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내용들을 찾기 위해 미국 현지 언론 기사를 뒤적이는 제 눈에 이런 기사가 들어옵니다. 이미 한 두군데 언론이 쓰기는 했지만, 저는 처음 안 내용입니다. 바로 한미정상회담 후 박근혜- 오바마 두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할 때 오바마 대통령이 한 질문을 받고 이런 답변을 합니다.
“성추행에 연루된 군인은 자신이 입고 있는 유니폼을 배신했습니다. 저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에게 이런 성폭력 행위가 더 이상 없도록 더욱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군인들은 오늘 이 시각 총사령관인 저의 얘기를 잘 들으시기 바랍니다. 성폭력, 성추행은 용납될 수 없을뿐더러 불법적이며 비애국적인 행위입니다. ”
제가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장에 없었기 때문에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당시 촬영화면을 검색해 봤습니다. 공동기자회견장 맨 앞자리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앉아서 열심히 받아 적는 뒷모습이 잘 찍혀 있더군요. 다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귀에 끼고 있는 동시 통역기는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그 날 오바마의 이 발언은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이라는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한국 당국자나 기자들 뇌리에 남아 있는 내용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 건과 조금 다른 것은 피해 여성이 크루진스키 중령과 몸싸움을 벌인 뒤에 경찰에 스스로 신고했다는 겁니다. 크루진스키 중령은 체포된 뒤 5천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습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에 체포됐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보석금은 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윤창중 전 대변인 경우와 다른 게 또 있습니다. 크루진스키 중령은 5월 9일 알링컨 카운티의 법원에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변호사와 함께 말이죠. 군내 성폭력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엄청나게 많은 기자들이 몰려 그와 변호사에게 질문을 쏟아냈습니다만 크루진스키 중령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변호사가 “아무 할 말 없습니다.” 한 게 전부입니다. 재판과정에서 크루진스키 중령은 딱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네, 판사님!”하고 말이죠. 이 때 그의 변호사가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너무 높아서 변호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본 재판을 10월쯤 시작하는 걸로 해주시죠.” 하지만 판사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미국인들의 관심과 재판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재판은 7월 18일에 시작하겠습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크루진스키 중령과 변호사는 마찬가지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마디 대답 없이 검은 색 BMW 승용차를 타고 도망치듯 법원을 떠났습니다. 이틀동안의 잠적 끝에 아는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고지하고, 머리손질과 분장까지 하고 나타나서 30분 동안 자신을 변호하는데 급급했던 윤창중 전 대변인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국방부, 그리고 성폭력 가해자인 크루진스키 중령의 예를 따르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 이후 우리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당사자인 윤창중 전 대변인이 보여준 모습이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면 분노와 탄식 위에 답답함이 하나 더 얹어져 머리와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