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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드사, 스타벅스 할인 서비스의 '꼼수'

[취재파일] 카드사, 스타벅스 할인 서비스의 '꼼수'
몇 달 전입니다. 집으로 날아온 카드 청구서를 보던 아내가 놀라면서 말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쓴 금액이 제대로 할인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럴 리가. 청구서를 살펴봤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아메리카노 3,900원이 몇 달 째 할인되지 않고 전액 청구돼, 계좌에서 쏙쏙 빠져나갔습니다. 카드사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할인 금액을 줄인 건 알고 있었는데, 스타벅스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었습니다. 이건 뭐지? 카드사 고객센터에 전화했습니다.

상담사는 스타벅스 할인 금액이 월 1회 최대 8,100원에서 최대 4,000원으로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3년 9월부터입니다. 카드사가 돈이 안 된다면서 부가서비스를 대폭 줄이는 건 흔한 일입니다. 다양한 혜택이라는 미끼로 고객을 잔뜩 유인한 뒤, 이미 잡은 고기에는 더 이상의 미끼를 주지 않는 것이죠. 고객도 이런 마케팅 전략을 잘 이용하면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까, 카드사가 좀 얄밉긴 해도, 그저 비난만 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3,900원이 할인되지 않은 이유는 참 묘했습니다. “4천 원 이상 결제했을 경우”에만 할인된다는 것이 외환카드 상담사의 설명입니다. 어, 저는 몰랐는데요? 소심한 이의 제기는 소용없었습니다.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까지 보내, 서비스 축소 내용을 일일이 알려줬다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문자가 왔나 안 왔나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럼 고객 잘못이라는 얘기군요'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습니다. 

문자메시지를 검색했습니다. 다행히 카드사가 보낸 메시지는 남아있었습니다.

[외환카드]크로스마일 일반 카드 부가서비스 변경 안내

항상 저희 외환카드를 이용해주시는 고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카드상품 수익성 악화로 인해 크로스마일 개인 일반 카드의 부가서비스가 2013년 9월 1일부터 변경되오니 이용에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중간 생략) 스타벅스 무료 브런치 세트: 스타벅스에서 오후 3시 이전 F&B 구매 최대 4,000원 할인 (중간 생략)

※ 기타 자세한 사항은 당행 홈페이지 뉴스/공지(2월26일자)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문자메시지에는 “4천 원 이상 결제했을 경우”라는 설명이 빠져 있었습니다. 카드사에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담사가 지른 멘트에 속은 겁니다. 그렇게 설명하면 된다고 교육을 받았겠죠. 이제 3,900원 아메리카노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시 전화해 같은 상담사를 찾았습니다. 이번엔 다른 설명이 나왔습니다. “홈페이지에 공지해놓았다”는 것입니다. 4천 원 이상 결제했을 때만 할인된다고 분명히 알려줬는데, 제대로 확인도 안 해서 할인 못 받아놓고, 왜 이제 와서 항의하느냐는 행간이 들려왔습니다. 엥, 이번엔 홈페이지? 진짜 내 탓인가? 미처 확인 못 해봤으니, 일단 다시 후퇴했습니다.

상담사가 말한 홈페이지 안내는, 문자메시지에 안내된 공지사항이었습니다.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크로스마일 부가서비스 변경 안내”라는 제목으로 글 하나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혹시나는 역시나, 여기도 안내는 없었습니다. “전월 50만 원 이상 사용시, 스타벅스에서 오후 3시 이전 커피 구매 최대 4,000원 할인”, 이게 정확한 안내 문구입니다. 고객센터한테 두 번 속았습니다. 고객 항의를 거짓말까지 동원해 최전선에서 방어하는 조직, 그게 고객센터인가 싶었습니다. 처음엔 궁금해서 전화했을 뿐이었는데, 속에서 좀 열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한국인에게 '최대 4,000원 할인'이라는 안내의 뜻은 또렷합니다. 1원을 써도, 100원을 써도, 3,999원을 써도, 4,000원까지는 할인해준다는 얘기입니다. 아메리카노는 3,900원이니까 ‘최대 4,000원 할인’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저 혼자 한국어를 다르게 이해했나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스타벅스에서 3,900원이 할인되지 않았다며 이상한 것 같다는 글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것도 카드 청구서를 유심히 보다가 우연히 확인한 것들입니다. 청구서 안 보고 사는 고객들은, 아메리카노를 즐기면서 잘 할인되고 있겠거니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 금액이 적지 않겠죠. 

