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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끝내 시신으로…재미동포 김씨 총격사건의 비극

총성에 술렁이는 뉴욕의 한인사회

[월드리포트] 끝내 시신으로…재미동포 김씨 총격사건의 비극
한국시간 지난 달 30일 밤 10시 반, 뉴욕주 경찰은 뉴욕 업스테이트 라클랜드카운티 부근 허드슨강에 떠오른 시신 한구를 발견했다. 닷새 전인 9월 26일,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의 용의자 63살 김모씨였다. 경찰의 추격이 시작된지 닷새 만이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사건 현장에선 100여 km 떨어진 곳으로 사건 다음날 김씨가 타고 도주한 차량이 발견된 지역이었다. 그는 총격 다음 날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 한인사회를 발칵 뒤집은 총격사건은 결국 이렇게 씁쓸한 비극으로 끝났다.

도심 쇼핑몰에서 울린 총성…용의자는 한인동포

사건이 일어난 것은 미국시간 지난달 26일 오전, 뉴욕주 롱아일랜드 이스트가든시티의 도심 쇼핑몰 근처에서 총성이 울렸다. 순간 미국 여기저기서 잇따르고 있는 총기난사 공격의 공포가 거리를 엄습했다. 경찰은 상인과 고객들을 급히 소개시키고 건물 출입을 통제하며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뉴욕 언론의 사건 정황에 대한 추측보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간은 7시간 넘게 흘러갔다. 오후 5시쯤 총격을 가한 사람이 아시안계 이민자라는 속보가 나왔고, 곧 한인동포인 63살 김모씨의 사진이 TV 화면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 지역 한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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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낫소카운티 경찰이 파악한 사건 정황은 김모씨가 자신이 예전에 직원으로 일했고, 지금은 하청업자로 거래관계가 있는 조명기구 업체 사무실에 들어가 총을 쐈다는 것이다. 업체 대표인 69살 최모씨와 직원 24살 신모씨가 총을 맞았다. 얼굴 부위에 총을 맞은 최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중태에 빠졌고 신씨는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서 숨졌다. 김씨는 지난 2011년 말부터 이 업체에서 일했고 3개월 전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하청업자로 거래가 있었지만 '수만 달러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지불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는 총을 쏜 후 도주했고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여왔다. 스크리넥키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 경찰국장은 "용의자 김씨가 무장상태"라며 주민들의 주의와 적극적 신고를 당부해 지역의 불안감은 커지기만 했다.

  금전관계 갈등과 원한이 낳은 비극

김씨는 사건 직후, 자신의 여동생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전화 음성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들은 "밀린 임금 문제 때문에 사흘 전 업체대표인 최씨와 만나기로 했었지만 최씨가 약속을 어기면서 김씨가 매우 격앙됐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최씨 가족들은 "영업사원이었던 김씨가 실적이 좋지못해 시공 하청업자로 계약을 바꿨으며 임금이나 대금이 밀린 것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용의자 김씨는 30년 전 미국으로 온 이민 1세대이다. 총격으로 숨진 신모씨는 이민 1.5세대로 미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장래가 유망한 한인 청년이었다. 중태에 빠진 최씨는 뉴욕 동포사회에서 잘 알려진 사업가이다. 롱아일랜드한인회 임원을 맡기도 하며 한인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총상은 치명적인 부위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인사회는 충격 속에 술렁이고 있다. 바로 '한인이 한인에게, 동포끼리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탄식이다. 그동안 뉴욕에서 한인이 총기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는 많았지만 한인이 총격 범인이 된 것은 흔하지 않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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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美 불황에 허덕이는 동포사회

이번 사건은 돌발적이지만 동포사회에서는 미국의 오랜 경기불황에서 한인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는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인종차별과 무시, 그리고 불이익을 감수하며 먼 이국 땅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한다는 의식이 강한 뉴욕 동포사회였던 만큼 이번 사건으로 인한 낭패감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이다. 더욱이 최근 한인부부의 유학생 학대와 한인 매춘조직 검거 등으로 한인에 대한 다수 인종의 시선이 날카로워지는 것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약 90년 전인 1925년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36명이었다. 지금은 뉴욕시와 롱아일랜드, 북부 뉴저지 등을 포함한 한인인구가 2012년 기준 20만 3천여 명에 이른다.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한인들이지만 동포들의 주된 생활터전인 식당, 세탁소 등 자영업계는 최근 수년 동안 미국의 소비위축으로 심각한 직접 타격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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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센서스국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 미국내 한인들의 가구중간소득 평균은 5만3천 달러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 평균인 5만1천달러 보다는 높지만 백인(5만4천700 달러), 중국계(6만6천 달러), 일본계(7만1천 달러)보다는 뒤처진다.

대졸 이상 학력자가 53%로 인종 가운데 전체 인종 가운데 가장 높은 학력수준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상황은 한인 동포들이 이국 땅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특히 25%, 4명 중 1명이 건강보험이 없는 무보험자로 조사됐다.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동포들도 많지만 어렵게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동포들도 많다는 얘기다. "미국의 불황 속에 한인 간에 임금이나 임대료 등 금전문제로 큰 갈등을 겪고 원한관계로 번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인단체 관계자들은 말했다. 김씨의 총격사건 비극을 단순하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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