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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베'와 '시민사회'의 정면충돌…아베의 한판승?

끝나지 않은 '특정비밀보호법' 승부

[취재파일] '아베'와 '시민사회'의 정면충돌…아베의 한판승?
1) 아베의 힘의 정치

아베와 시민사회가 정면충돌했다. '특정비밀보호법'(이하 비밀보호법) 입법화를 둘러싼 한판 승부였다. 중의원과 참의원을 모두 장악한 아베정권은 거칠 게 없었다. 아베 정권의 최대 무기는 입법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국회의원 숫자였다. 이에 대항해 시민사회도 똘똘 뭉쳤다.

전면에는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 비판언론이 나섰다.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 미야자키 하야오-야마다 요지같은 거장들이 뒤를 받쳤다. 역시 시민사회의 최대무기는 무명용사였다. 연일 전국 곳곳에서 '특정비밀보호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참의원 본회의가 열리던 날에는 1만 4천여명 시민이 국회를 둘러쌌다. 오합지졸같은 야당도 간만에 힘을 냈다. 장관 문책결의안에 내각 불신임안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애초 승패가 명약관화한 싸움이었다. 아베 정권은 중의원·참의원 특별위원회에 이어 참의원 본회의까지 숫자를 앞세워 밀고 나갔다. 야당의 '소걸음전술'을 염려해서 회기 연장안까지 통과시킨 상태였다. 골문을 지키던 야당은 '회기연장안'을 보자 그냥 골을 비웠고, 아베정권은 쉽게 참의원 본회의에서 '특정비밀보호법' 법안를 통과시켰다.(12월 6일)

2) 고군분투 '아사히'    

비록 단기승부에서 패했지만, 시민사회 진영의 '아사히 신문과  TV 아사히'는 단연 빛났다. 아사히 신문은 '비밀보호법안'이 발표되자 7개 면을 할애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펜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비밀보호법이 중의원을 통과한 다음 날은, 정치부장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며 나섰다. 1면에 기명 칼럼을 게재하고, 비밀보호법안의 입법화를 막기 위해, 아사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출사표를 띄웠다. 비밀보호법이  참의원 특별위원회를 통과하자, 논설주간이 직접 펜대를 들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이란 칼럼을 싣고 피를 토했다. 사회면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시민 사진들로 지면을 채웠다.  감성에 호소하는 편집이었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TV 아사히도 나섰다. 비밀보호법 참의원 통과를 앞두고는 오후 뉴스시간에 국회 앞에 직접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시민반응을 전했다. 밤 10시 보도스테이션도 연일 비판의 화살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최고 영향력의 신문과 민방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뉴스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한계는 분명했다. 입법의 최대 무기는 역시 국회의원 '쪽수'였다. 본회의장에는 한짝의 신발이 휘날렸다. 국회에 들어간 한 시민이 밥언통과에 항의하며 신발을 벗어 던진 것이었다. 본회의장에서 일어난 시민사회의 최대 저항이었다.
아베 총리 캡쳐_5
3) 이발로 긴장감 푼 아베, 하지만…   

승리한 아베 총리는 주말 이발소에 갔다. 그리고는 대외적으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TV뉴스는 이발소에 가는 아베 총리의 동정까지 보도했다. 아베 정권은, 비록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법안을 밀어 붙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년 5월에나 법안을 다시 발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 속전속결로 갔다. 만약 법안을 미뤄 내년 5월에 승부를 한다면  그때는 4월 소비세 인상의 후폭풍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법안 심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승부수를 띄웠다. 보기좋게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이발을 하면서 긴장감을 풀고, 부하들과 승전파티를 즐겼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다. 집권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아사히,교도통신 여론조사).

비밀보호법  폐기나 수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80%를 넘었다. 지지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어긋났다. '국민들은 곧 잊어버립니다'라고 했던 여당의 한 정치인의 말도 자신감을 잃었다. 아베 총리는 긴급기자회견을 했다(12월 9일). "비밀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생활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아사히 신문은 다음 날 조간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아베 총리 기자회견, '근거는 없고 말뿐이다.'

4) '이념' 본색 드러낸 아베…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아베 총리는 집권 후 '경제'로 점수를 땄다. '아베노믹스'가 그것이다. 이념은 뒤로 숨겼다. 비록 한국과 중국의 언론은 이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일본 시민들은 '경제'만 봤다. 실제로는 두가지  캐치프레이즈 - 경제와 이념-을 들고 나왔지만, 한가지만 보이는 전술을 써왔던 것이다. 그 결과, 70%가 넘는 지지율을 달성했고, 선거에서도 압승해 국회를 장악했다. 하지만, 비밀보호법을 밀어 붙이며 이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권 운영의 전환점에 온 것이다. 선거는 아직 먼 훗날 얘기이기에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거침없이 자신의 '염원'을 꺼내들었다. 전후체제 탈피,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비밀보호법'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전쟁상황과 같은 준전시상황에나 있을 법한 법'이라는 비판은 정확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쟁에 대비한 법이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양보할 뜻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베의 '힘의 정치' 여파는 오합지졸 야당의 재편 움직임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야당인 '다함께당'에서 의원 14명이 탈당했다(12월9일). '다함께당'은 여당같은 야당이라고 해서 요즘 '유당'이라고 불린다. 탈당파는 비밀보호법에 찬성한 수뇌부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일본 시민들이 아베의 본색을 제대로 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베와 시민사회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이다. 비록 단기전에서는 시민사회가 패했지만, '비밀보호법'을 계기로 반아베세력이 한 묶음이 됐고, 일본 시민들도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베의 본색을 시민들이 제대로 알기 시작한  것이다. '독재'와 '민심'의 승부는 단기적으로는 거의 '독재'의 승리였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심'의 승리가 대부분이다. 현재 아베 정권의 정치도 '보수독재'와 다름이 없다.

※특정비밀보호법 : 국가안보, 방위, 테러, 스파이활동과 관련된 정보 가운데 일부를 '특정비밀'로 지정해,   이를 누설하는 공무원은 최장 10년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법안. 정보 유출을 교사하는 사람도 징역 5년에 처할 수 있도록 했음.  이 때문에 공무원, 언론인, 내부고발자는 물론  일반 시민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비판 제기됨. 법 조항에 어떤 게 비밀인지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고, 이를 검증하는 기관의 독립성도 확보되어 있지 않음. 특정비밀로 지정하는 일도 관료가 하고, 검증도 관료가 하는 시스템이어서,  정부에게 불리한 정보가 비밀로 지정되는 사례가 빈번할 것이란 염려가 나오고 있음.

 '특정비밀' 지정기간 최장 60년이고, 일부는 영구히 비밀로 지정할 수 있어, 국가의 정보가 영원히 시민사회가 격리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음   후쿠시마 공청회에서는  여당 추천 인사는 물론 공청회 발언자 7명이 모두  법안에 반대하는 등,   대부분의 법안 공청회에서 법안 폐지 의견이 우세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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