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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잦은 야근과·장시간 근로…"남 일 아니네"

[취재파일] 잦은 야근과·장시간 근로…"남 일 아니네"
흔히들 우리나라를 과로 공화국이라고 하죠.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2년 기준 2천92시간으로, OECD 평균 1천705시간에 비해 400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국가 중 하나죠.

일부 외신들도 우리나라에 대해 비슷하게 보고 있습니다. 2013년 '도그하우스다이어리' 세계지도에서 우리의 대표 키워드를 '일중독'이라고 표현했고, 미 애틀랜타 저널은 2013년 10월 6일자에서 '한국은 주말에도 일하는 나라'라고 보도했습니다. 좀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전혀 아니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 문화를 재고해야한다는 취지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섭외 과정에서 늦은 밤까지 오래 일하는 근로자들의 사례를 다양하게 접했는데요, 모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고된 업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잠깐 그 분들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만난 분은 공장 근로자였는데, 이 분은 무려 20년 동안 주야간 2교대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습니다. 공장이 기계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보니 아무래도 열기가 뜨겁고 소음도 커 밤새 근무하기 결코 수월해보이지 않았지만, 불평 불만없이 묵묵히 자기 업무만 수행하더군요.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에 만난 분은 지하철 기관사였는데, 운행과 운행 사이 6시간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지만, 역시 만만치 않게 근무시간이 많았습니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따져보니 12시간이 넘더군요. 특히 컴컴한 지하에서 주로 근무하는 환경에 지칠 법도 한데 매우 긍정적인 자세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직업에 자부심도 많았고, 짬짬이 틈내 자녀들 교육에도 열성을 보이는 가정적인 가장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난 분은 우체국 집배원이었는데, 앞의 두 분 못지 않았습니다. 주 6일 새벽 6시에 출근해 밤 10시 넘어 퇴근하는 엄청난 업무 강도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는 모습으로 근무에 임하더군요. 하루 평균 2천 통의 편지를 배송하면서 무척 피곤할텐데도 퇴근 뒤 빨래나 설겆이 같은 집안일까지 돕고 있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들더군요.

이 분들의 성실하고 투철한 직업정신은 분명 존경받을만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런 근로시간 문화가 확산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을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업무 강도를 견뎌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구나 통계로도 증명되는 게 2007년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주야간 교대근무가 수명을 평균 13년 단축시키는 2급 발암물질'이라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주 52시간 넘게 근무할 경우 우울, 불안장애 위험이 2.7배 증가한다'고 밝혔고요, 취업포털 '커리어'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의 59%가 회사 일 때문에 가정사에 피해를 입었다'고 답변했습니다. 과도한 장시간 근로가 건강을 해치고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며, 가족관계에도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가 이런 장시간 근로를 통해 고도성장을 이끌어왔고 산업화에도 성공했지만, 이젠 몸을 혹사시키고 사회관계를 단절시키는 근로문화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시점에 맞는 합리적인 근로문화를 찾아야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겠죠.

이번 장시간 근로 현황을 취재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벽 출근과 밤 늦은 퇴근이 잦았는데요, 비단 이번 취재 건 뿐 아니라 평소 제 근무 시간만 보더라도 주 60시간을 넘는 게 장시간 근로자가 꼭 다른 데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이쿠. 남 일이 아니라 나도 장시간 근로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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