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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조난, 그것은 영화가 아니다

[데스크칼럼] 조난, 그것은 영화가 아니다
일본 나가노(長野)는 겨울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여행지다. 199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며 세계적인 겨울 스포츠 메카로 인정받았고, 해마다 겨울이면 연평균 3m의 적설량을 자랑한다. 해발 3000m에 달하는 준봉들을 배경으로 펼쳐진 스키장이 80여 개나 되고, 스키장 주변의 고즈넉한 온천마을은 애프터 스키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크레바스에 떨어진 조난자를 구조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일본 산악영화 '산 -모두의 산'(감독:카타야마 오사무)이 제작된 주무대도 나가노다.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웅장한 화면이 압권이다. 개인적으론 '일본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다. 오구리 순과 나가사와 마사미가 주인공인 산악 구조대원으로 열연했는데, 스토리보다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산의 사계절 모습에 시종일관 압도됐다.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처럼 일본에도 3개의 산맥이 혼슈를 관통한다. 이른바 '재팬 알프스'(JAPAN ALPS)다. 그 중심이 바로 나가노다. 나가노현과 기후 현 그리고 도야마 현의 경계에 있는 히다산맥이 '북 알프스'고, 나가노 현 남부에 있는 기소산맥이 '중앙 알프스', 그리고 나가노 현과 야마나시 현 및 시즈오카 현의 경계에 있는 아카이시산맥이 '남 알프스'다. 이들 3개의 알프스를 총칭해서 '재팬 알프스'라 부른다.

'재팬 알프스'란 명칭은 메이지 시대의 영국인 선교사 웨스턴이 처음 사용했다. 웨스턴은 이들 세 산맥의 여러 산을 등산하고 난 뒤, '일본 알프스의 등산과 탐험'이란 책을 출판해 '재팬 알프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준봉들이 거대한 병풍처럼 남북으로 늘어서 '일본의 지붕'이라 불리는 이 지역은, 해발 3,000m 이상의 고산 수 만도 26개에 이르는 험준한 곳이다. 전문 산악인도 늘 겸손함과 경외심을 간직하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가벼운 트레킹 코스 정도로 치부된다. 여행사들의 과대광고 때문이다. 만년설을 만나기 위해 지구 반바퀴를 돌아 알프스 산맥까지 가지 않아도, 불과 2시간 거리에서 설경을 마주할  수 있는 매력적인 트레킹 여행지가 있다고 선전한다. 처음엔 '북 알프스' 지역인 다테야마의 '알펜루트 일주' 상품에만 국한하더니 이젠 '중앙 알프스'로 까지 번졌다.

이번에 한국인 등산객 4명이 사망하는  조난사고가 발생한 곳이 '중앙 알프스'다. '중앙 알프스' 지역은 길이가 65km에 달하고 너비가 15km에 이른다. 가장 높은 지점은 해발 2956m의 기소코마산과 쇼기카시라산이며, 그 옆으로 교산(2296m), 호켄다케산(2931m) 등이 이어진다. 한국인 단체 등반객들이 등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호켄다케는 '중앙 알프스'를 대표하는 고산으로, 고산식물 꽃밭으로 유명하다. 험한 암봉이 많아 낙상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기상 변화가 심해 조난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 최근 우리나라에는 힐링 트레킹 코스로 알려졌다. 조난은 통상 대오에서 낙오하는 사람들이 겪게 된다. 영화에서는 언제나 주인공이 조난자를 구해내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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