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핵융합 연속기획⑤ 핵융합, '꿈의 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

[취재파일] 핵융합 연속기획⑤ 핵융합, '꿈의 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
SBS는 꿈의 에너지, 지구상의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 현장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 장치 KSTAR(케이스타)와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현장을 찾아 핵융합 연구의 최전선을 살펴보고, 연속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우려입니다.

* 기사 순서 *
1. 핵융합 발전…인공 태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3월 18일)
2. 핵융합이란? "1억 도 가열해 100℃ 물 끓이기" (3월 19일)
3. 삼중수소, 금값을 껌값으로 만드는 보물 (3월 20일)
4. 영화 설국열차의 판타지, 정말 가능한가? (3월 21일)
5. 꿈의 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 (3월 24일)


핵융합은 이름이 참 부담스럽습니다. ‘핵’이 들어가 있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과 뭐가 다른지 잘 모릅니다. 그냥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법원에 개명 신청이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핵융합을 영어로는 그냥 ‘fusion’이라고 씁니다. 우리처럼 핵융합(nuclear fusion)이라고 하다가, 고민 끝에 ‘핵’(nuclear)을 떼어냈다고 하는데, 우리는 핵을 떼고 그냥 ‘융합’ 기술이라고 하면 요즘 같은 융합 홍수의 시대에 무슨 기술인지 헷갈린다며 핵 제거를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핵융합에 원전 사촌 아니냐는 의심이 따라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후쿠시마를 목격한 사람들은 핵융합과 원전의 폭발 가능성을 겹쳐서 생각합니다. 인공 태양이고 뭐고 알겠는데, 어차피 폭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폭발 가능한 게 있습니다. 바로 수소 연료 탱크입니다. 특히 핵융합의 연료인 삼중수소는 저준위 방사성 물질입니다. 현재 프랑스에 짓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현장에는 이 삼중수소 탱크 건물이 따로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중수소와 함께 핵융합로 안에 공급돼 태양 속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을 지구상에 구현합니다.

삼중수소는 안전을 위해 탱크(저장용기) 안에 기체를 흡착한 상태로 보관합니다. 탱크 안에 감손우라늄(우라늄 235의 함유량이 천연 우라늄(0.7%)보다 낮은 우라늄) 파우더를 넣고 기체 상태의 삼중수소를 거품 형태로 흡착하여 주입한다고 합니다. 탱크 용기를 가열해주면 삼중수소 기체가 분리돼 탱크 밖으로 나갑니다. 이 작업을 반복하면 배터리처럼 성능이 떨어집니다. 만에 하나 폭발 가능성에 대비해 탱크 하나에 70g 이상의 삼중수소를 보관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폭발한다면, 삼중수소 기체는 공기 중에 흩어지고, 비가 내려 사람이 맞으면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과학자들은 설령 이렇게 폭발해도 워낙 적은 양이라고 하지만, 방사선에 대한 걱정은 과학보다 심리에 기대고 있어서 걱정으로 남습니다.

방사성폐기물 문제도 있습니다. 이건 원자력발전소와 비교해 핵융합 발전의 상대적인 장점으로 자주 거론됩니다. 장치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 중성자가 나오고, 중성자가 핵융합로 장치를 때리면 그 자체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됩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방사성폐기물 하나가 나오는 셈입니다. 대전에 있는 KSTAR는 실제로 핵융합이 많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반면 프랑스에 건설 중인 ITER는 20년 동안 운전하고 나면 이사회 결정으로 더 돌릴 수도 있지만, 결국 운전이 끝나면 5년간 방치한 후 폐로합니다. ‘폐로’는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수명이 끝나면 처분하는 걸 말하는데, 역시 핵융합에 이 단어를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찜찜한 폐기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삼중수소 비처럼 사람들의 의심을 살 만 합니다.
핵융합_500

그럼 핵융합 장치 자체가 폭발할 수도 있을까요. 후쿠시마 같은 폭발은 핵융합 입장에서 억울할 만합니다. 폭발 걱정은 없기 때문입니다. 폭발, 즉 강력한 연소 반응은 핵융합로에서 아예 일어나지 않습니다. 핵융합로 내부가 엄청난 압력에 시달리는 것도 아닙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KSTAR 내부는 약 1기압에 불과합니다. 일본처럼 대지진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도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핵융합로의 내진 기능이 무력화돼서 거대한 진공용기에 금이 갔다고 해도 장치 밖에서 안쪽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면 끝입니다. 안에 있던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밖으로 유출돼 공기 중에 흩어질 것입니다. 이것도 삼중수소 비처럼 미량이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걱정을 살 것 같습니다.

핵융합은 또 인류가 지금껏 단 한 번도 실현해보지 않은 에너지라는 점에서 아직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핵융합의 기술적 기초가 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연구하고 있을 뿐, 실제로 본격적인 핵융합을 시도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이제 6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20년 프랑스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완공되면 인류는 핵융합 에너지로 전기를 만든다는 기막힌 이론을 실제로 증명하게 됩니다. 아직 누구도 해낸 적 없는 실증입니다. 그래서 실제 핵융합을 시도하면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은 불안감으로 이어집니다. 언젠가 핵융합 에너지로 불을 밝히고 자동차와 기차를 움직이는 날이 오려면, 핵융합의 모든 걸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끝)

(감수: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 이현곤 기술본부장)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