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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파트 놀이터에 가시 철조망…갈라진 동심

[취재파일] 아파트 놀이터에 가시 철조망…갈라진 동심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외부 아이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을 설치해 논란입니다. 지난 2일,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 놀이터 입구가 가시철조망으로 막혔습니다. 이 아파트 놀이터에 외부 아이들이 너무 많이 드나들어 시끄럽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가 결정한 겁니다. 이 아파트 놀이터는 안양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놀이터와 연결돼 있습니다. 놀이터 규모가 동네에서 가장 크다 보니 그만큼 많은 아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아파트 놀이터_50

 놀이터 입구를 막은 철조망은 웬만한 초등학생 키만큼 높았습니다. 아이들은 만날 왔다 갔다 하며 이용하던 놀이터를 막아버린 철조망이 야속한 듯했습니다. 한 초등학생은 “와, 어떻게 이런 것(철조망)까지 쳐 놓냐”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또 다른 단지 밖 초등학생은 “단지 내 놀이터가 더 재미있다”며 “철조망을 쳐 놓으니 아이들이 그 위를 넘어 간다”는 우려스러운 말을 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 안전이 걱정스럽습니다. 단지 밖 주민 이상민 씨는 “철조망 같은 위해 시설물을 놀이터에 설치한 데다 아이들 놀라고 만들어 놓은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단지 내 놀이터는 사유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아이들이 너무 많이 드나든다”며 “밤마다 청소년들이 들어와 애정행각을 벌일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놀이터에 가시철조망을 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경기도 안산의 또 다른 아파트는 이미 지난해 8월 놀이터 울타리 위에 철조망을 둘렀습니다. 이 아파트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주민은 “아이들이 자정이 넘도록 고성을 지르고 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가시철조망을 친 후에는 그런 일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놀이터 소음에 불만을 품고 놀이터에 접시 등을 던져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당시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5,6명이 있었던 터라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한 사건이었습니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이웃 간의 대화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는 ‘층간소음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까지 벌어지자 이 아파트에서는 ‘이웃 간 대화’를 통해 자율 조정을 하기로 한 겁니다. 엘리베이터에 층간 소음을 줄이자는 안내문을 붙이고, 사흘에 한 번씩 안내방송을 하는 작은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컸습니다. 소음대책위 출범 전 한 달에 많게는 20건 씩 발생했던 층간 소음 민원이 2건으로 줄었든 겁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시에서 놀이터 사용 시간을 협의해 정하고 주민들이 실천하는 노력을 했다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원이 잇따르자 아파트는 철조망을 황급히 울타리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양쪽 놀이터를 맘껏 오갈 수 없는 동심에는 생채기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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