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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봉길 의사 기념관, 단전 늦춰졌지만…

유품 훼손은 진행 중…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

[취재파일] 윤봉길 의사 기념관, 단전 늦춰졌지만…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 이스라엘에 있는 '야드 바셈 박물관' 이란 곳이 내세운 표어입니다. '야드 바셈' 박물관은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에게 희생된 유태인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홀로코스트 박물관입니다. '야드 바셈' 이라는 이름 자체도 '이름을 기억한다'라는 뜻이라네요. 당시 희생된 희생자들 이름 말이죠. 이스라엘은 이런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이스라엘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짓고 있는데 이는 독일을 압박하는 상당한 힘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독일은 아직까지도 수시로 이스라엘에 머리를 숙이고 과거를 사과합니다.

 미국의 독립을 이끈 조지 워싱턴은 그 공으로 미국 초대 대통령을 역임했습니다. 미국의 수도죠, 워싱턴DC가 배경인 영화를 보면 뾰족하게 치솟은 흰 색 탑을 자주 보실겁니다. 이게 바로 그 워싱턴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비입니다. 저도 가 본 적이 있는데, 얼마나 깔끔하게 관리가 잘 돼 있는지, 다른 나라 대통령인데도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찾아보게 되더군요.

 일본도.. 일본 얘기 하려니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만.. 뭐, 자기들 나름대로는 선조라고 우기며 지독하게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습니다. 주변 국가가 아무리 비난해도 끈질기기가 쇠힘줄보다 더합니다. 선조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미명을 덧씌우죠. 역사를 왜곡해 가면서까지 자신들 역사를 지키고자 하는 모습입니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떨까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가 봤습니다.

ㅁ 곰팡이, 단전, 침수, 무너짐.. 습도 조절 장치도 없어 망가져 가는 윤봉길 의사의 유품들

윤봉길 의사 기념관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두 곳에 있습니다.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저 당시 일본군 장성들을 사살했던 중국 상하이 홍구 공원에 하나, 그리고 서울 서초동에 있는 '양재 시민의 숲'에 하나입니다. 아! 윤 의사 고향인 예산에도 윤 의사를 모시는 사당인 '충의사'가 있습니다. 이 곳에도 작은 기념관이 있긴 합니다만, 이 곳은 생가와 사당이 주이니까, 온전한 기념관은 중국과 서울 서초동에 하나씩 있는 셈입니다.

- 전기 요금 낼 돈 없어 다 꺼놓고 최소한의 전기만 사용
 이 서초동에 있는 기념관은 겉에서 볼 땐 건물이 참 멋있습니다. 그런데 들어가면 뭔가 이상합니다. 어두컴컴합니다. 윤 의사가 생전에 남긴 저서와 사용하던 물건 같은, 국가 보물로 지정된 유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어두컴컴 합니다. 혹자는 '귀신 나올 것 같다'는 표현까지도 하더군요. 도통 조명을 켜놓지를 않습니다. 조명도 안켜는데 에어컨인들 켜겠습니까. 바깥보다도 온도가 더 높아서 한창 더울 땐 실내 온도가 38도까지 치솟았습니다. 문을 연 건지 닫은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인데, 이게 전기요금이 없어서랍니다. 한 달에 200여 만원 전기요금이 나오는데, 그걸 낼 돈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말 최소한의 전기만 켜 놓고 다 끈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죠. 

윤봉길 의사 기념관
- 습도조·온도조절 장치 없어 윤 의사 유품(보물) 훼손
 전기도 못 켜는데 다른 시설인들 오죽하겠습니까. 앞서 말한 국가 보물로 지정된 유품들이 유리관에 전시가 돼 있는데, 그 흔한 습도 조절장치 하나 없습니다. 윤 의사가 농촌 계몽을 위해 남긴 '농민독본'이란 책이 있는데요, 그 가치가 참 대단하죠. 윤 의사 의거 직후 일제에 역적으로 몰려 윤 의사 집에 압수수색이 들어왔답니다. 그때 윤 의사 가족이 그 저서들을 지키기 위해 천장을 뚫고 그 위에 숨겨서 이제까지 전해지고 있는 건데요. 기념관 직원은 취재진에게 오히려 그 열악했던 때보다도 못한 대접을 지금 받는거라고 한탄하더군요. 잘 보존해도 종이가 세월이 흐르면 삭고 변질되게 마련인데, 여름엔 고온과 습도에, 겨울엔 강추위와 건조함에 무방비로 노출되다 보니 벌써 잉크도 많이 날아가고 종이도 많이 바스라졌단 겁니다. 보는 내내 기자도 참 안타까웠습니다.