카드사가 장사가 어렵다며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것, 그럴 수 있는 일입니다. 고객도 카드 해지를 요청하고 다른 카드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 축소 내용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4천 원 이상 결제했을 경우”라는 핵심 정보를 누락한 것은 고의성이 엿보입니다. 특히 그 단서조항의 금액이 왜 ‘4천 원’인지를 생각해보면 실소가 나옵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당시 3,900원이었기 때문이죠. 카드사는 할인의 조건을 아메리카노 금액보다 100원만큼 살짝 올려놓고, 수많은 아메리카노 값을 그대로 청구해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절묘한 장사 수법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지난 5월 30일 금감원에 카드 사용자로서 민원을 신청했습니다. 외환카드사가 고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첨부했습니다. 한 선임관리역이 담당자로 지정됐습니다. 답변을 두 달 만에 받았습니다. 앗, 당황했습니다. 은행의 업무 처리가 부당하다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런지 직접 읽어보시죠.

3. 귀하의 민원에 대하여 한국외환은행에 사실관계 등을 조회한 결과,

가. 귀하가 첨부한 외환카드사 홈페이지 화면은 2013. 9. 1. 크로스마일카드의 부가서비스가 변경 예정에 있어 해당 변경내용의 주요사항을 2013. 2. 26. 홈페이지에 안내한 것으로 주요 변경내용에 한해 기술한 것으로 4,000원 이상 결제시 할인된다는 내용은 해당 안내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나. 외환은행 홈페이지의 크로스마일카드 서비스 내역 화면(신용카드-카드안내 신청-항공여행-외환크로스마일카드-Frequent Life Style 서비스)에서 “스타벅스 F&B 할인-월1회, 연12회 제공”에 대한 설명으로 “월중 4,000원 이상 거래시 최초 1회건에 적용, 최대 4,000원까지 청구할인”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또한 해당 부가서비스는 2013.9.1. 부가서비스 변경 전에는 월중 4,800원 이상 거래시 한해 청구할인이 적용되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4. 우리원은 한국외환은행의 홈페이지에 해당 카드의 부가서비스 내용에 4,000원 이상 거래시 할인적용 됨을 안내하고 있어 은행의 업무처리가 달리 부당하다고 하기 어려움을 알려드리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끝.


외환카드 홈페이지에 ‘신규카드 발급’ 메뉴가 있는데, 거기서 여러 메뉴를 찾아 들어가면 ‘4,000원 이상 거래 시’라는 문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신규카드 발급 메뉴의 하위 메뉴에 있다는 건데, 기존 고객이 ‘신규카드’ 메뉴를 볼 일도 없고, 부가서비스 축소 전에 카드사가 고객들한테 안내해주지도 않은 정보입니다. 카드사가 고객들에게 공식적으로 안내해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금감원에 알려줬는데, 엉뚱한 내용을 근거로 카드사 손을 들어준 것이죠. 금감원 덕분에, 저는 카드사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괜히 딴죽을 거는 이른바 ‘진상’ 고객이 되었습니다^^ 금감원 담당자한테 왜 그렇게 결정했느냐고 물어보니까, "민원이 너무 많아서"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미끼 상품 출시 - 고객 확보 - 부가서비스 대폭 축소’의 순환이 반복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때 관련 규정을 묘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카드사 수익을 최대화하고 고객 혜택을 최소화하는 꼼수 뒤에는 이런 배경이 숨어있습니다. 카드사는 고객이 뒤늦게 항의해도, 홈페이지 구석에 있던 문구를 들이대면 금감원으로부터 정당한 업무 수행으로 인정받습니다. 기존 카드 고객에게 황당하게도 ‘신규카드 정보’를 내세워, 카드사 말이 맞다, 민원은 이유 없다고 기각하는 게 우리 금융감독원입니다. 금감원의 이런 판단은, 향후 금융사가 고객을 상대로 마케팅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는 강력한 사인입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할인 못 받았던 것 어떻게 됐는지도 궁금하시죠? 상담사한테 두 번 속았던 그 날, 다 할인 받았습니다. 카드사는 이렇게 정색하고 항의하는 고객에게만 환급을 해주자, 금감원 가봐야 우리가 이긴다, 그런 생각인 것 같습니다. 외환 크로스마일 카드 사용하는 분들은 청구서 한 번씩 확인하시고, 할인되지 않은 금액이 있으면 카드사에 환급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아메리카노 즐기는 분들은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최근 스타벅스가 아메리카노 가격을 3,900원에서 4,100원으로 올리는 바람에, 카드사가 이제 꼼짝없이 다 할인해주게 생겼는데, 조만간 “4,200원 이상 결제시”에만 할인해주겠다고 돌변할 수 있으니, 카드 이용하시는 분들 주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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