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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빈자의 교황' 8월, 한국을 축복하러 옵니다

[취재파일] '빈자의 교황' 8월, 한국을 축복하러 옵니다
 어제(10일) 저녁 8시, 바티칸 현지 시각 낮 12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교황의 방문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신기하진 않았지만, 공식 발표인 만큼 교황의 방문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일정에 방점을 두는지 궁금한 게 많아졌습니다.

 교황은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교황의 방문은 그동안 한국 천주교계가 꾸준히 요청해 온 사안입니다. 청와대, 외교부 등 정부도 교황 취임 직후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방한에 공들여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 천주교와 박근혜 대통령의 초청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문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 천주교 관계자들과 대통령만 만나고 가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황이 이번에 한국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은 대전, 충남 지역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시아청년대회는 올해 6회째 열리는 청년 신도들의 신앙 대회입니다. 매년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서 파생된 아시아 지역의 대회로, 올해는 13일부터 17일까지 아시아 22개국 청년 신도 6천 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교황은 매년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해 왔는데,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브라질에 참석한 것도 이 행사 때문이었습니다.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순교자들의 뜻을 되짚어 본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통해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아시아는 유럽 중심의 틀로 짜인 가톨릭 역사 속에서 소외돼 왔고, 또 중남미 출신 교황이 한번도 방문하지 않은 지역인 만큼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교황은 물론 가톨릭에게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대회 참석과 함께 교황의 방한에 맞춰 진행될 '시복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시복(諡福)식이란, 가톨릭에서 순교한 이를 공경할 인물인 복자(福者)로 선포하는 의례입니다. 복자는 성인(聖人) 이전 단계로, 순교의 뜻을 높이 기린다는 취지의 의례입니다. 얼마 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이 결정됐습니다. 이 역시 한국 천주교의 오랜 노력 끝에 로마 교황청이 심사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시복식 역시 교황이 직접 주재해 줄 것도 함께 요청해왔습니다.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이 확실시 되기 전 한국 천주교에 10월 쯤으로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교황이 대회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교황의 또다른 방문지는 충북 음성의 '꽃동네'입니다. 행려자들의 사회복지 단체로 잘 알려진 그 꽃동네입니다. 교황이 이곳을 방문하는 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난한 자의 교황'이라 잘 알려진 만큼, 높은 곳이든 낮은 곳이든 세계인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는 대략 이 정도입니다. 교황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만 다음과 같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4일 입국해 성모승천대축일인 15일에 곧장 대전에서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해 청년 신도들을 만납니다. 16일 꽃동네를 방문한 뒤 서울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의 시복식을 직접 주재합니다. 17일 다시 아시아청년대회를 찾아 폐막 미사를 집전합니다. 18일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출국하는 일정이 논의 중입니다. 서울과 대전, 충청 지역을 오가는 꽤 바쁜 일정입니다. 

교황캡쳐_500


 교황의 기존 해외 순방에 견주어 볼 때 이번에도 교황의 수행과 취재진까지 70명이 한번에 입국할 예정입니다.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이 세계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듯이 이번 한국 방문도 어떻게 진행될 지 기대됩니다. 방탄차를 포기하고 일일이 시민들의 손을 잡았던 모습, 지친 사람의 발을 씻기며 입 맞추던 모습, 거창한 만찬 대신 가벼운 티타임을 즐기는 모습... 교황의 방한이 우리를 왜 이렇게 들뜨게 하는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교황은 말과 함께 행동으로 보여주는 지도자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꾸미지 않은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봤기 때문일 겁니다.

 교황은 지난 달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서임하면서 갑자기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 전했다고 합니다. 평소 한국을 사랑하고,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염원한다고 자주 얘기해 왔다고 합니다. 교황의 사랑을 받은 땅, 바로 이 곳에 또 한번 희망의 메시지가 울려 퍼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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