윤봉길 의사 기념관
- 그림·전시품엔 곰팡이와 벌레가..
 윤 의사 기념관에 들어서면 로비가 나옵니다. 그 로비 양쪽 벽면에 대형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윤 의사의 업적을 그린 그림입니다. 우리나라 지폐 5천 원권의 율곡 이이와, 5만 원권의 신사임당 초상화를 그린 이종상 화백이 25년 전 그려 기증한 역작이죠. 이 그림도 참 가치가 있는 그림인데, 이것도 참 많이 망가졌더군요. 액자에 끼울 유리를 맞출 돈이 없어서 그냥 캔버스가 공기에 훤히 노출이 돼 있는건데요, 도료가 많이 날아가 여기저기 흐릿해졌습니다. 기념관 측은 너무 걱정돼서 전문가 진단을 받아 봤다는데, 그 그림 뒷쪽엔 바퀴벌레나 개미 같은 해충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하루속이 손을 봐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림 뿐 아니라 복도 곳곳에 걸린 붓글씨 액자에도 여기저기 곰팡이가 심하게 슬어 있어 보수가 시급해 보였습니다.
윤봉길 의사 기념관

- 비 새고 곰팡이 덮인 지하 창고.. 전시품 훼손
 지하는 더 심각합니다. 지하엔 전시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가 있는데요, 말이 수장고지 정말 참혹할 정돕니다. 장마철 비가 새서 전기가 모조리 차단돼서 암흑 투성이가 됐는데요, 곰팡이까지 사방을 덮치면서 지하층에 보관하고 있던 전시품은 완전히 못쓰게 돼 버렸더군요. 정말 이게 기념관인지 폐가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윤봉길 의사 기념관

- 지붕 기와 떨어져 기념관 뒷문 폐쇄
 얼마전부턴 기념관 뒷쪽의 3층 높이 지붕에서 기와가 막 떨어져 내리고 있습니다. 쿵 쿵 소리를 내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 나는 기왓장이 정말 위협적입니다. 자칫 스치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판이죠. 그래서 기념관 뒷문은 아예 폐쇄돼버렸습니다. 가뜩이나 기념관 찾는 관람객이 거의 없는데, 엎친데 덮친 격입니다.
 
- 이나마도 전기 요금 못 내 폐관 위기.. 단전은 한 달 연기
 자, 그런데 이나마도 운영이 되면 다행입니다.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으로 어떻게든 꾸역구역 운영하면 그래도 명맥은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기가 완전히 끊겨버리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금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딱 그처지입니다. 넉 달간 전기요금이 밀렸거든요. 1천 2백만 원 정도 됩니다, 밀린 전기요금. 이 걸 못내서 한전에서 최고장이 날아왔고, 9월3일 월요일 부로 전기가 끊길 위기였습니다. 이 상황을 어제 제가 보도를 했지요.

윤봉길 의사 기념관
 보도 나가고 나서 정말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셨고요, 박원순 시장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시겠다고 얘기 하셨더군요.
 그런데, 이걸 다행이라고 표현해야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행히도 단전은 한 달 연기됐습니다. 한전이 단전 계획을 철회한 것도 아니고, 정부가 전기요금을 내 준 것도 아닙니다. 현재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회장이 개인 돈으로 한 달 치 전기요금을 급하게 막은 겁니다. 일단 단전은 9월 3일에서 10월 1일로 한 달 연기되긴 했지만, 이거야 말로 정말 언발에 오줌누기 식 임시방편이죠. 계속 부채가 늘어나는데 이렇게 개인이 사재를 털어서 막는 식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단전 한 달 연기 소식이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 중국도 윤봉길 의사 영웅 대접 하는데..
  이런 현실을 취재하는데, 이거 울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가슴이 너무 아프더군요. 앞서 말씀드린 중국 상하이 홍구 공원에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말입니다, 최근까지 중국이 운영을 해 왔답니다. 왜냐고요? 윤 의사가 25살에 목숨걸고 도시락 폭탄 의거를 일으켰을때, 장개석 주석이 그랬다네요. '100만 중국인도 못 한 일을 윤봉길 의사가 해냈다'라고요. 이 의거에 힘입어 중국인들은 '항일운동'을 거세게 일으키기도 했고요. 그 이후로 중국인들은 윤봉길 의사를 영웅 대접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예우를 하기 위해 중국 지자체에서 상하이 윤봉길 의사 기념관 운영비를 지원해 왔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서울에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이 모양이라니요.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측은 "이건 윤봉길 의사를 선양하는 사업이 아니라, 윤봉길 의사를 짓밟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탄하더군요.


