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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 관객, 직접 모시러 갑니다"

[취재파일] "중국 관객, 직접 모시러 갑니다"
 '난타, 점프, 사랑하면 춤을춰라, 비밥…' 넌버벌(non-verbal), 대사없이 음악과 춤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대표 비언어극입니다. 관객들이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수동적으로 관람하는데 그쳤던 그 당시에, 특이한 소재로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관객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공연들입니다.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외국 진출이 잦아졌고, 한국의 대표 공연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비언어극은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 전용관을 열고 쉽없이 공연해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극장에 찾아오는 관객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입니다. 국내에는 뮤지컬을 비롯해 클래식, 무용 같은 모든 분야에 걸쳐 외국 프러덕션이 만든 유명 공연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고, 관객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언어극이 재미있긴 하지만, 한번 관람한 관객들은 새로운 공연을 찾기 마련입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비언어극 공연들은 지난해 '한국공연관광협회'를 결성하고 외국인 관객 모시기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외국 시장에 직접 나가 외국인들에게 공연을 알리고 가치를 인정받아 더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것입니다. 그 첫 시장이 중국입니다.
넌버벌 비언어극 캡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서 '사랑하면 춤을 춰라'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한국공연관광협회가 중국의 상하이 미디어 그룹(이하 SMG)과 함께 공연을 주최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춤을 춰라', '드럼캣', '페인터즈 히어로', 그리고 '점프'가 1주일씩, 이후 '난타'가 6주간, 총 2달 넘게 국내 비언어극이 상하이의 한 극장에서 연이어 공연하는 방식입니다. 공연 타이틀은 'Give me Five', 한국에서 가장 '핫(hot)'한 공연 5개가 중국에 온다는 취지로 현지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금쯤 '드럼캣'이 공연하고 있겠군요.

 한 극장에서 장기간 우리 공연이 열린다는 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공연단은 외국 프러덕션이 만들어 놓은 무대에서 공연하고 개런티를 받는 방식으로 외국 시장에 진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우리 공연단이 기획하고 제작한 방식으로 공연을 올리고, 공동주최자인 SMG는 극장, 홍보 등 현지 활동을 지원하면서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럴 경우 우리 기획사의 수익은 초청 공연 때보다 줄어들 수 있습니다. 관객이 적으면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공연을 알리는 데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SMG는 중국의 민영 미디어 매체로, 실제 3달 전부터 상하이 곳곳에서 'Give me Five'에 대한 광고가 노출됐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우리 공연단이 한 지역에서 2,3회 공연을 하고 돌아와야 했었지만, 이번엔 공연 기간이 길기 때문에 중국 관객들에게 한국의 공연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인 관객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또 국내 공연장까지 찾아오도록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서야 했던 겁니다. 우리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공연을 찾듯이, 런던 웨스트엔드를 찾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번에 개막한 5개 공연은 그동안 중국에서 많은 초석을 다져왔습니다. 수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중국 순회 공연을 해왔고, 주중 대사관이나 문화원에서 개최하는 행사에도 열심히 참석해 공연을 알려왔습니다. 그 공연들이 그렇게 대단하냐고요? 글쎄요, 중요한건 공연이 '중국 관객들이 좋아할 만큼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대사가 없고 내용이 쉽기 때문에 누구나, 나이에 관계없이 이해할 수 있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중국에 공연이 다양하지 않다보니, 경극 같이 진지하고 무거운 소재의 공연만 보던 관객들은 역동적이고 유쾌한 배우들의 연기, 조명을 활용한 무대 장치, 무대 밖까지 이어지는 연출에 크게 호응합니다.

 공연 도중 LED 조명을 이용한 무대가 펼쳐졌는데, 관객들이 정말 집중해서 보던 모습은 지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이 나와 관객들과 아낌없이 사진촬영도 합니다. 한번은 아예 본격적인 팬미팅까지 하더군요. 상하이에서 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베이징, 내몽고 등 곳곳에서 휴가내고 온 직장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연계에서 중국은 블루칩이라고들 합니다. 관객 규모가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고, 관객들이 공연에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몰입도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케이팝 가수들이 중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온 것을 보면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많은 공연 기획사들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창작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있었고, CJ E&M과 중국 합작사 '아주연창'의 '김종욱 찾기'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다른 공연들은 생각보다 성과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중국과는 사업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계약 당시엔 '뭐든지 다 된다'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제대로 돼 있는게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중국의 사업자를 찾는 것부터가 문제인 겁니다.

 그런 면에서 SMG는 좋은 파트너로 보였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공연에 참여한 것 같진 않아보였기 때문입니다. 한국 공연단이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준 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SMG의 공연사업 부문 대표는 "한국의 공연 무대를 지켜보면서 어떤 공연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드라마와 대중 음악, 공연이 중국 관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이제는 중국에서도 스스로 만들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지입니다. 중국은 이런 취지에서 끊임없이 한국의 '기술자'들을 유입하고 있습니다. '공연'만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공연을 만드는 사람'까지도 모두 관심사입니다. 우리의 제작 방식과 기술, 노하우까지도 말입니다.

 중국이 우리 공연단으로부터 배울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공연이 그만큼 가르쳐줄게 많으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당장 우리만 해도 외국 프러덕션의 작품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고, 이런 공연에서 영감을 받은 관객들은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작품을 보겠다며 본거지를 찾기도 합니다.

  중국 관객들이 그런 시선으로 우리 공연을 보고 있다는건 분명 좋은 신호입니다. 그동안 말만 많이 들었지, 실제 중국에 가보니 더 와닿더군요. 중국에서 좋은 인상을 받은 관객들이 국내에 들어와 또 한번 공연장을 찾을 때, 보다 더 나은 공연으로 '기대'에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4년 11월 10일 8뉴스]
대사 없는 '비 언어극'…중국 관객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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