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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비진아·분홍신봉선'…진짜 이럴 줄은 몰랐어요

[취재파일] '비진아·분홍신봉선'…진짜 이럴 줄은 몰랐어요
 설 연휴 전, 온라인 상에 '비진아'가 계속 상위권을 맴돌았습니다. '비진아'는 가수 비와 태진아 씨를 합쳐 부른 이름입니다. 지난달 새 앨범으로 컴백한 비가 왜 태진아 씨와 엮이는지도 떠들썩했습니다. 바로 한 네티즌이 만든 영상 때문이었는데요. 비의 신곡 '라 송(La Song)'과 태진아 씨의 곡 '동반자'를 합성한 패러디 영상입니다. '라 송'과 '동반자'가 뒤섞여, 묘하게 두 가수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독성도 있고 여튼 요근래 이렇게 웃어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댓글도 많이 달렸습니다. (영상을 링크하고 싶지만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기 때문에, 검색을 추천합니다)  

 비가 군 제대 직후 발표한 신곡, 얼마나 공들였겠습니까. 라틴 풍이 신선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본 팔다리 긴 비의 춤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났죠. 하지만 이 영상이 너무 웃긴 나머지, 원곡보다 먼저 생각나는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비도 이 영상을 봤습니다.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영상 속 태진아 씨는 너무도 여유있게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는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콜라보 무대 꼭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콜라보'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의 준 말로, 협동을 뜻합니다. 여기서는 쉽게 '합동 무대'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가 말한 '콜라보 무대'란, 네티즌이 만든 합성 영상처럼 태진아 씨와 함께 '비진아'의 합동 무대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급하게 선배인 태진아 씨에게 먼저 연락을 합니다. 영화 촬영으로 국내 활동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필 태진아 씨도 외국에서 일정이 있어 비와 무대를 꾸밀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었지만 비가 외국 촬영 팀에게 출국을 늦춰도 될지 양해를 구했고, 결국 태진아 씨와 콜라보 무대를 하기로 합니다. 부랴부랴 귀국한 태진아 씨와 간단히 리허설만 해보고 선 무대. 서로의 의상을 바꿔 태진아씨가 요란한 가발과 액세서리, 모피 코트를 입고 대신 비는 단정한 양복을 빼입습니다. 나중에 태진아 씨가 한 얘기지만, 가수 생활 45년 동안 목과 팔에 무언가를 주렁주렁 달고 무대에 선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단 세 번, 라 송을 함께 부른 '비진아'의 무대는 뭔지 모를 뭉클함이 남았습니다. '아, 저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비는 컴백 직후 인터뷰 자리에서 '대중'이란 표현을 자주 썼습니다. 대중을 상대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그 의미를 꾹꾹 눌러 담아 쓰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대중' 속에는 팬도 있고, 안티팬도 있고, 또 아예 무관심한 사람도 있겠지요. 그들을 모두 끌어안겠다는 그의 의지가 이 무대에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저만 그랬겠습니까, 비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태진아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생 트로트 안에서 지내온 자신의 틀을 깨고 후배의 제안을 '쿨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지금은 어느 행사를 가나 '비진아'만 찾는다는군요. 팬층이 훨씬 더 젊어졌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엔 비진아 버전으로 새 음원도 발표했습니다. 설운도 씨의 '다함께 차차차'를 합성한 '비운도의 라차차' 영상도 올라오면서 또한번 배꼽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콜라보레이션은 '이걸 잘하는 사람'과 '저걸 잘하는 사람'이 뭉쳐 '둘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만들어졌습니다. 남녀 가수의 듀엣, 곡 중간에 등장하는 피쳐링, 혹은 노래와 춤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무대...콜라보레이션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목적과 구성은 매번 비슷합니다. 무언가 '잘하는' 사람들의 조합이 핵심입니다. 서로 잘한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아예 하려고도 하지 않는 게 바로 콜라보레이션입니다. 하지만 비진아의 핵심은 '응답'이었습니다. 억지로 조합을 만들어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재밌을 것 같으니, 재밌게 해보자'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아이유_500


 얼마 전 한 게임 광고에 아이유와 신봉선 씨가 함께 등장해 또 한번 화제가 됐습니다. 아이유가 게임의 새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내용인데요, 적들과 혼자 싸워야 하는 아이유가 힘에 부치자 내면에 있는 또다른 자아 신봉선 씨가 나타나 괴력을 발휘하며 적들을 물리친다는 설정입니다. 아이유가 데뷔 직후부터 신봉선 씨와 닮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을 광고 아이디어로 삼은 겁니다. 닮은 꼴 사진에 패러디 무대...아이유의 신곡 '분홍신'에 '신봉선'이란 이름을 합쳐 '분홍신봉선'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연예인들에게 외모란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겠죠. 하지만 광고 제작자의 걱정과 달리 둘은 흔쾌히 이 설정에 동의했습니다. 신선한 광고가 탄생했고, 기대 이상의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대중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합니다. 웃고, 울게 하는 것, 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쉬운 요즘은, 대중에게 귀기울여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자신을 비꼬는, 상처가 되는 영상이나 글에 다른 이들처럼 그저 웃어 넘기는 대인배(?)의 모습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로 대중을 또 한번 웃게해 감동적이었습니다. 물론 악성 댓글에 온갖 비방글을 올리는 대중들에게까지 일일이 귀기울이다가는 정신병이 먼저 들 수도 있겠지만, 이 신선한 콜라보레이션은 적어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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