ㅁ '양재 시민의 숲' → '윤봉길 공원' 이름 바꾸려다 실패.. 일부 주민 '집 값 떨어진다?'

 사실 윤봉길 의사 기념회의 재정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쌓이고 쌓이다 이번 단전 사태까지 온 겁니다. 이러다보니 관람객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기념관 측은 다른 방법으로 윤봉길 의사를 선양할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윤봉길 의사 기념회가 있는 '시민의 숲' 공원 이름을 '윤봉길 공원'으로 바꾸자고 제안 한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습니다. 서초구에서 반대를 한 겁니다.

- 서초구, '윤봉길 공원' 이름 반대.. 10명 상대로 한 설문조사 근거
 반대를 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주민들에게 여론조사를 했는데, 반대 표가 더 많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웃긴게, 알아보니 서초구가 설문조사를 했다는 주민이 달랑 10명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0명 한테 물어보고 그 사람들이 반대를 한다고 개칭을 반대를 한 것이죠. 더 웃긴 건, 그 10명이 또 전원 반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를 한 사람들은 왜 반대를 했을까요? 윤봉길 의사 기념관 측은 '집 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윤봉길 공원'으로 개명하게 되면 웬지 추모 공원 느낌이 난다는 거죠. '추모 공원' 느낌 나면 또 웬지 '묘지' 느낌이 나고, 그러면 사람들이 싫어하고.. 뭐 그런 연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싫다는 겁니다. 혀를 찰 일입니다.

- 前 서초구 국회의원 "윤봉길 의사 연고 서초구 아니다" 반대
 당시 서초구 지역구인 한 국회의원은 이 10명 설문조사 내용을 토대로 서울시에 의견도 냈습니다. 문건을 보내서 개칭은 불가하다고 한 겁니다. 당시 문건엔 이런 이유가 써 있었습니다. '윤봉길 의사는 서울시 서초구에 아무런 연고도 없기 때문에 개칭은 적절하지 않다'고요. 이 내용은 당시(2008년) 언론에 소개되며 참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윤봉길 공원'으로 개칭하는 일은 그렇게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 중국 윤봉길 기념관은 '루쉰 공원'에.. '루쉰'은 중국 위인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중국 상하이 홍구 공원에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홍구 공원'이 얼마 전 '루쉰 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루쉰'은 중국의 유명한 문학가입니다. 항일투쟁을 벌인 사람이기도 하고요. 중국 윤봉길 기념관은 중국 위인의 이름을 딴 공원에 있는데, 우리나라 에선 윤봉길 의사 이름 딴 공원 하나 짓는데도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것. 취재하면서 이게 참 가슴 아팠습니다.



ㅁ 국가의 '운영비 지원'없어 재정난에 허덕.. 보훈처↔서울시 서로 '우리 관할 아니다'

 다시 재정난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한 달 연기되긴 했지만, 어쨌든 또 한 달 후면 폐관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 '안중근 기념관', '백범 김구 기념관'은 되고 '윤봉길 기념관'은 안 된다?
 원래 독립투사 기념관과 같은 '현충 시설'은 보훈처가 지원하고 관리합니다. 그 일 하는 부서도 따로 있고 담당자도 있습니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나 '백범 김구 기념관'은 매년 수 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가보시면 참 잘 돼있습니다. 이건 그나마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왜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지원을 못 받느냐고요? 이게 서류 한장 차이입니다. 기념관 건물의 소유주가 보훈처냐 보훈처가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2010년에 재건립 됐고, 백범 김구 기념관은 2002년에 세워졌습니다. 두 곳 모두 보훈처가 건축비 상당부분을 댔고 당연히 소유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훈처가 매년 몇 억 원씩 운영비를 지원하는 겁니다.

 그런데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1988년에 지어졌습니다. 당시 성금을 모아 건물을 지었는데, 그러다보니 보훈처 소유의 건물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원 못 한답니다. '현충 시설' 지원 업무를 하고는 있어도, 자기네 건물이 아닌 기념관의 운영비까지 대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는 행사비 같은 것 3~4천만 원이 지원되긴 하지만 그게 끝입니다. 

