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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부업, 금리 규제와 인하로 음성화?

[취재파일] 대부업, 금리 규제와 인하로 음성화?
불황은 불황인가 봅니다. 고금리의 대명사였던 대부업체들이 잇따라 금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업계 1위 러시앤캐시에 이어 산와머니, 웰컴론, 리드코프 등 대형 대부업체 7곳이 평균 2%P, 최대 8.9%P씩 금리를 인하하고 있습니다. 보통 대부업 금리 상한선인 39%를 거의 다 받아왔으니, 최대 30% 정도로 낮춰졌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금리를 자진해서 내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단 금융당국의 규제와 사회적 분위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쉴새없이 금리 낮추라고 압박하다보니 안 낮출 재간이 없는 겁니다.

두번째는 불황이 워낙 장기화되다보니 대부업체들도 서로 금리를 인하하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선 겁니다.규모가 커지다보니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저신용 고객에게 고금리로 대출해줄 필요없이 상대적인 고신용 고객에게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게 회수도 잘되고 낫다는 계산이겠죠. 대부업체들이 요즘 계속 양성화를 추구하는 추세라는 점에서도 이해수지가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형 대부업체들 말고 중소형 대부업체들은 어떨까요?

이들에겐 금리 인하가 쉽지 않습니다. 대형 대부업체들과 금리 인하 경쟁을 벌이기엔 당연히 자금 여력이 안됩니다. 상당수가 인지도가 없어 직접 대출보다는 대부를 중개하는 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요즘 추세가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엔 중개보다 직접 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고, 중개업체들도 대형 대부업체 쪽에만 쏠리다보니 설 자리가 없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 등록된 합법적인 대부업체만 만천여곳에 이른다고 하니, 엄청나게 많은 중소형 대부업체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1만5천여곳이었던 등록 대부업체 숫자는 지난해 만천여곳으로 줄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 줄어든 대부업체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금융당국이나 업계는 이들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불법 사금융 시장은 추산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실제로 등록 대부업체들이 줄어든 지난 3년간 당국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신고 건수는 만9천여건에서 9만4천여건으로 5배나 늘었습니다. 금리 규제에 대형 업체와의 경쟁까지 밀리면서 등록을 취소하고 폐업한 뒤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규제에서 벗어났으니 당연히 다시 말도 안되는 불법 고금리를 받겠죠?

당국의 금리 규제나 대형 대부업체들의 자발적인 금리 인하는 분명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중소 대부업체의 음성화를 부추기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모두가 만족할만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정답을 찾으려는 금융당국의 노력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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