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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핵융합 연속기획④ - 설국열차의 판타지, 정말 가능한가?

[취재파일] 핵융합 연속기획④ - 설국열차의 판타지, 정말 가능한가?
SBS는 꿈의 에너지, 지구상의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 현장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 장치 KSTAR(케이스타)와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현장을 찾아 핵융합 연구의 최전선을 살펴보고, 연속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 기사 순서 *

1. 핵융합 발전…인공 태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3월 18일)
2. 핵융합이란? "1억 도 가열해 100℃ 물 끓이기" (3월 19일)
3. 삼중수소, 금값을 껌값으로 만드는 보물 (3월 20일)
4. 영화 설국열차의 판타지, 정말 가능한가? (3월 21일)
5. 꿈의 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

핵융합 에너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지구에 인공 태양이 뜬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묻게 됩니다. 그래서 핵융합이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언제 된다는 거지? 국가핵융합연구소 관계자는 핵융합은 아직도 ‘큰 도전’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합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가만히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완공되는 것은 2020년입니다.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입니다. 그런데 이거 다 짓는다고 인공 태양이 뜨는 것도 아닙니다.

이터(ITER)를 짓는 목적은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실제로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ITER가 핵융합 발전소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에 앞서 우리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연구 장치 KSTAR도 핵융합 발전소가 아닌 건 마찬가지입니다. KSTAR는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토카막’ 안에 300초 이상 가둘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4시간, 365일 핵융합 발전의 가장 밑바닥 기술을 다듬는 것입니다. KSTAR와 ITER의 연구가 끝나야 실제 발전소 건설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때가 돼야 이제 전기를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드는 겁니다.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닙니다.

영화 설국열차 속의 무한 에너지, 가능하긴 한 걸까요. 일단 플라즈마의 변덕이 골치 아픕니다. 과학자들은 아직도 이걸 해결하려고 밤잠을 못 자고 있습니다. 고온의 플라즈마라는 녀석은 아주 변덕스러워서 조금만 심사가 뒤틀려도 꺼지고 맙니다. 즉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에 있다가 다시 기체 상태로 돌아가는 겁니다. ‘꺼진다’는 건 불에 빗댄 표현입니다. 이러면 핵융합을 할 수 없습니다. 또 플라즈마가 깨지면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입자가 진공용기의 벽을 때릴 수도 있고, 플라즈마 입자가 제 멋대로 용기 벽으로 흘러가면 플라즈마가 무너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KSTAR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를 오랜 시간 동안 잡아줘야 그 시간만큼 핵융합과 전기 생산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핵융합이 잘 되도록 아예 수소를 잔뜩 넣어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변덕스럽게도 안 됩니다. 플라즈마 밀도가 너무 높아지면, 원자핵과 전자가 다시 붙어버립니다. 플라즈마가 깨지는 것이죠. 이래도 깨지고, 저래도 깨지고. 그럼 어쩌라는 거냐, 플라즈마와 대화하고 싶은 연구진들이 많을 겁니다. KSTAR는 플라즈마의 밀도는 높이는데 여기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으니까, 앞으로는 플라즈마의 온도를 높이는 쪽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온도를 높여주면 플라즈마끼리 더 많이 충돌해서 핵융합이 잘 될 테니, 그때의 플라즈마 유지 노하우를 얻어보자는 셈입니다. 물론 플라즈마 가열 장치에 예산을 더 투자해야 합니다.

플라즈마 가열은 주로 전자레인지와 같은 방식을 쓴다고 앞선 기사에서 설명 드렸습니다. KSTAR는 현재 3~5메가와트 급의 가열 장치로 플라즈마를 뜨겁게 달굽니다.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장비지만 연구자들은 성에 차지 않습니다. 핵융합연구소는 이걸 20메가와트 급까지 올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체격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점점 높은 온도의 플라즈마를 길들이는 기술을 익힐 수 있습니다. 매년 2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돈입니다. 한정된 예산을 핵융합 분야에 더 쏟을지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입니다.

비유가 아닌 실제로, 금값보다 비싼 삼중수소 문제도 있습니다.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려면 연료인 삼중수소를 발전소 스스로 만들어내도록 해야 합니다. 삼중수소가 너무 너무 비싸고, 그걸 직접 만드는 것도 현재로서는 수지타산이 안 맞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 기술이 없습니다. KSTAR는 플라즈마 연구가 주목적이어서 삼중수소 생산 기능이 없어도 되지만, ITER는 삼중수소를 실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 핵융합 발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핵융합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이용해 삼중수소를 만들어내는 비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중성자가 핵융합 장치 안쪽 벽의 이른바 '블랭킷'(blanket, 내부는 리튬 재질)이라는 부분을 때리면 삼중수소와 헬륨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개념입니다. 그럼 그 삼중수소를 끌어다 다시 핵융합에 씁니다. 무한 반복할 수 있는 자가 발전의 꿈입니다. 현재 블랭킷 내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각국의 연구진이 달려들어 씨름하고 있습니다. 그걸 TBM(Test Blanket Module)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1개, 인도가 1개, 일본이 1개, 중국이 1개, EU가 2개의 개념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TBM이 해야 하는 일은 핵융합 연료인 삼중수소 생산뿐만이 아닙니다. 핵융합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흡수해서 열을 내줘야 합니다. 그 열로 배관 속의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기 때문입니다. 또 500도 이상의 고온과 중성자에 녹아내리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는 재질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가 손상됩니다. 쉽게 말해 발전소 내벽은 소모품이어서 계속 갈아줘야 합니다. 이러면 발전 단가가 올라갑니다. 이건 값싼 전기를 찾는 이들에게 슬픈 소식입니다. 과학자들은 여기에도 적합한 재질을 찾고 있지만, 재료를 전공한 일부 학자는 그런 전능한 재질이 어디 있겠느냐며, 핵융합 에너지의 가능성에 물음표를 달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핵융합이 가능하도록 플라즈마의 ‘H모드’ 유지 시간을 늘리는 것도 기본적인 과제입니다. 현재 KSTAR는 H모드를 20초 동안 유지했고, 300초가 최종 목표입니다. 300초만 달성하면 2020년 프랑스에 들어설 ITER에서는 3,000초 동안 플라즈마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터의 부피가 더 크기 때문에 변덕스러운 플라즈마를 길들이기가 더 쉽다는 게 핵융합연구소의 설명입니다. ITER는 KSTAR보다 길이와 높이는 3배, 부피는 25배에 달합니다.

핵융합을 쉽게 얘기한다고 해놓고, 또 실패한 것 같아서 찝찝합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제 얘기하려니 어려운 얘기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핵융합 발전은 아직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은 도전이라는 말이 왜 그런지 이해가 됩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40년대에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40년도 아니고, 2040년대입니다. 2040년에 저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아마도 그때까지 뜨지 않은 인공 태양을 기다리며 설국열차 후속편을 보고 있을지 모릅니다. 2040년대, 설국열차의 멈추지 않는 열차는 역시 판타지일 뿐일지, 아니면 현실로 다가온 환상의 발전소가 될지 궁금합니다. (5편에서 이어집니다)

(감수: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 이현곤 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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