리땅' 외쳐대면서, 특히 요즘처럼 새해 첫날이라거나 광복절 같은 기념적인 날엔 특히 독도 마케팅은 절정에 이르는데, 심지어 전직 대통령은 직접 독도를 방문까지 하셨는데, 정작 한 쪽에서는 먹는 예산을 깎고보자는 행정을 펼치고 있으니 이 앞뒤 안 맞는 처사에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물론, 빙수 먹고 싶다고 바로 빙수 먹을 수 있는 군대가 독도경비대가 아니라도 우리나라 어디에 있겠습니까. 독도경비대원 들도 눈을 퍼서 빙수를 먹은 것이 먹을 음식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 독도경비대는 그 상징성 덕분에 이곳 저곳에서 자발적으로 보내주시는 지원금과 지원품이 다른 여타 부대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고생하는 장병이 어디 독도뿐이겠습니까. 이 땅의 모든 장병들이 다 고생이지요. 최근 군납비리로 줄줄 새는 비용을 잡아보겠다고 정부가 나서는 것 같습니다.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가장 돈이 많이 낭비되는 곳이 어디인지, 가장 끝까지 지켜야 할 예산이 어떤 것인지, 늘 기본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독도는 우리땅' 이 한 줄 문구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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