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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버스 내 감시의 눈’…CCTV로 불법 녹음까지

[취재파일] ‘버스 내 감시의 눈’…CCTV로 불법 녹음까지
 충북 청주의 한 버스 회사가 CCTV로 기사들을 감시하며 불법 운행을 강요하는 실태 보도해드렸습니다.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경주의 한 버스회사는 CCTV 판독 전담직원까지 두고 매일 기사들의 업무를 확인하고 일지로 남겼습니다. 판독일지를 확인해 보니 몇 시에 버스가 어디를 지났는지는 물론 전화통화한 시간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그 아래는 ‘경위서 제출’이라는 글까지 보였습니다. CCTV를 본래 목적과 다르게 버스기사들의 업무를 감시 감독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채희선 취파
채희선 취파
 회사 측은 노사 협의 사안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버스회사 임직원은 “업무 감독 차원에서 CCTV를 방에서 다 보고 있다”며 “노사가 포괄적으로 동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회사 노사 합의문을 확인해봤습니다. CCTV를 민원이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증거를 확보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사고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쓰겠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회사는 사고 방지를 명분삼아 CCTV를 통해 버스기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때문에 버스기사들은 회사가 합의문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직원인 정 모 씨는 “회사는 무조건 민원이 들어왔다고 하거나 안전 운행을 위해 CCTV를 판독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CCTV전담직원까지 두는 것은 과도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버스 회사의 지나친 감시가 법적 소송으로 번진 사례도 있습니다. 충북 청주에서 버스기사를 하고 있는 이영근 씨는 지난해 버스 안에서 동료와 회사 수당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회사가 상여금 제도를 기사(직원)에게 손해가 나도록 조정하기로 했다”
“직원들이 상여금 포기 각서를 썼으니 되돌릴 수 없다”

 
채희선 취파
 대화 직후 이 씨는 회사로부터 위 발언을 해명하라는 요구서를 받았습니다. 요구서에는 13개의 질문이 있었는데 모두 이 씨가 버스에서 동료와 나눴던 발언에 대한 근거를 묻고 있었습니다.

“이번 임금 협상이 기사들에게 손해가 난다고 주장한 근거가 무엇인가”,“기사들의 근무일이 줄어든다고 말한 근거는 무엇인가” 등 도저히 기사들의 대화를 듣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채희선 취파
 이 씨는 섬뜩했습니다. 회사가 녹음을 하고 있는 것 아닌지 답변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과 2011년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CCTV로 대화는 물론 음성을 녹음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달 뒤 CCTV를 관리하던 한 임직원의 양심선언으로 회사의 불법 녹음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이 직원이 퇴사하면서 이 씨에게 CCTV를 전해줬고 그 때서야 이 씨는 증거를 갖게 된 겁니다.

 이 씨는 현재 회사를 상대로 사생활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씨는 “회사는 CCTV를 당사자들에게 조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며 “지금도 불법 녹음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버스기사 김 모 씨는 “CCTV를 보면 기사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목소리까지 녹음돼 있다”며 “승객들의 사생활도 침해받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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