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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황이 온다고요? 진짜요?"

[취재파일] "교황이 온다고요? 진짜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참 인기가 많습니다. 지난해 선출된 이후 줄곧 '소탈하다', '파격적이다', '친근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가톨릭 신자 10명 가운데 9명이 지지할 정도라고 하니, '가톨릭계의 수장'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는 곳마다 많은 인파에 묻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보니 '톱스타 못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안에 한국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한국 천주교계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몇군데 연락해봤더니, 지난해부터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니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식에 우리나라 대표로 유진룡 문화부 장관이 참석했는데, 이때 유 장관도 방한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을 만나 방한을 요청했습니다. 한국 천주교계가 추진하고 있는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 청원'이 통과되면, 한국을 방문해 시복식을 직접 주재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때 필로니 추기경은 "교황이 한국에 꼭 오고 싶어한다"고 답했습니다. 종교계 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서도 방한을 꾸준히 요청해 온 셈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저 '바람'이고 또 '의례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순교자 124인에 대한 시복 청원이 추기경과 주교들의 회의와 교황의 최종 재가만 남겨두고 있어, 큰 대과가 없으면 올해 시복식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도 올 가을 쯤 시복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취지의 간접적인 답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교황의 방한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간 셈입니다.

올해 6회째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도 또다른 계기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가톨릭 청년 신도들이 모여 종교적 화합을 다지는 종교 행사로 '세계청년대회'와 비슷합니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도 참석했고 - 이때도 이색적인 방문에 화제가 됐었죠 - 역대 교황들이 이 대회에 참석했던 점으로 미뤄, 교황이 이번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교황이 한번 올 때도 됐지',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라니 설렌다'....

그런데 정말 교황이 온다면 왜 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대륙에 비해 천주교 신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성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저도 만나고 싶습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교황이라 멀리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연예인이 아니지 않나, 어떤 상황에서 한국을 찾는지, 어떤 말씀을 전하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냐, 취재하면서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교황의 방한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그동안 안팎으로 힘들었던 천주교계에 반가운 일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지난해 말 시국미사로 한동안 종교계와 정치권, 또 종교계 내부 조차도 시끄러웠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유일한 분단국가, 안으로 통합은 커녕 좌우로 갈려 이념 논쟁에 목매는 국가, 불신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연일 톱뉴스를 장식하는 국가...그래서 교황이 찾는 거란 반성도 있습니다. 

교황이 방문한다고 갈등이 해소되진 않겠죠. 하지만 그분이 주는 메시지는 뭘까 기대가 큽니다. 이 시대의 큰 어른으로서 용서와 사랑, 나눔의 울림을 남기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잠시나마 교황이 올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서로의 모습을 한번쯤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네요. 진심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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