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레이저로 우주 감시…첩보위성도 포착한다

[취재파일] 레이저로 우주 감시…첩보위성도 포착한다
현재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1000여 개 정도입니다. 군사용 첩보위성은 그것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1.5배에서 2배나 된다고 하네요.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구 어디든 슬쩍 갔다가 엿보고, 다시 원래 궤도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연료 소모가 무척 많습니다. 위성 수명도 몇 달 정도로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첩보위성을 운용하는 나라가 그걸 공개한 적은 없습니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알려진’ 것들 뿐입니다. 미국의 키홀 위성이 그렇고,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우주물체 감시 시스템은 이런 첩보위성의 실마리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우선 지름 50cm인 광학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합니다. 위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위성 표면이 햇빛을 반사하는 걸 이 광학망원경이 포착합니다. 즉, 위성이 햇빛을 반사할 때만 관측 가능합니다. 위성이 지구의 그림자에 들어가면 관측이 힘들어집니다. 위성 궤도에 따라 촬영 가능한 시간은 날마다 다릅니다. 그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저궤도 위성은 한반도를 2~3분 만에 빠르게 통과하기 때문에, 망원경은 하늘에서 별이 지나가는 속도의 5000배로 움직일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이 망원경이 알아내는 위성 궤도의 오차는 가로 세로 1km 정도입니다.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 시스템이 이 1km의 오차를 보완합니다. 레이저는 최고 25,000km까지 올라갑니다. 망원경이 알아낸 궤도의 오차가 cm수준이라면 레이저를 한 번에 명중시키겠지만, 그게 아니라서 측정 오차를 반영해야 하고, 가로 세로 1km 공간에 레이저를 쏘게 됩니다. 그때 첩보위성이 레이저에 맞을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만일 위성이 지나간다면, 그 표면이 레이저 빛의 일부를 반사합니다. 1초에 레이저를 2천 번 쏘면, 대부분은 엉뚱한 방향으로 반사되지만, 1번에서 100번 정도는 빛이 출발한 망원경으로 돌아옵니다. 레이저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니까, 레이저의 출발 시각, 그리고 반사돼 돌아온 시각을 알면, 인공위성의 정확한 고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궤도 오차는 밀리미터(mm) 수준입니다.

이런 식으로 레이저가 반사돼 돌아오는 걸 분석하면 위성의 겉모양도 추정 가능하다고 천문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빛의 속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반사된 레이저의 도착 시간차로 위성 겉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성 표면의 금속 재질과 그런 금속을 주로 쓰는 국가, 즉 첩보위성을 쏜 나라를 넘겨짚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위성의 내부 구조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자신의 신분을 등록하지 않은 첩보위성을 우리가 알 길이 없었습니다. NORAD에 등록한 위성은 전 세계 누구나 궤도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첩보위성을 찾았다, 그럼 어떻게 할 거냐 궁금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레이저 출력이 5와트 정도여서 물리적 조치는 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은 다릅니다. 레이저 출력이 100와트 이상이면 다른 나라 첩보위성 센서의 작동을 방해해 정찰을 못하게 만들고, 출력을 수 킬로와트까지 높이면 센서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이 자국 상공의 미국 첩보위성에 강력한 레이저를 쏴서 정찰을 방해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천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런 레이저 추적시설을 미국은 8개, 중국은 7개, 유럽은 19개 운영 중입니다.

