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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국의 출구전략…악몽일까? 기우일까?

'버냉키의 입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월드리포트] 미국의 출구전략…악몽일까? 기우일까?
'인위적 경기부양'이라하면 학술적으론 여전히 부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금융흐름을 대전제로 하는 주류 경제학에선 그 흐름을 막아 결국 부작용을 부를 수 밖에 없는 '후회스런 행동'의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정책의 반열에 들기 힘들다.

다만 일시적 무질서나 쏠림을 막기위한 보조수단의 의미가 강하다. 최근엔 이미지가 달라졌다. 경기부양은 어떻게보면 꼭 필요한 것이고 다만 그 시행과 출구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가가 경제전문가들의 주된 설전 의제가 되고 있다. 계속된 금융위기와 불황, 그리고 제 3세계의 국가부도 사태는 세계경제를 경기부양에 '중독'시켰다고 말하면 지나친 것일까? 당장 생계가 어려운 이들, 저소득층에게는 간신히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효과를 주는 것은 분명하니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자유로운 자본주의의 대명사이던 미국이 이런 경기부양으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최근의 역사는 아이러니 할 수 밖에 없다. 매달 850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이면서 '하늘에서 돈 뿌리기'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파티는 끝나가고 있다.
[6리]뉴욕증시/지
미국의 출구전략은 언제 시작될까?

지금까진 올해 3분기가 시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올해 4분기부터 미국이 국채매입 규모를 줄여나가기 시작하고 내년부터 금리를 올려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 이상 빨리 시작하는 것은 세계금융시장은 물론 미국에도 큰 부담이다.

경기회복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시점에서 월가의 붕괴를 부를 수 있다. 미 연준이 밝힌 양적완화의 축소 조건은 '실업율 6.5%, 물가상승률 2.5%이다. 지난주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준이 올해 12월부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면서, 내년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것은 전망이지만 희망사항이고 더 나아가 '요구'의 성격이 강하다.

절대권력이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시장의 요구를 무시하긴 어렵다. 시장충격을 완화하는 것은 연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서 주식을 파는 것은 '미국이 조기에 출구전략을 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지난 한 주 동안에만 85억 달러, 9조6천억원이 세계 증시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 12월에 시작된다면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과민반응일 수 있다.
달러 관련
출구전략의 후폭풍은?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은 '금리 상승', '달러화 가치 강세'를 의미한다.  양적완화 규모가 줄어들면 시중에 풀리는 돈이 줄면서 금리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채권매입이 줄면 채권금리는 올라간다.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해외에 투자됐던 자금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흐름을 보인다. 미국과 다른 국가의 채권 수익률이 비슷하다면 안전자산인 미국 채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큰 혼란을 겪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에 풀린 돈은 12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로 나갔던 돈이 미국으로 돌아가면 신흥국들은 자금유출로 환율과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첫 번째 타격은 주가지수 급락사태가 될 것이다. 미국이 뿌린 막대한 달러는 미국과 세계로 흘러들며 실물경제 회복에도 기여했지만 주식과 부동산 등으로 상당수 유입됐다.

두번 째는 채권시장의 혼란이다. 지난 1994년 당시 미 연준은 연 3%인 기준금리를 1년 만에 6%까지 끌어올렸는데, 채권 가격 급락으로 당시 채권연계 펀드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악몽의 재연 불안감에 소폭의 금리상승도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세번째는 환율의 상승이다. 달러 강세로 수반되는 원화가치의 약세이다. 수출엔 장점이지만 내수엔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어떤 방향이건 환율의 급변동은 악재다.

한국의 현 상황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악몽은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이다. 채권금리 상승은 시중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면서 자연스럽게 대출금리의 상승을 부른다. 금리 상승은 자금사정이 나쁜 기업들의 도산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한동안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던 한국의 가계빚 위기를 재점화시킬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한국경제에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아마도 이것이다.

버냉키 540
'버냉키의 입' 어떤 말이 나올까?

미국의 통화정책 회의, FOMC는 미국시간 18일, 19일 양일간 열린다. 버냉키 의장은 19일 오후, 한국시간 20일 새벽에 관행대로 기자회견을 가진다. 일단 월가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현행 양적완화 규모의 유지 등 최대한 신중한 수준의 언급으로 '시장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증시가 잇따라 경험한 폭락 사태가 재연되면 미국은 물론 모두가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 때문이다.

버냉키는 출구전략의 구체적 시점에 대해서도 언급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반대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지난 달 23일에 말한대로 "고용지표와 경기전망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할 수 도 있다.

이런 경우 말 자체보다도 시장의 해석이 분수령이 된다. 원칙을 밝힌 것인지, 아니면 수순대로 축소하겠다는 의미인지 연준의 경기분석과 맞물려 시장의 해석이 이뤄지게 된다. 또 한가지 짚어봐야 할 점은, 미국 통화정책의 수장인 버냉키가 혹시 닥칠지 모를 '인플레이션'의 개인적 책임을 감내하면서까지 시장을 안심시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친화적이지만 가끔 원칙을 따라야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동전의 양면'같은 출구전략 

미국의 출구전략은 동전의 양면이다.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면서 인위적 경기부양을 중단한다는 의미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오히려 출구시점을 놓쳐서 인플레이션과 금융자산 거품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면 그것은 장래에 더 큰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출구전략의 공포는 과도기의 공포이고, 충격과 소요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적기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 증시는 물론 단기적 타격은 받겠지만, 양적완화 축소로 매력이 떨어지게 될 미국 국채에서 빠진 돈이, 시간이 지나면 한국으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골드만삭스 등 미국 투자은행들이 내년 한국 코스피 목표치를 2,400으로 잡고 투자비중 확대 의견을 낸 것도 이런 전망 때문이다. 한국 채권시장에는 장기적 악재, 주식시장에는 단기적 악재가 될 수 있다.

지금 근원적으로 중요한 것은 결국 "경기부양책이 없이도 미국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미국이 출구전략 시점을 놓고 고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인위적인 정책이 없이도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지 그들도 지금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출구전략이 시행에 들어간다면 경제회복의 견조함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증거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개인투자자나, 국가 경제정책 운영자나 불안감 속에 흔들려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최적의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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