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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 꺼지지 않은 '리딩 뱅크' KB금융그룹 내분 사태

'가뭄 끝 단비'는 언제쯤…

[취재파일] 불 꺼지지 않은 '리딩 뱅크' KB금융그룹 내분 사태
KB금융그룹에서는 올 한 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난 카드3사 중에 한 곳이 KB국민카드였고, 3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자회사 분사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었던 은행 고객정보 일부를 삭제하지 않았던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미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도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 도쿄 지점 부당대출 사건과 국민주택기금 횡령 사건으로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4월 '메인프레임'이라는 생경한 용어 하나가 금융 출입기자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IBM에서 제공하는 전산망 운영체제를 가리키는 '메인프레임'이라는 것을 교체하려는 과정에서 국민은행장과 감사가 기존 이사진들과, 나아가서는 지주회사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많은 말들이 떠다닌 지난 5개월이었습니다. 호사가들은 누가누가 친한지 짝지우기에 여념이 없었고,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는 신문 지면을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전례 없는 일들이 범람했습니다.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중징계를 받은 일도, 금융감독원장이 - 형식상 자문기구이기는 하지만 -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계 수위를 높인 일도, 금융감독원 검사에 감사원이 개입했다는 논란도, 정말 전산시스템 교체건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 발표 이후 KB금융그룹 경영진의 사태 수습 과정은 더욱 소란합니다. 이미 자리를 떠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는 달리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은 금융당국의 결정에 반발하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두 사람이 받은 '문책경고'는 중징계이기는 하지만 사퇴하여야 할 의무는 없고, 임영록 회장에 대한 징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금융지주회사 임원을 징계하려면 금융위원회까지 거쳐야 합니다)
KB지주 회장·행장


추석 연휴 직전 일부 언론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임영록 회장은 당국의 징계에 '안타깝다', '답답하다', '납득할 수 없다'라는 표현을 했다고 합니다. 금융당국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도 중징계를 받고 당일 사임한 이건호 행장과 달리 임영록 회장은 조금 더 이 문제를 끌고 가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은행 내부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도록 그동안 해명을 자제했다는 임 회장이지만 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의 해명은 무슨 의미인지, 금융감독원 발표 당일 지주회사 명의의 보도자료가 임 회장의 입장인지 아리송했던 때만큼이나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은행은 어느덧 '리딩뱅크'라는 수식어가 버거운 은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2조 7천여억 원으로 2위를 멀찌감치 따돌렸던 순익 규모는 올해 상반기 5천4백여억 원으로 4위로 주저앉았습니다.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의 잡음이 '오해'라는 임 회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국민주택기금 사건에 대해서는 '이전 경영진의 행위'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버블 붕괴 시기 일본 은행의 내부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한 일본 만화 '감사역 노자키'의 주인공은 이런 말을 합니다. "신용이나 정의는 이상이 아니다. 은행이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해나가기 위한 비용이다." 그리고, KB금융지주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임영록 회장은 이런 인사말을 남겨놓았습니다. "때 맞춰 알맞게 내리는 비를 '시우(時雨)'라고 합니다. 앞으로 KB금융그룹이 국민과 고객 여러분에게 '시우'와 같은 존재가 되어 진정으로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금융그룹이 될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KB의 '가뭄 끝 단비'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지켜보아야 할 일입니다. 

▶[9월4일 8시뉴스] KB 경영진 중징계…이건호 은행장 즉시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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