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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분한 반기문 "유엔군 차원의 실탄지원은 적절하죠"

엉뚱하기 그지없는 한빛부대 日자위대 실탄지원 논란

[취재파일] 차분한 반기문 "유엔군 차원의 실탄지원은 적절하죠"
남수단 유엔 평화유지군의 대폭 증원이 결정된 안보리 회의 직후, 반기문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에서 일본기자로 보이는 한 기자가 역시나 질문을 던졌다. 유엔평화유지군의 대규모 증원이 결정된 회의였던 만큼 한국이 아닌 대다수 기자들에게는 주제를 벗어난 것이었다.

"반 총장님, 일본이 남수단의 평화유지군 한국부대에 자국의 무기수출 금지법을 위반하고 탄약을 제공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 이슈가 됐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일본의 지원을 환영하십니까?" (Japan has provided ammunitions to South Korean peacekeepers in South Sudan, which goes against Japan's ban on exporting weapons. This is becoming a political issue. Do you any reaction on this, and do you welcome Japan’s contribution?)

반기문 유엔 사무총
반기문 사무총장은 차분하게 말했다. 아마도 기자의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리라. 답면의 핵심은 전투부대가 아닌 공병부대인 한빛부대가 현지 상황이 위험해지면서 방어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유엔평화유지군 차원에서 실탄이 지원됐다는 것이다.

"알고있어요. 한국군 부대는 숫자가 많지 않고 기본적으로 전투부대가 아닌 공병대입니다. 그래서 남수단의 유엔평화유지군 임무지원단(UNMISS) 사령관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이고, 유엔군 지휘관이 한국부대에게 탄약을 마련해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빛부대가 자체 방어력을 갖추게하고 전투력을 강화하는 것으로써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I am aware of that. I understand that the Korean engineering team whose numbers are not big enough and they are basically an engineering team. They are not combat troops. That is why they asked for certain support to the Force Commander of UNMISS. I understand that the Force Commander of UNMISS has arranged this supply of ammunition to the Korean engineering team. I think this is an appropriate thing, to have them defend themselves and to reinforce their capacity there.)

한국군에 제공된 탄약이 일본 자위대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것은 두 나라 군 당국 간의 일이 아닌 유엔 차원의 일이라는 점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분명히 확인해준 것이다. 질문은 거기서 끝이었다.

이 대화만 잘 눈여겨봐도 이번 사태를 이용하려하는 일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은 남수단의 자위대 내부의 화상회의 보고 동영상까지 공개하며 한국군이 일본에 직접 탄약지원을 요청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한국 정부가 자위대에 직접 요청한 일을 일 자위대가 법적인 근거를 찾기위해 유엔을 통한 지원이라는 형식을 취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무기수출 금지 원칙을 지켜왔다. 처음엔 이번 실탄 지원이 이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야당의 반발이 거세자 방어논리를 펴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지만 확대되면서 본질이 변하고 있다.

처음엔 '한국에서 상황이 긴급하다고 해서 지원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일본 국내 야권의 공세에 대한 방어논리로 시작한 것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베 정권의 새 안보기조인 '적극적 평화주의'의 필요성을 호소할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봐라. 일본 자위대의 적극적인 활동이 세계에 필요하다는걸 이제 알겠지?'라는 식이다. 지난 23일 일본의 NSC가 내놓은 담화문이 바로 그것이다.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더 한층 공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세계에 대한 군사적 역할 확대 계기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뉴욕의 일본 기자들은 순진한 것인지, 영악한 것인지 이런 얘기를 한다. "일본이 한국군이 위급하다고해서 정말 어려운 상황인데도 성의를 보인 것인데,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하니 일본 정부가 기분 상하는게 당연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도 잘 한 것이 없어보인다. 일본의 영약한 대응은 분명 얄밉고 비판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도 자위대에서 실탄을 지원받는 것의 의미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한빛부대에 애초 충분한 탄약을 공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려고 단편적인 대응을 하다보니 일본이 나름 증거까지 제시하며 소란을 키우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그나마 세계최대 국제기구의 수장이 한국의 반기문이었다는게 다행이 아닐까? '이건 유엔 차원의 일인데 왜 한.일간 논란을 묻는거냐'고 너무나 간단하게 일축해버린 반 총장에게서 말 많은 뉴욕 외교가에서 유엔 수장으로 경륜이 쌓여가는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으론 건수만 생기면 금세 군사대국이 될 기회를 찾고있는 일본의 모습에 또 긴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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