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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LG헬기는 왜 잠실로 향했나

[취재파일] LG헬기는 왜 잠실로 향했나
지난 16일 오전, 모처럼의 토요일 근무라 출근 뒤 조간신문을 살펴보던 중이었다. 사회부 쪽이 갑자기 시끌시끌 거렸다.

"네, 서울에 헬기가 떨어졌다구요?"

자막 속보와 특보 준비, 팩트 확인이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 야근자들의 움직임이 기민했다. 자막은 전 언론사 중 가장 먼저, 특보는 KBS에 이어 진행됐다. 차분하고 실수없이 마무리됐다. 나는 부서가 달랐지만 오전부터 파견이 돼 헬기 사고 취재를 맡았다.

왜 헬기는 잠실로 향했나?

많은 이들이 지금도 궁금해하는 것이지만 ‘왜 헬기가 잠실로 갔는가’이다. 사고 당일 전북 익산에서 열리는 여자야구대회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태우기 위해 무리한 비행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스포츠지를 중심으로 사고 당일 오전에 제기됐다.

하지만 LG 전자는 해명을 통해 전주공장에 임직원 3명을 태우고 가려던 헬기였다고 설명했다. 구 부회장의 탑승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LG는 오후 3,4시쯤 사고 헬기에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탑승예정이었던 사실을 추가했다.  그리고 저녁 7시쯤 남상건 부사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사고 헬기는 전주 공장으로 가는 것이었고 야구장을 가는 헬기는 별도로 있었다고 처음 공개했다. 그리고 그 헬기에는 남 부사장 자신이 타고 갈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구본준 부회장 탑승 예정은 아니라는 것이 LG측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사고 헬기 캡쳐_5

취재 결과는 달라

사고 당일 취재 결과, LG전자의 해명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맞는 부분은 헬기가 2대 예정이라는 것이다. 김포공항에 LG측이 제출한 비행계획에 따르면 16일 오전 8시54분과 10시5분에 헬기 2대가 이륙하기로 돼 있었다. 2대 헬기 모두 코스는 같다. 김포- 잠실- 전주.

 비행계획서에 탑승예정자는 기재하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에 일단 LG전자의 해명에 대해 크게 반박할 수 있는 근거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고 직후 취재를 한 결과, 구본준 부회장이 헬기로 야구장으로 이동할 계획은 있었다는 정황은 확인되고 있다. 사고 직후 의혹이 이어지면서 과연 구 부회장 이외에 같이 이동할 VIP는 여자야구대회를 개최하는 여자야구협회장 정도라고 생각했다. 검색결과 회장은 김을동 현역 국회의원이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김 의원측과의 통화]
오늘 가실려고 했던게 김을동 의원님하고 구본준 부회장 2명만인가요?
= 아니요, 허구연 위원님하고..
 
그럼 허구연 위원, 김을동 의원, 구본준 부회장이 잠실 선착장 가시기로 한 것인가요?
= 10시30분에 예정이 돼 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자택에서 준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잠실 선착장에 10시반까지 도착하셔서..
= 네네,
 
10시30분에 뜨는 계획이었다는 거죠?
= 네, 맞습니다 네네
 
그럼 잠실 선착장에 허 위원님, 김 의원님, 구 부회장님 등 4명이서
잠실 선착장에 10시30분에 만나기로 하셨다는 거죠?
= 그렇습니다 네네

 김 의원 측은 자신들이 헬기로 이동하려고 했던 점, 그리고 구본준 부회장이 동승한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10시30분에 잠실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아마 2번째 헬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화통화는 사고 직후 이뤄졌고 김 의원측은 헬기 사고로 인해 육로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 김 의원측은 자신들은 헬기 탑승 제안을 고사하고 자의로 육로로 이동했다고 인터뷰했다. 사고 직후 SBS와의 취재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익산시청 "구 부회장 등 헬기로 와 오찬 예정"

그리고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익산시청 관계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익산 시청에서는 행사에 구 부회장과 LG전자에서 전주공장에 간다고 밝힌 안승권 사장이 여자 야구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익산시청 관계자]
오늘 VIP 분들 오시나요?
= 오셔요, 밴으로 이동하고 계세요.
 
원래 헬기로 오시기로 하지 않았나요?
= 네, 그냥 밴으로 내려오고 계시대요.

오시는 VIP는 변동 없나요?
= 네, 변동이 없어요.
 
그러면 김을동 의원님 하고...
= 네, 구본준 부회장님, 안승권 CTO하고 오실분은 다 오세요.
 
스케줄이 어떻게 오시기로 한 거예요?
= 헬기로 오셔가지고 오찬하시기로 했는데 오찬만 취소가 된거죠, 그냥.

익산시청 관계자는 이렇게 LG전자의 설명과는 다른, 하지만 참석하는 VIP들의 이름과 이동 수단 그리고 목적까지도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오찬만 취소되고 나머지 일정은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통화는 사고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진 것이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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