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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대 앞 중국 관광객의 명암

[취재파일] 이대 앞 중국 관광객의 명암
요즘 날씨 좋죠. 아마 1년 중 가장 날씨가 좋은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시원한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사무실 안에 있으면 다른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습니다.

여기저기 취재를 다니다가도 파릇파릇한 이파리에 만발한 꽃을 볼 때마다 대학생 시절이 생각납니다. 특히 1학년 때는 서울 신촌 근방에서 많이 놀았었는데, 남학생들에겐 이상하게 여대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저도 이대 앞을 기웃기웃하곤 했었죠. 당시엔 이대 캠퍼스에 남성 출입이 마음대로 안돼서 더 그런 환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대에는 또 다른 수식어가 붙었더군요. 바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라는 겁니다. 정말 그런가싶어 오랜만에 이대 앞을 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이대 앞 옷가게와 화장품 가게를 오가는 인파의 거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오히려 명동보다도 더 많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가게마다 중국어 가격표가 붙어있고, 중국어가 가능한 점원들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대 앞 가게 매출의 60% 정도는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한다고 하더군요.

이대앞 중국관광객
'아. 이대 앞이 이렇게 바뀌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상권도 흥하고, 외화 벌이에도 도움이 돼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이대 캠퍼스에 남성 출입이 가능해진 지는 이미 꽤 오래된 일이죠. 그러다보니 중국인 관광객들도 자유롭게 이대 캠퍼스 안을 구경하는데요, 대부분의 중국인 관광객들은 조용히 사진을 찍고 구경하다 나가는데, 일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먼저 '고성방가형'. 관광지가 아닌 대학교 안인데도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관광객들입니다. 당연히 학생들의 수업과 공부에 방해가 되겠죠?

두번째는 '무단침입형'입니다. 학생증을 찍고 들어가는 열람실에 이대생들이 들어갈 때 뒤따라 들어가는 관광객들이 꽤 있었습니다. 조용히 들어갔다 보기만 하고 나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안에서까지 사진기 셔터를 누르고 떠드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현장/토8리]中관
마지막으로 '웨딩촬영형'이 있습니다. 이대 캠퍼스가 조경이 잘 돼 있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중국인 신혼부부들의 웨딩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주말이면 중국인 신혼부부들이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들어와 무단으로 웨딩촬영을 하다가 경비원에게 적발돼 쫓겨나는 경우가 종종 보였는데요, 대학측의 사전 허가 없이 웨딩촬영 장소로 이용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관련 현장을 화면에 담아 뉴스 보도를 하자, 꽤 많은 중국인 유학생 분들이 항의하셨습니다. 이 보도가 중국인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한국인 관광객들도 해외에서 진상을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먼저 두번째 지적부터 말씀드리면 저도 동감합니다. 당장 저도 해외에서 이른바 '어글리 코리안'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이 보도와는 관계가 없는 별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항의에 대해선 이 취재파일을 빌어 말씀드리건데, 결코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보도의 취지는 이대 앞 상권이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성장하고 있지만, 일부 관광객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끝으로 이 보도를 두고 달린 댓글을 보니 엉뚱하게 이대생을 싸잡아 비난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러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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