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홍콩으로 간 수상한 백만달러

<앵커>

국내 재벌기업 효성그룹은 2008년부터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로 여러 차례 수사와 재판을 받았습니다. 같은 기간에 계열사를 이용해서 홍콩의 페이퍼 컴퍼니와 수상한 거래를 해 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탐사보도팀의 최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홍콩 도심의 한 빌딩입니다.

효성의 주력 계열사 노틸러스 효성은 2008년부터 4년 동안 이곳에 있다는 경영자문회사 2곳으로 거의 매달 자문료를 보냈습니다.

모두 100만 달러가 넘습니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주소지에는 자문료가 건네지기 전부터 전혀 다른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건물 관리인 : 말씀하신 사무실엔 지금 보시는 이 회사가 있습니다. 미용 사업(화장품 유통) 회사입니다.]  
두 곳 모두 서류에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인 겁니다.

홍콩에서 이런 유령회사 1곳을 유지하는데 드는, 한해 세금과 유지비는 우리 돈으로 40~50만 원 선에 불과합니다. 

효성 측은 "그룹과 무관한 외부 자문사"라며, 정상적으로 경영자문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등기 서류를 확인했습니다.

페이퍼 컴퍼니 2곳 가운데 모체 격인 회사는 2003년 처음 설립됐습니다.

조석래 효성 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회사 지분의 절반을 가진 공동 설립자로 드러났습니다. 

조 사장은 2004년 말 공동 설립자이자 이 회사 대표인 일본인에게 지분을 모두 넘겼습니다.   

이 일본인은 2012년부터, 조 사장이 불법 취득한 미국 LA 부동산의 관리인이기도 합니다.

[효성그룹 관계자 : IT 전문가가 원하는 방식을 따라서 자문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요. (페이퍼 컴퍼니라는)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해명과는 달리 효성 감사팀이 작성한 내부문건은 '실체가 없는 경영자문'에 회삿돈이 해외로 송금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이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