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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강 대 강' 여야 원내대표 '미묘한 신경전'

[취재파일]'강 대 강' 여야 원내대표 '미묘한 신경전'
새누리당의 최경환, 민주당의 전병헌 의원이 원내대표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첫 회동을 했습니다. 첫 회동은 운치있게 아침에 내린 비로 촉촉했던 국회의 사랑재에서 이뤄졌습니다. 사랑재는 국회 본관 옆 작은 동산에 세워진 한옥 양식의 국회 손님맞이용 건물입니다.

'집권당다운 강한 여당'과 '전략이 치밀한 강한 야당'을 내세운 여야 원내대표의 선출 소식에 각종 언론에서 '강 대 강' 국회를 예고한 것을 의식해서인지 최대한 화사하고 부드러운 공간에서 두 사람은 만났습니다.

마침, 그 날 오후에는 사랑재 앞에서 야외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어서, 하얀 의자들과 레이스가 펼쳐진 공간을 지나 들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밝아보였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서서 악수를 나누다가, 자리에 앉아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였습니다. '같은 날 두 원내대표가 탄생했는데 자신이 4시간 먼저 탄생한 입장' 이라면서 모두발언 순서를 정했습니다. 여당 먼저, 야당 나중.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시작부터 전병헌 원내대표를 추켜세웠습니다. '아주 합리적인 분이시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나, 국정홍보처 차장 등을 해서 국정도 오랫동안 경험해보시고, 당에서도 여러 직책을 두루 경험하신' 이라며 마치, 결혼식장에서 주례 선생님이 신랑을 소개해주는 말처럼 온정이 넘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신중하신' '합리적이신' 이라는 말이 반복되면서 최 원내대표가 전 원내대표의 기를 좀 꺾어 놓으려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차례가 됐습니다. 전 원내대표는 '최 대표는 여당의 실세 원내대표'라고 농담 반 진담반으로 지칭하더니, '외부 가이드라인 없이 소신과 합리성을 가지고 하면 야당과 특별히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바로 옆에 앉아서 듣고 있던 최경환 원내대표는 특유의 상기된 얼굴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어 '최경환 실세 원내대표에게 적극적인 배려와 양보를 받아서 국민에게 걱정끼치지 않는 국회가 되겠다'고 전 원내대표는 뼈 있는 포부를 남겼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다시 밝게 웃으며 악수를 하고, 공개 회동에 이어 비공개 회동에 들어갔습니다.

비공개 회동 뒤 각 당 관계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전병헌 원내대표가 야당의 요구사항들을 주로 이야기하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듣는 데 치중했다고 합니다.  전 원내대표는 가계부채와 가습기 사건, 가맹점 불공정에 대한 청문회를 각각 실시하자고 요구했고, 진주의료원 사태는 국정조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또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도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를 하기로 한 이전 원내대표간 합의를 지켜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최경환 원내대표는 경청만 하고 반응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어 기자단과 오찬에서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가습기 세제 독성물질 사건은 '세게 수사해서 처벌할 사안이지 정치적으로 할 사안이 아니다' 라고 밝혔습니다. 또 '갑의 횡포'로 불리는 가맹점과 대리점의 문제들은 대선 때 공약한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특히 경제민주화 정책들과 관련해서 최 원내대표는 '야당에서 하자는 걸 다 해줘야 하느냐, 그건 아니지 않느냐, 그런 점에서는 속도조절론자가 맞다, 그러나 여당내에서 어느 누구도 야당에서 하자는 거 한꺼번에 다 하자는 사람은 없다. 이주영 선배(원내대표 경선에서 맞붙었던) 와도 별 차이가 없는데 기자들이 싸움붙이려는 건지..'라고 말했습니다.

최 원내대표와 전 원내대표는 첫 회동에서 '같은 날 태어난' 찰떡 궁합에 맞게 서로 배려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현안으로 들어가면 양측의 입장은 서로 상당히 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하든지 약하든지, 싸울래야 싸울 수 없도록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져 있다고 전임 원내대표들은 토로했습니다. 전략과 실행 양면에서 모두 둘째 가라면 서러울 두 정치인이 협상장에 마주 앉게 되었으니, 이들이 이끌 앞으로 1년의 국회가 어떤 양상을 띄게 될지, 주목해 볼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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