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청와대 문건' 검찰의 관심과 국민의 관심

[취재파일] '청와대 문건' 검찰의 관심과 국민의 관심
●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 한계 예상되는 검찰 수사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의 윤곽이 잡힐 때까지는 아직 보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만 수사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가 서초동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쟁점을 둘러싼 얘기들은 이미 퍼질만큼 퍼진데다 청와대가 이미 사전에 내부 조사를 끝냈만큼 검찰이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할 영역이 크지는 않다는 것, 따라서 문건에 담긴 의혹이 '사실이다' '아니다'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검찰 수사도 이미 답은 나와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청와대 비서진이 고소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는 구조는...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설득력이 있는 얘깁니다. 그러나 특검을 도입하지 않는 이상 검찰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이번 사건을 다룰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검찰이 정치검찰, 편파 수사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선 어떤 결론이 나든 증거를 토대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합니다. 오해였다면 오해를 빨리 털어주는 것이 현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고 국론의 분열을 막는 데 일조하는 게 검찰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  회동이 없었다면 개입 의혹도 허위(?)

'국정개입 문건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는 두 가지 갈랩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문건에 나온대로 '정윤회씨와 청와대 관계자들이 정기적인 만났는지, 그랬다면 그 모임을 통해 정윤회씨가 실제로 국정 운영에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것입니다.  

문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검찰이 수사의 핵심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문건에 나온 '정윤회씨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정기적인 회합이 서울 강남의 모 식당에서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강남의 한 식당에서 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났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면 당연히 그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논리입니다. 언뜻 보면 검찰의 프레임이 그럴싸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검찰의 프레임이 이번 문건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문건은 신뢰도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첩보와 정보도 다르죠. 첩보는 상대편의 정보를 은밀하게 알게 된 경우를 말합니다. 정보를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뢰도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기관이나 사정기관에서도 이 같은 첩보들도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상부에 보고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보는 관찰이나 측정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말합니다. 첩보보다는 신뢰도가 높긴 합니다. 그러나 정보 역시 100%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첩보나 정보가 실체적 진실로 규명되기 위해서는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합니다. 즉 사건 관련자에 대한 직접적인 진술이나 자백이 필요하고, 또 진술을 입증할 다양한 증거도 필요합니다. 실체적 진실로 규명된 부분 가운데 범죄혐의가 있는 내용을 모아서 검찰은 공소장을 만들어 재판에 넘깁니다. 검찰도 공소장이 작성돼 법원에 전달되는 이른바 '기소' 시점을 잡아 언론에 보도를 요청합니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  첩보 수준 문건에 공소장 수준의 사실관계를 입증하라(?)

자 그런데 검찰 수사에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관천 경정의 상관인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문건의 신뢰도는 60%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100% 사실은 아닐지라도 근거없는 얘기로 작성한 문건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바꿔말하면 공소장 수준의 보고서가 아니라 첩보나 정보 수준으로 작성된 문건이라는 것입니다. 

문건의 내용이 신뢰도 60%라는 조 전 비서관의 주장을 토대로 본다면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진들이 정기적으로는 만날 수 있지만 횟수가 한 달에  한 차례인지 석 달에 한 차례인지 불분명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만날때 늘 10명이 항상 만났는지 때로는 5-6명만 참석했는지, 강남의 모 식당에서도 만났지만 별도로 만났던 다른 장소도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그런데 첩보 정도의 신뢰도를 갖고 있을법한 문건에 대해 검찰은 공소장 수준으로 문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나서는 것입니다.

동네축구에서 태클은 눈감아주고 넘어가지만 프로축구에서 백태클은 퇴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클래스'가 다른 기준점을 잡아놓고서 문건을 작성한 측에게는 '부실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한 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문건 아니냐'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청와대 비서진들에게는 '보고서가 부실한 것을 보면 청와대 관계자들은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손쉽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검찰, 차명 휴대전화  확인했나(?)

정기적인 회합을 검찰은 어떻게 입증할까요? 검찰의 압수물과 주장을 종합해보면 청와대 관계자들의 통신내역 자료와 기지국 위치 추적 내용을 토대로 이들이 특정 시점에 한 기지국에 모여 있었는지, 모인 시점을 전후로 여러차례 통화를 했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보입니다. 자 그런데, 만약 이들이 청와대에서 지급한 휴대전화가 아니라 차명전화를 사용했다면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요? 고소인들이 차명전화를 사용하고 있는지 있다면 차명전화는 무엇인지 확인이 된 것인가요?

강남의 식당에서 예약자 명단과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확보해서 회합 여부를 분석하는 중이라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식당 예약자 명단이 의무적으로 실명을 사용하도록 법적으로 정해진 건 없습니다. 주요 공직에서 근무하는 인사들도 연예인들도 심지어 일반 회사 직원들도 가명이나 유령업체명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용카드의 경우는 법인이나 문건에 적시된 참석자 명의로 결제했을 것이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요?

검찰수사와 국민들의 관심사와는 커다란 간극이 있습니다. 검찰은 '비선개입' 의혹이나 '정기적인 회합'은 처벌할 수 있는 대상이나 영역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이 넘어왔으니까 사실인지 아닌지, 그렇다면 문건을 작성하고 보도한 의도가 무엇있지를 판단만 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반명 세간의 관심은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보다 과연 문건의 내용이 사실인지에 더 관심이 집중돼 있습니다. 검찰과 국민적 관심사의 커다란 간극만큼 이번 수사는 수사결과에 따라 의혹을 불식시키려고 했다가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수도 있는, 국론분열을 막으려고 했다가 되려 국론이 심각하게 와해되는 적지않은 부작용이 내재돼 있는 사안이라는 얘깁니다. 검찰의 논리가 더 많은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