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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길 놔두고 빙 돌아…도로 막은 아파트

"공공편의" vs "사유재산"…출입통제 아파트

<앵커>

이웃 주민들의 단지내 통행을 막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습니다. 학교와 지하철역으로 통하는 단지내 도로에 카드키에다 철조망까지 설치했습니다. '지독한 이기주의다', '참다 못 한 조치다' 의견은 분분합니다. 단지 내 도로는 사유지기 때문에 막는 걸 어쩔 수는 없습니다. 다만 빙 돌아가야 하는 이웃 주민들 답답하기만 합니다.

류란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하굣길 학생도, 하염없이 서 있던 아주머니도, 아파트 주민이 나타나자 잽싸게 뒤에 따라붙습니다.

근처 주민 수백 명이 매일 이런 일을 반복합니다.

10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30분 넘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웃주민 : 철문으로 넘어가는 애들도 있고 돌아가는 애들도 있고. 바로 앞에 있는데 불편하죠.]

카드키를 설치한 아파트 주민 입장은 강경합니다.

도로지만 명백한 사유지라는 겁니다.

[해당 아파트 주민 : 동네 개들이 와서 똥 싸고. 우리 아파트 와서 쓰레기 버리고, 도둑도 들고. 도저히 안 되겠는 거예요.]

이웃 주민들은 지자체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중재 역할에 소극적이라고 불만이지만, 구청이나 시청은 나설 명분이 없다고 말합니다.

4년 전, 한 아파트가 도로를 막은 철문을 없애라는 구청의 명령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걸었는데, 법원이 입주자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당시 구청은 건축 허가 당시 외부와의 자유로운 통행 보장이 조건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교통영향 평가나 심의에 통과하는 것은 승인을 위해 필요한 '기준'일 뿐, 사후 지켜야 할 '의무'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처음부터 허가를 안 내줬으면 모를까, 아파트가 들어선 이상 입주자 재산권 보호가 우선이라는 겁니다.

[구청 담당자 : 법원에서도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거 아닙니까. 이유도 합당하다는 거고. 강제를 못하니까 협조만 구하는 거죠.]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주거지 환경 개선을 국가가 아닌 개인 부담으로 하는 도시계획 방식이 근본적 원인입니다.

[손세관/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데 (국가가) 조금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조합원들이 (해결했거든요.) 그러니까 입주자들이 마치 자기네들의 땅, 배타적으로 운영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공공의 편의와 사유재산 보호, 뭐가 더 우선인지 따지기에 앞서, 더불어 살아갈 지혜로운 대안을 연구해야 할 때입니다.

(영상취재 : 제 일·김승태, 영상편집 : 장현기,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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