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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창중, 성추행 후 귀국해서 5천 달러 아꼈다?

한미정상 기자회견때 오바마가 개탄한 성추행 군인의 경우와의 비교

[취재파일] 윤창중, 성추행 후 귀국해서 5천 달러 아꼈다?
윤창중이라는 이름 석자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흔들림에는 떨림과 설렘도 있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흔들림에는 분노와 어이없음 같은 나쁜 감정들이 가득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와중에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습니다.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자존심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힌 것만으로도 그의 행동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별 문제 없이 대한민국 땅에 다시 들어와서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하면서 성추행을 부인했습니다. 자신의 상관에게 중도귀국의 책임을 뒤집어 씌웠습니다. 본인도 인정한 상대방의 동의 없는 신체 접촉에 초점이 쏠리고 있는데, 조금만 더 유심히 본다면 윤창중 전 대변인의 지시에 의해 새벽에 호텔 방문을 두드린 여대생 인턴 앞에 속옷차림으로 나타난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는 이 때 알몸차림이었다는 진술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시간으로 5월 7일 밤과 8일 새벽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 싶습니다.

관련 내용들을 찾기 위해 미국 현지 언론 기사를 뒤적이는 제 눈에 이런 기사가 들어옵니다. 이미 한 두군데 언론이 쓰기는 했지만, 저는 처음 안 내용입니다. 바로 한미정상회담 후 박근혜- 오바마 두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할 때 오바마 대통령이 한 질문을 받고 이런 답변을 합니다.

“성추행에 연루된 군인은 자신이 입고 있는 유니폼을 배신했습니다. 저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에게 이런 성폭력 행위가 더 이상 없도록 더욱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군인들은 오늘 이 시각 총사령관인 저의 얘기를 잘 들으시기 바랍니다. 성폭력, 성추행은 용납될 수 없을뿐더러 불법적이며 비애국적인 행위입니다. ”
제가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장에 없었기 때문에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당시 촬영화면을 검색해 봤습니다. 공동기자회견장 맨 앞자리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앉아서 열심히 받아 적는 뒷모습이 잘 찍혀 있더군요. 다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귀에 끼고 있는 동시 통역기는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그 날 오바마의 이 발언은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이라는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한국 당국자나 기자들 뇌리에 남아 있는 내용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미정상
여기서 저의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도대체 오바마가 언급했던 그 군인은 어떤 성추행을 했는지 말이죠. 다시 기사를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제프 크루진스키라는 올해 41살이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일 새벽 0시 반, 워싱턴 DC와 가까운 알링턴 외곽의 한 주차장에서 한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이번 윤창중 전 대변인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경찰의 보고서 내용이 크루진스키 중령 건에도 거의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misdemeanor charges of sexual battery for an alleged assault…a police report that the 41 year old Krusinski was drunk and grabbed a woman's breast and buttocks." "가벼운 성추행 혐의…경찰은 크루진스키 중령이 술에 취해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를 움켜 쥐었다고 밝혔다.“ 가해자 크루진스키 중령은 경찰에 체포되자마자 지난 2월부터 일했던 공군내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 담당관 직에서 해제됐습니다. 아, 피해여성은 경찰에 크루진스키 중령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 건과 조금 다른 것은 피해 여성이 크루진스키 중령과 몸싸움을 벌인 뒤에 경찰에 스스로 신고했다는 겁니다. 크루진스키 중령은 체포된 뒤 5천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습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에 체포됐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보석금은 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윤창중 전 대변인 경우와 다른 게 또 있습니다. 크루진스키 중령은 5월 9일 알링컨 카운티의 법원에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변호사와 함께 말이죠. 군내 성폭력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엄청나게 많은 기자들이 몰려 그와 변호사에게 질문을 쏟아냈습니다만 크루진스키 중령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변호사가 “아무 할 말 없습니다.” 한 게 전부입니다. 재판과정에서 크루진스키 중령은 딱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네, 판사님!”하고 말이죠. 이 때 그의 변호사가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너무 높아서 변호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본 재판을 10월쯤 시작하는 걸로 해주시죠.” 하지만 판사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미국인들의 관심과 재판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재판은 7월 18일에 시작하겠습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크루진스키 중령과 변호사는 마찬가지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마디 대답 없이 검은 색 BMW 승용차를 타고 도망치듯 법원을 떠났습니다. 이틀동안의 잠적 끝에 아는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고지하고, 머리손질과 분장까지 하고 나타나서 30분 동안 자신을 변호하는데 급급했던 윤창중 전 대변인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척 헤이글 미 국방
크루진스키 중령이 체포되고 나서 미국 국방부는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용어를 사용해 그의 성추행 범죄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 말도 안되는 성추행 범죄에 대해 역겨움과 경멸, 분노를 나타냈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리틀 국방부 대변인은 성폭력은 미군안에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군을 포함한 미국인들은 법에 위반될 뿐 아니라 존중과 명예,존엄이라는 미국 사회와 미군의 원칙을 훼손하는 이 개탄스러운 성범죄에는 그 어떤 관용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국방부, 그리고 성폭력 가해자인 크루진스키 중령의 예를 따르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 이후 우리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당사자인 윤창중 전 대변인이 보여준 모습이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면 분노와 탄식 위에 답답함이 하나 더 얹어져 머리와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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