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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농가 울리고 튄 한전 납품업체…16억 '허공'

<앵커>

올해부터 백열전구 퇴출이 시작됐습니다. 대표적으로 백열등을 많이 써온 양계농가가 고효율 LED 전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전이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납품업체가 지원금만 챙기고 불량 전구를 공급한 게 드러났습니다. 정부지원금 16억 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기동취재, 정윤식 기자입니다.

<기자>

전북 진안에서 양계농장을 하고 있는 유재영 씨는 새로 교체한 전구 수백 개를 며칠 전 모두 내다 버렸습니다.

지난해 백열전구를 고효율 LED 전구로 바꿔 준다는 말에 한국전력의 지원을 받아 교체했는데, 여기저기서 전구가 꺼지기 시작한 겁니다.

교체한 지 석 달 만입니다.

[유재영/양계 농민 : 안 들어와요, 저렇게. 그냥 툭툭 나가요 갑자기. 원래 이게 5만 시간 보장해준다는 것이거든요. 근데 1만 시간도 보장이 안 되니 (말이 안 되죠.)]

남은 전구들도 불량품이었습니다.

다른 LED 전구보다 훨씬 어둡고 자연광이 비치는 곳과 비교해보면 거의 응달 수준입니다.

[(전구가 어두우면) 닭 상태를 확인을 잘 못하잖아요. 병 있는지 보고 AI가 있으면 머리가 붓고 청색이 나타나는데 그런 것도 봐야 하는데 볼 수가 없는 거죠.]

지난해부터 전국의 양계 농가에 공급된 LED 조명입니다.

겉에는 12와트라고 표시돼 있는데 안을 보면 9와트라고 적혀 있습니다.

실험해 본 결과 전력과 밝기 모두 고효율 기준치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지난 한 해 같은 업체에서 전국 양계 농가에 공급한 전구는 모두 13만 개로, 16억 원어치나 됐습니다.

한전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사업 특성상 각 농가가 업체를 선택해 전구를 교체하면 한전은 지원금을 보낼 뿐, 불량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전은 전구 납품업체 6곳을 추천했고 농가는 그 가운데 한 업체를 고르는 방식이었습니다.

사후 관리를 맡은 에너지관리공단 역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단 직원 : 지금 문제가 된 제품 모델에 대해서는 (점검을) 한 적이 없더라고요. 예산이나 이런 문제 때문에 샘플을 뽑아 사후 관리를 실시하고 있거든요.]

경찰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사 의뢰를 받아 불량 전구를 공급한 납품업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이재영, 영상편집 :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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