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최창식 중구청장이 박 대통령의 말을 무시하고 ‘기념공간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정말 그런지 직접 중구청장을 만나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헷갈렸습니다. 처음에는 한발 물러선다는 느낌이었지만 차근차근 되짚어보면 끝까지 공원을 짓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최 구청장은 “중앙정부(박 대통령)의 뜻을 확인하고, 주민들의 뜻을 수렴해서 앞으로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 방향을 설정 하겠다”며 “강행하겠다고 해석할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투자심사가 부적격이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재차 물었습니다. 그 때도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습니다. 박정희 기념공간이 아니라 일반 공원을 만들고 주차장을 정비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사실 명분만 다를 뿐 지금과 똑같습니다. 결국 박정희 가옥 주변을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얘깁니다. 최 구청장의 최대 중점 사업이 박정희 기념공간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던 직원들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늦게 서울시도 반대표를 추가했습니다. 서울시가 중구청에서 의뢰한 투자심사를 ‘반려’한 것입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중구청 사업에 대해 투자 심사를 할 필요조차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중구청 단독 사업도 아니고 시와 국비를 지원받겠다면서 단 한 차례도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중구청에서는 여전히 ‘반려’가 아니라 단순 ‘반송’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투자심사 서류를 실수로 담당이 아닌 부서로 잘못 보내 되돌아왔다는 겁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에 충성도 하고 표심도 얻으려다 결국 둘다 놓칠 위기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서울시에서 투자심사를 거부해, 본인은 노력했지만 국가와 서울시가 도와주지 않아 못했다는 명분을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전형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결론을 정해 놓고 본인이 생각한 대로 주민 의견과 사업의 타당성을 끼워 맞춘 후 밀어부친다는 지적입니다. 한상권 덕성여대 역사학과 교수는 "권위주의 또는 자아도취형 리더는 비판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채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결국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 구청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카메라 전원이 꺼졌습니다. 그 때 "박 대통령이 사업 반대한다고 하셔서 당황스러우셨죠?"라고 물었습니다. 최 구청장은 그 때서야 "그렇다"며 머쓱하게 웃었고, "중앙 정부와 시의 예산을 받지 못하면 기념공간 조성 사업은 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최 구청장이 이 사업이 중앙정부의 투자심사는커녕 서울시 심사 조차 받지 못하고 '반려'된 참뜻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