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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계 제로 이집트 정국…운명의 30일

무르시 취임 1주년…제2 혁명 도화선 되나(?)

[월드리포트] 시계 제로 이집트 정국…운명의 30일
1년 전, 결선투표 끝에 무바라크의 수하였던 샤피크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된 모하메드 무르시. 30년 무바라크 군부 독재를 시민의 힘으로 뒤엎고 민주 선거를 통해 집권한 대통령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기대는 뜨거웠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70%대를 웃돌았고, 뭔가 달라지지 않겠냐는 희망도 술렁이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무르시 정권의 집권 1년 만에 광범위한 퇴진 요구에 직면해 있고, 이번 주말이 그 중대 고비가 되고 있습니다.

다시 거리에 나서는 이집트인들…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나(?)

집권 초기 무르시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무력 충돌에 과거와는 다른 접근으로 분쟁을 마무리짓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휴전과 함께 가자 지구 통행 보장 등 여러 성과를 얻어내며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과거 정권의 친미, 친이스라엘적 접근에 불만이 팽배했던 이집트와 아랍권 시민들의 지지와 찬사를 받아 냅니다. 하지만 이런 외교적 성과가 결과적으로는 무르시 정권에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외교적 승리에 도취한 것일까요? 무르시 정권은 이후 민감한 정책들을 밀어 부칩니다.

사법부의 판단으로 의회가 무력화되자, 대통령이 입법권을 장악하겠다는 이른 바 ‘현대판 파라오 선언’으로 30년 독재의 기억에 넌덜머리를 내던 이집트 시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배경이던 무슬림 형제단의 강력한 입김 아래 이슬람 율법 샤리아의 광범한 적용을 가능케 하는 ‘신 헌법 초안’까지 추진하면서 국론 분열은 극에 달합니다. 거리는 다시 최루탄에 뒤덮였고, 이 과정에서 여성 시위대에 대한 성폭력 사건과 치안 부재로 인한 강절도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무르시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날개없는 추락을 이어갑니다. 국내외의 거센 반대와 우려 속에 무르시 정권은 파라오 선언은 백지화하고 신 헌법 문제도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보이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였습니다. 하지만 최악으로 빠져든 이집트의 경제상황과 연이은 인사실패는 무르시 정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고 말았습니다.

최악의 경제난…계속된 인사실패…들끓는 민심

집권 1주년을 앞둔 카이로 거리는 그야말로 카오스, 그 자체입니다. 외환 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연료 부족이 만성화된 상태로 주유소마다 기름을 구하려는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연료부족은 40도 안팎의 불볕 더위에 매일 몇 시간씩 정전이 일상화되는 전력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고 있습니다. 어떤 이집트인은 최악의 연료난 와중에 정전이 더 잦아지자, ‘이제 주유소에 기름이 돌겠군’이라고 하더군요. 발전소에 갈 기름을 주유소로 돌렸으니 정전은 잦아지고 연료난은 나아질 것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입니다.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은 실업률과 물가고, 계속된 정정불안 지친 외국기업의 철수 속에 무르시 정권은 카타르와 리비아 등 주변국에 급한대로 몇 억불, 혹은 몇 십억불씩 변통해 가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무르시 정권의 황당한 인사는 등돌린 이집트 국민들에게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인식을 더 확고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새로 임명한 문화담당 장관은 유서깊은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의 예술감독을 해고하는 등 문화 예술계 주요 보직을 이슬람 주의자들로 싹쓸이 해 버렸고, 관광명소 룩소르를 관할하는 주지사에 지난 97년 관광객 50여명을 몰살시킨 테러 사건을 일으킨 가마 이슬라미야라는 이슬람 급진단체 출신을 임명하며 거센 반발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능력과 국민 통합은 도외시한 채 밀실에서 행해진 어처구니 없는 인사는 무르시 정권이 민주주의 확산과 경제살리기같은 본질적 책무보다 권력독점에 몰두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운명의 30일…초긴장한 이집트

오는 30일 일요일 오후 이집트 전역에 이런 무르시 정권의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예정돼 있습니다. 시민 혁명 이후 잦은 시위에 지친 이집트 시민들은 최근 들어 집회나 대규모 시위에 조금씩 무감각해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날 시위만큼은 반드시 참가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형마트와 시장 등에 대규모 충돌을 우려한 시민들이 식량등을 사재기하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무르시 대통령도 민심의 동향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무려 3시간 가까운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의 잘못을 일부 시인하는 등 분노를 달래려 했지만, 이집트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30일 대규모 시위에 어느 정도의 시민들이 참여하느냐, 또 무슬림 형제단 등 친정부 세력과의 유혈 충돌이 벌어질 지 여부가 시계제로 이집트 정국을 가늠할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무르시 정권과 야권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군부의 동향입니다. 정치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군부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집트 시민들도 적지 않은 데, 시민 혁명을 통해 현실 정치 참여를 중단한 이집트 군부가 30일 시위를 계기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도 무르시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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