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케이팝, 이젠 기획력의 시대 ②

- 외국인 작곡가들이 몰려드는 케이팝 시장

 케이팝의 새로운 동력, 신인을 발굴해 내고 스타로 만드는 프로듀서 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케이팝 시장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외국인 전문가들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기사에선 미처 담지 못한 작곡가들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소녀시대_500

 소녀시대 4집 '아이 갓 어 보이', 소녀시대가 인기의 절정에서 발표한 이 곡에 대한 반응은 처음엔 '물음표'였습니다. 지금까지 발표한 소녀시대 노래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2분 안에 노래가 적어도 4,5번은 변합니다. 노래가 바뀌니 춤도 바뀌었습니다. 어떤 노래가 히트곡인지, 어떤 춤이 따라하기 쉬울지, 모를 리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신선했습니다. 이 곡은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다수의 곡을 써온 유영진 작곡가와 다국적 작곡가 그룹 '디자인 뮤직'의 합작입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목표로 두고 새로운 방향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딱 떨어진다고 볼 순 없지만, 소녀시대는 제1회 유튜브 어워즈에서 '아이 갓 어 보이'로 뮤직비디오 상을 받았습니다. 동양인으로는 유일한 수상자였습니다.

 '디자인 뮤직'은 지난 한 해 정말 많이 들었던 이름입니다. 노르웨이 출신 작곡가 4명이 모여 만든 팀으로, 지난해 10월엔 내한한 적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런 유럽 작곡가들의 이름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기획자들은 소속 가수들의 음반 제작에 앞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 지 정하고 그에 맞는 곡을 쓸 작곡가들을 찾습니다. 노래를 직접 만들고, 직접 부르는 싱어송 라이터들과는 좀 다른 모습이죠. 이 '작곡가'들을 찾는 시장도 넓어졌습니다. 기획사들은 수백개의 데모 테입을 들어보고, 컨셉에 맞는 작곡가들을 찾아내 계약을 맺습니다. 국적은 상관없습니다. 국내 제작진과 외국인 작곡가들이 의견을 나누면서 함께 작업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요즘 케이팝 앨범들을 보면 작곡가가 1명인 곡은 거의 없습니다. 디자인 뮤직은 이런 경로로 케이팝 제작은 물론, SM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내외 작곡가들의 교류 행사인 '송라이팅 캠프(Songwriting Camp)'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외국인 작곡가들과 국내 기획사를 연결해주는 '뮤직 퍼블리싱' 업계도 활발해 졌습니다. 뮤직 퍼블리싱이란 한마디로 '음반 출판업'이라 할 수 있는데, 외국인 작곡가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이들의 국내 작업 활동과 그에 따른 저작권료 등을 관리해 주는 역할을 도맡아 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니버설뮤직 퍼블리싱에 따르면 지난해 이 업체를 통해서 작곡가 20여명이 케이팝 제작에 참여했고 그 결과 70곡 이상이 국내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소녀시대 4집, 이효리 5집, 엑소 1집, 동방신기 7집...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은 앨범들은 이런 제작 과정 끝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처음엔 국내 기획사가 먼저 이들 작곡가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이젠 외국인 작곡가들이 먼저 케이팝 시장을 찾는 수준이 됐습니다. 이런 인적 교류는 국내 제작진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박소영 / 유니버설뮤직 퍼블리싱 사원]
"해외 작가들이 계속해서 K-POP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 뭔가 본인 스스로도 굉장히 자극이 되고, 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으세요. 그래서 저희 작가님들 중에 이렇게 외국 작가들이랑 같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외국 회사랑 계약이 돼서, 또 미국이나 일본 쪽으로 작업을 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으세요."

  
 지난해 전세대를 아우른 가왕 조용필 씨의 19집은 대부분 외국인 작곡가들이 곡을 만들었습니다. 기자회견 당시 조용필 씨는 '국내 작곡가들이 부담을 느꼈는지, 아무리 곡을 달라고 요청해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엔 그저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자신만의 틀을 깨기 위한 노력이 수많은 '노래 상인'들로 하여금 국내 음악 시장에 참여하고 또 시장의 폭을 넓히는 동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 나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들 뿐 아니라 음악을 제작하기 위한 충분한 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일 겁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