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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빚더미 속 세계新 불꽃잔치…두바이 신화 계속될까

새해 불꽃놀이에 60억 원 쏟아부어

[월드리포트] 빚더미 속 세계新 불꽃잔치…두바이 신화 계속될까
새해를 맞는 세상의 표정 중에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곳곳의 불꽃놀이죠. 전통적으로 유명한 호주 시드니 하버 브리지의 불꽃놀이, 그리고 폭죽으로 액운을 날려버린다는 중국인들의 불꽃놀이 사랑 등이 늘 새해 첫 날 뉴스를 장식하는 풍경이었습니다.

■ 6분에 폭죽 50만 발…불꽃으로 뿌려진 600만 달러

하지만 올해는 두바이가 다른 도시들의 불꽃잔치를 압도해 버렸습니다. 800미터가 넘는 초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와 인공섬 주메이라 팜 아일랜드를 포함해 두바이 해안선 94킬로미터에 걸친 어마어마한 규모의 불꽃놀이를 다른 도시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동원된 폭죽만 50만 발, 불꽃을 그저 불꽃이 아니라 밤하늘을 캔버스 삼아 수놓는 한 폭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 전문인력 200명, 컴퓨터 100여 대가 동원된 한 편의 거대한 퍼포먼스였다고 합니다.

단 6분의 잔치를 위해 600만 달러, 우리돈 60여억원을 쏟아 부었다고 합니다.

부르즈 칼리파를 지을 때도 그렇고 유난히 세계 최초, 최고에 집착하는 두바이의 씀씀이답게 지난 해 독립 50주년을 기념해 폭죽 7만 7천 발을 터뜨렸던 중동의 또다른 석유 부국 쿠웨이트의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습니다. 영겁의 시간 속에 6분간의 찰나였지만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고,  전 세계 언론들의 불꽃놀이 세계신기록을 세운 두바이를 앵글에 담았으니 홍보효과도 만만치 않았겠죠.

하지만 이런 두바이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이 적지 않습니다.

■ 자신감의 불꽃인가? 허세의 불꽃인가?…지워지지 않은 몰락의 기억

불과 6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두바이의 몰락을 지켜보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중동의 부국과 달리 넉넉치 않은 부존자원과 거친 사막뿐인 국토환경 속에 두바이가 택했던 발전전략은 한 때 '기적'으로 불렸습니다.

해외에서 대규모 자본을 유치해 최첨단 도시 인프라를 구축해 아시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금융과 국제 비니지스의 허브를 만든다는 전략은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국제적 유동성을 빨아들이며 두바이에게 사막의 기적이라는 명예를 선사했었죠.

하지만 취약한 자기자본과 생산기반 속에 빚으로 빚을 갚고, 빚으로 투자하는 두바이는 세계 금융위기 속에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해외자본들이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서 버블이 터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부동산 가격이 정점 대비 68%나 폭락했습니다.

위기를 벗어날 길이 없었던 두바이는 아랍 에미리트를 구성하고 있는 형제국 아부다비로부터 200억 달러 이상을 긴급 지원받아 겨우 디폴트 상태에서 벗어납니다. 이후 몇 년간 채무 구조조정에 나서고 성장전략을 재조정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는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 당시 저점에서 40% 이상 올랐다는 보도도 있더군요.

하지만 두바이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2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420억 달러나 됩니다. 여기에 오는 2020년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서 호텔과 기타 상업시설등 경기의 부침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인프라 추가 투자에 수십억 달러를 써야 할 판입니다.

■ 또다시 고개드는 버블 가능성

이를 위해 두바이는 자신들을 빚더미에 올라 앉혔던 그 방법, 빚 내서 투자하고 빚내서 빚 갚는 방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이미 한 차례 파동을 겪은 두바이에 다시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펼쳐진 수백만 달러짜리 불꽃놀이는 빚더미 속에서도 세계 최고, 최초에 집착하는 두바이의 허세를 보여주는 동시에, 결국 해외 관광객과 해외 자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전략적 한계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두바이의 어느 언론은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화려한 불꽃놀이 사진들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빚더미인 자국의 상황에 대해선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왕정국가인 두바이 방송과 언론들은 왕가의 시시콜콜한 일상들을 자세히 전하면서도 비판적 기사나 분석은 거의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언론 자유는 열악한 처지입니다.

■ '두바이'를 닮으려던 한국…'안녕들 하십니까?'

이런 두바이의 현실은 우리와도 그리 무관치 않습니다. 전직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두바이를 발전 모델로 여러 차례 거론했었고,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회장을 인수위에 영입하기까지 했었습니다. 물론 임기 초에 두바이 신화가 무너지고 거품이 꺼지긴 했지만, 두바이 발전 모델을 관통했던 신자유주의적 흐름은 세계적 추세와는 거꾸로 이명박 정부, 그리고 지금까지도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부채도 자산'이라는 논리로 빚내기를 부추기는 두바이식 전략은 지난 정부 내내 4대강 공사를 포함해 무리한 국책사업들에 그대로 투영됐고, 그 결과 국민의 자산인 공기업들은 지금 알짜배기 자산을 내다 팔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은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짓눌린 민간 경제 역시 두바이의 몰락과 별다를 바 없는 상황이죠.

사막 한복판에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마천루의 숲과 몰려드는 해외자본에 환호하며 허세를 부렸던 두바이의 과거와 몰락의 충격을 경험하고도 허공에 사그라들 몇 분짜리 불꽃놀이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는 그들의 대담함이 우리 기업들에게 잠시 돈을 좀 벌 기회를 제공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코 우리가 배울 전략은 아닙니다. 그들의 불꽃놀이를 잠시 눈으로 즐기더라도 머리는 차갑게 우리에게 남은 '두바이식 무모함'을 가려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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