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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리틀 싸이' 악성 댓글…'배 다른 민족'의 배타성?

[데스크칼럼] '리틀 싸이' 악성 댓글…'배 다른 민족'의 배타성?
제 남편이 아닌 남자와 동침하는, 이른바 서방질 하는 계집을 일컫는 말이 '화냥년'이다. 이 말의 유래는 병자호란(丙子胡亂)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637년 1월 30일 조선의 왕이 청나라 태종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항복함으로써 전란은 끝났다. 그러나 더욱 치욕스런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청나라 군사가 철수하면서 50여만 명의 조선 여자를 포로로 끌고 간 것이다. 이 때 청나라 군대인 되놈들에게 전리품으로 끌려갔던 여인들 중 속전(贖錢)을 물거나 도망쳐 고향에 돌아온 여인들을 일컬어 환향녀(還鄕女)라 불렀다.

그런데 환향녀 중에는 돌아올 때 이미 임신을 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녀들이 낳은 자식을 오랑케의 자식이라 하여 호래자식 또는 호노자식(胡奴子息)이라 했다. 지금은 배운 데 없이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로 사용한다.

옛 사람들은 여인이 싱겁게 웃으면 '웃긴! 되놈한테 업혀갔다 왔나'하고 곧잘 나무랐다. 우리 옛글 속에는 싱겁고 허튼 웃음을 '환녀함소(還女含笑)'라 했다. 환녀란 병자, 정묘호란 때 전리품으로 되놈들한테 업혀갔다 돌아온 환향녀다. 돌아온 이 여인들은 오랜만에 만난 부모 형제를 보고도 통곡은 커녕 야릇한 웃음을 띠었던 것이다.

우리 역사상 여성들이 수난을 당한 경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고려시대 몽고에 끌려 갔던 여인들, 임진왜란때 일본에 끌려 갔던 여인들 등등... 그런데 이런 트라우마가 순혈주의에 대한 강박과 배타적 민족성을 만든 것 같다. 순수한 혈통을 자랑하는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드러내고 말할 수 없는 '배 다른 민족'이란 컴플렉스 때문에 우리와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유독 강하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은 그러한 상처의 투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계는 늘 순혈 보다는 혼혈이 더 강하고, 식물도 동종교배가 아닌 이종교배를 통해 더 강하고 아름다운 종을 유지한다.

이런 생태계의 원리는 법에도 반영되는 추세다. 한국의 국적법은 1948년 제정이래 혈통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97년까지는 부계 혈통주의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남녀평등 원칙에 따라 부모 양계 혈통주의를 취한다. 그리고 부모를 모르거나 부모 모두 국적이 없는 경우엔 한국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 혈통주의 대신 속지주의를 인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에서 발견된 기아(棄兒)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한국 국적을 준다.      

단지 엄마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화려한 춤과 익살스러운 표정의 8살 꼬마가 사이버 테러를 당하고 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월드스타 싸이 못지 않지만, 다문화 가정을 비하하고 특정 지역을 폄하하는 수많은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그 누구도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는 없다. 제시카알바는 아버지로 부터 스페인, 멕시코, 인디언의 피를, 어머니로 부터 프랑스, 독일의 피를 물려받았다. '인류가 만들어 낸 합작품' 제시카알바에 대해선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왜 우리 황민우군에겐 이토록 가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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