제가 보훈처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봤습니다. 

기자: 운영비 지원을 좀 해 주면 안되나요?
보훈처: 국유 재산이 아니니까 재산 문제는 그 쪽(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에서 알아서 해야겠죠.
          생각을 해보세요, 상식이잖아요, 기자님!
기자: 그래도 찾아보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보훈처: 건물 관리를 서울시가 하고 있으니까 서울시에 물어보세요.

 그래서 서울시에도 물어봤습니다.
보훈처 직원 말대로 현재 윤봉길 의사 기념관 유지·관리는 서울시가 하고 있긴 합니다.
간단한 유지보수를 해 주고요, 기념관 건물을 무상으로 임대해서 쓰게 해 주고 있습니다. 또 기념관 앞 주차장에서 나오는 수익도 윤봉길 기념사업회가 쓸 수 있게 해줬습니다. 나름 배려를 해 주긴 해 준 것인데, 문제는 이정도 갖곤 어림도 없다는 거죠. 그래서 결국 전기요금이 넉달 치나 밀리게 된 겁니다. 서울시에도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기자: 유지·보수 업무 외에 운영비 지원은 안되겠습니까?
서울시: 그거는 보훈처의 업무에요. 보훈처가 할 일이죠.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기념관을 보더라도 기념관 운영비 지원은 보훈처가 해야 할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건물이 보훈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을 안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탁계약을 맺은 서울시가 지원을 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또 이런 기념관에 운영비를 지원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지원 안 하고 있습니다. 
규정을 따르다보니, 여기서도 저기서도 지원을 못 받아 문 닫게 생긴 겁니다.

ㅁ 역대 윤봉길 기념사업회 회장엔 전직 대통령도..

 앞서도 설명 드렸지만, 윤봉길 기념관을 운영하는 곳은 '윤봉길 기념사업회'라는 사단법인입니다. 역대 회장을 보면 쟁쟁한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되고 나서까지도 회장직을 맡았고요, 김영삼 전 대통령도 대통령 되기 전에 '윤봉길 의거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다들 윤봉길 기념사업회 회장직을 맡은 직후에 대통령이 되셨는데, 왜 이 열악한 기념관은 보수조차 되지 않았을까요? 대통령이 조금만 신경 쓰면 윤봉길 의사 기념관 쯤이야 얼마든지 개보수를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동안 저명한 정치인이 회장직을 맡으면 혹시나 윤봉길 의사 기념 사업이 번창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윤 의사 유족과 기념사업회 회원들은 그래서 이젠 그냥 일반인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일반인이 더 내실있게 기념사업을 펼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네요.

ㅁ "소유주가 아닌, 공적 기준으로 지원해야"

 해결책이 없을까요? 현행법상으로는 불행하게도 해결책이 없습니다. 공무원 개인이 규정 어기고 그 큰 금액을 지원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자, 그래서 전문가는 그래서 이런 방법을 제시합니다. 건물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기준으로 삼지 말고, 공적을 기준으로 지원하는 게 어떻겠냐고요. 공적으로만 따지자면 윤봉길 의사는 건국 훈장을 받은 15인 중 한 분이시고, 우리 독립운동가를 대표하시는 분이시니 이렇게 소외 될 일도 없겠죠. 또 윤봉길 의사 뿐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지원을 못 받고 있는 다른 독립투사나 민주투사 등 유공자의 불합리한 처우도 개선 될 여지가 있고요. 이건 정말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세상 그 어떤 나라에도 건국 영웅을 홀대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말이죠. 역사가 필수과목이 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 조차 사실 어불성설입니다. 자기 나라 역사를 배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한다는 것이 참 씁쓸한 현실입니다만, 그래도 어쨌든 이젠 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러면 뭐 합니까? 학생들이 교과서 보는 것 보다 윤봉길 의사 같은 독립투사 기념관 한 번 더 가보는 것이 정말 산 역사교육일 텐데, 기념관은 커녕 윤 의사 자체가 잊혀져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요즘 정치권은 연일 일본의 역사왜곡과 야스쿠니 참배를 놓고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독립투사의 흔적은 점점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 혹시 못 보신 분들을 위해, 8월 31일(토) SBS 8뉴스에 보도된' 윤봉길 의사 기념관 실태 뉴스'를 링크합니다.

암흑천지에 곰팡이 뒤덮은 윤봉길 의사 기념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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