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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세정의 시리즈 - 정태수 추적기 ②

별장에 은둔? 건강 이상? 소문 난무

[취재파일] 조세정의 시리즈 - 정태수 추적기 ②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9번째로 큰 나라로 우리나라 면적의 26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드넓은 목초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데요, 그런 초원을 차로 5시간 정도 달리니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의 국경이 나왔습니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 사이에는 비자 없이 왕래가 가능하다보니 알마티와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를 오가는 행상인들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다행히 키르기스는 우리나라의 경우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습니다. 여권을 제시하고 간단한 절차를 거쳐 키르기스로 넘어왔습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차와 통역. 현지 교민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통해 차를 빌렸고, 한국어와 러시아어, 키르기스어에 모두 능통한 현지인 가이드도 고용했습니다.(공용어는 러시아어와 키르기스어입니다.) 숙소는 수도 비슈케크에 잡았습니다. 교민 대부분이 수도인 비슈케크에 사는만큼 가장 정보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기본적인 준비를 마치고 취재진이 가장 먼저 접촉한 건 정태수씨를 통역했다는 교민. 카자흐스탄 사업가를 통해 만났는데, 현지에서 광산 개발 사업을 알아보는 30대 남성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남성은 정 씨를 직접 만난 게 아닌 겁니다. 이 남성은 자신이 알고 지내는 고려인 지질학자가 3년 전 정씨를 만났던 일화를 지질학자로부터 전해들은 것 뿐인데, 소문이 돌고 돌면서 와전됐더군요.

그래서 취재진은 이 남성에게 고려인 지질학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했습니다. 고려인 지질학자가 당시 정씨에게 광산 관련 자문을 해주고, 무척 좋은 대우를 받았는데, 이 때문에 지질학자가 정씨에 대해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취재진을 만날 경우 정씨에게 누를 끼칠지도 모른다며 만나기를 거부했다는 거죠.

그래도 다행히 소득은 있었습니다. 이 남성으로부터 정씨에 대해 들은 풍문이 몇가지 있었는데, 정리를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태수 씨는 이곳에서 금광 등 광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려고 했다. 현지에서 돈만 주면 영주권을 살 수 있는데, 정씨가 영주권을 얻었다는 소문이 있다. 광산이 많은 남쪽 나른 지역 별장에 은둔해 있다는 소문도 있다. 정씨가 투자하려고 했던 광산 중에 이름을 아는 곳이 하나 있는데 그게 서북부 탈라스에 있는 제루이 금광이다" 라는 내용입니다.

현지 여행사 사장에게도 비슷한 광산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씨가 카자흐스탄에서부터 남모씨라는 측근과 함께 넘어왔고, 남씨 친구의 형이라는 오모씨라는 키르기스 교민 사업가와 함께 셋이 사업을 도모했다"는 겁니다. "오씨가 차를 빌려달라고 해 렉서스를 빌려줬더니 키르기스 서북부 탈라스 지역의 금광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당시 정씨를 태우고 광산을 방문했던 것이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현지 광산 길이 비포장 도로에 워낙 험해서 차량 수리비만 천불 이상 나왔다고 하더군요. 최근에는 정씨가 거동이 힘들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아져 비슈케크 시내 아파트에서 현지인 간호원의 도움을 받으며 숨어 지낸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습니다. 다른 교민들을 만나자 정씨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소문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기온이 40도 이상 올라간다는 키르기스 남부의 제 2의 도시 오쉬에 있다는 소문까지 들렸습니다. (우리나라의 부산 같은 도시로 이곳은 비행기로 이동해야할 정도로 먼 곳입니다)

이쯤되니 솔직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정씨 행방에 대한 소문 하나하나가 솔깃했는데, 직접 본 사람은 없고 "그렇다더라"라는 식의 갖가지 소문이 난무하자 무엇을 믿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주어진 출장 시간은 4일. 첫날은 밤에 도착해 카자흐스탄에 잠깐 머물렀고, 키르기스로 넘어와 벌써 이틀이 지난 상황이었습니다. 남은 출장 기간은 단 이틀 뿐인데 워낙 지형이 험준해 탈라스나 나른, 오쉬 모두 어느 한 군데를 가더라도 각각 하루종일 잡아먹어 직접 다 찾아가기에는 무리였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모험을 할 순 없었기에 선택을 해야했습니다. 아무래도 정씨를 직접 본 사람들을 접촉해야했기에 일단 교민들에게 정씨를 만났다는 지질학자를 수소문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또 정씨 곁에서 금광투자사업을 도왔다는 키르기스 교민 사업가 오모 씨에 대해서도 수소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겨우 그 고려인 지질학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30분간의 전화 통화 끝에 설득에 성공한 겁니다.

[취재파일] 조세정의 시리즈 - 정태수 추적기 ①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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