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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술렁이는 야권의 심장 '광주'

[취재파일] 술렁이는 야권의 심장 '광주'
“사람들이 몇 십 년 만에 선거다운 선거가 치러진다고 그래요.”

광주의 택시 운전기사는 광주시장 선거 전망을 묻자 전문가처럼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민주화의 성지’, ‘야권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는 가장 전략적인 투표가 진행되는 지역으로도 알려진 곳입니다. 광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확히 어떤 후보가 될 것 같다”, “난 어떤 후보가 좋다”는 말 대신 “민심의 변화가 느껴진다”, “대선까지 내다봐야 하지 않냐”고 답했습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광주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 공동대표 측 인물인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 했기 때문입니다. 윤 후보와 함께 광주시장에 도전한 강운태, 이용섭 후보는 전략공천 발표 바로 다음 날 탈당과 동시에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습니다. 광주시장 선거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확실한 우세를 점하는 후보가 없어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게다가 강 후보와 이 후보가 오는 28일까지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해서 선거 판세는 더욱더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 후보는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윤 후보는 “광주 시민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곧은 판단을 해왔다”며 상대 후보의 단일화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당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아온 만큼 당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강 후보와 이 후보는 “반드시 승리해서 ‘낙하산 후보’, ‘밀실야합으로 공천된 후보’를 떨어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강운태 후보는 “선거에 승리하더라도 이런 결정을 내린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당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도 말했지요.

두 후보는 28일까지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했지만 합의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두 캠프 관계자들은 지지도에서 앞선 강 후보와 적합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 후보 간에 여론조사 설문 문항을 두고 여전히 이견이 크다고 말합니다. 이 후보의 경우 당초 의원직 사퇴 여부를 고려해 16일까지 강 후보가 결정한 방식대로 단일화하겠다고 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단일화 실패는 안철수 대표의 지원을 계속 받게 될 윤 후보에게는 좋은 신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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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도 광주를 찾아갔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에 맞춘 방문이지만 속내는 전략공천에 따른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미리 충분히 설명드리고 상의드리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고 전략공천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당의 결정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지요. 실제 안 대표가 가는 곳마다 강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자들이 전략공천에 항의하며 욕설을 하고 계란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략공천을 발표한 날은 국회가 기초연금법 제정안 처리로 정신없이 바쁜 때였습니다. 저도 국회에서 기초연금법 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지 지켜보고 있었지요. 온통 본회의에 정신이 팔려 있던 밤 10시 반쯤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시장에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말 그대로 깜짝 발표였습니다. 야밤의 밀실야합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지요. 이후 당의 공천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지방선거 후보가 정해진 지금은 광주가 이른바 ‘안철수 대표의 사람’이 남은 거의 유일한 지역으로 남았습니다. 수도권만큼이나 광주는 안 대표에게 중요한 지역이 된 셈이지요. 계란 세례를 받은 안 대표와 그의 사과가 광주 민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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