5와트 레이저는 어디에 쓸까요. 연구 목적입니다. 이런 레이저를 얼마든지 쏠 수 있도록 사전에 허가돼 있는 위성이 수십 개 됩니다. 지난 8월 우주로 향한 우리나라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5호도 레이저를 반사할 수 있도록 위성에 반사판을 달았습니다. 아리랑5호가 지날 때 어느 나라든 상관없이 레이저 쏴서 연구하라는 얘기입니다. 천문연구원 관계자는 이렇게 레이저를 쏘면 돌아오는 빛을 분석해 특정 지점의 지질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위성은 고산 지대의 상공을 지날 때는 고도가 낮아지고, 바다 상공을 지날 때는 고도가 올라갑니다. 중력의 영향 때문입니다. 지질에 따라 위성 고도가 크게는 몇 백 미터까지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지구 곳곳에서 쏜 레이저 데이터를 종합하면 지구의 지질 정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시중에 판매하는 레이저 포인터는 출력이 밀리와트(mW) 수준입니다.
우주물체 감시 시스
첩보위성이 아니라면, 미국이 궤도 정보를 다 공개하는데, 또 우리 위성은 자신의 궤도 정보를 늘 항우연에 알려오는데, 우리가 궤도 정보를 왜 알아내겠다는 건지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우리 위성의 안전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실제로 2011년 고도 35,786km의 지구 정지 궤도에서 우리 위성 천리안이 러시아 위성과 충돌해 우주 교통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위성을 제때 쏘지 못했는데, 우리가 천리안을 쏴버리니까, 러시아가 자국의 고물 위성 궤도를 일부러 변경해 위력 시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충돌하려면 해라, 충돌해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식입니다. 근데 우리는 두 위성이 충돌할 것인지, 비켜갈 것인지, 예측하는데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고물 위성은 미국이 궤도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성뿐만 아니라, 우주 파편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파편은 말이 좋아서 그런 이름을 얻었지, 사실 우주 흉기에 가깝습니다. 지름 10cm밖에 안 되는 파편이라도 우주 저궤도에서는 시속 27,000km로 날아다닙니다. 이걸 재수 없게 정면으로 부딪히면, 시속 50,000km가 넘는 속도가 되는데, 상상하기 힘든 파괴력을 갖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운동에너지 계산법을 떠올려보면, 속도를 넣게 돼 있습니다. 지구에서 그런 속도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없습니다. 가끔 지구의 누군가가 마하 5의 전투기를 개발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는데, 그래봤자(?) 시속 6,120km에 불과합니다. 파편의 충돌 확률이 아주 작긴 합니다만, 이게 부딪히면 위성은 완전히 박살납니다. 그래서 저궤도의 아리랑 시리즈와 정지궤도의 천리안을 운용 중인 우리나라는 파편 궤도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파편의 상당수는 고도 700km에서 900km 사이에서 날아다닙니다. 이 정도 높이에 저궤도 위성이 가장 많이 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우주 쓰레기의 8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저궤도에서 연료가 떨어지거나, 부품 수명이 끝나서 일생을 마친 위성은 40~50년 지구를 선회하다가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모두 타버립니다. 그때까지는 고물 위성도 대형 흉기 상태로 우주를 부유하게 됩니다. 정지궤도에서는 수명이 다한 위성들이 마지막 연료를 이용해 고도를 200~300m 정도 살짝 높여서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지구를 돌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그곳을 ‘우주 무덤’이라고 부릅니다. 2007년엔 중국이 자국의 폐기 위성에 미사일 요격 실험을 하는 우주적 민폐를 저지르는 바람에, 또 2009년엔 미국 이리듐 위성이 러시아 코스모스 위성과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우주 파편이 양산됐습니다.

미국은 위성과 함께 이 우주 파편의 정보도 공개합니다. 지름 10cm 이상 우주 파편 22,000여 개의 궤도를 알려줍니다. 미국은 고도 1,000~1,500km의 지름 5cm 파편을 관측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기술로는 이 정도 크기의 파편 궤도는 알아내기 힘듭니다. 2015년은 돼야 지름 20cm 파편을 파악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지름 1m 정도 되는 큼지막한 파편을 천문연구원이 관측할 경우, 이 정보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제공해 파편 궤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라도 우리 스스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위성의 연료를 써서 파편을 피할 것인지, 가만히 있으면서 연료를 아낄 것인지, 그걸 결정하는데 필요한 핵심 정보입니다. 미국이 관련 사이트에 파편 정보를 성실하게 공개한다는 보장이 없고, 우리 위성을 위협하는 대형 파편이 나타났을 경우, 미국 사이트만 계속해서 ‘새로고침’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독자적인 우주 감시 시스템, 우리 위성 안보를 구축하는 기초가 마련됐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