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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통 빵집의 강자들

[취재파일] 전통 빵집의 강자들
요즘 동네 골목마다 또는 아파트 단지마다 빵집 하나씩은 거의 다 있죠. 그런데 이게 대부분 프랜차이즈입니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주르 같은 대형 업체들이죠. 워낙 우후죽순처럼 늘다보니, 상당수 동네 빵집들이 경쟁에 밀려 자취를 감췄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제빵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점거리 제한 등을 두는 이유가 여기 있죠. 하지만 이미 동네 빵집들이 거의 고사한 상황에 이런 대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프랜차이즈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지난주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서 특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프랜차이즈도 아닌, 그렇다고 대기업도 아닌 '그냥' 지방의 한 전통 빵집 초청 행사를 열었는데, 이게 말그대로 '대박'이 난 겁니다. 정확한 매출은 아직 집계가 안됐지만, 어쨌든 빵이 모자라 못팔 정도였다고 하니 성공한 건 틀림없습니다.

이 빵집은 전북 군산에 있는 '이성당'이라는 빵집인데요, 이미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실텐데, 특히 팥빵과 야채빵이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유래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 일본 사람이 '이즈모야'라는 이름으로 제과점을 만들었다가 광복 이후 우리나라 사람이 인수해 '이성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당시 창업자가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 '이성당'이 됐고요, 이후 가족들이 대대로 68년을 이어온 거죠.

백화점 초청행사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몰린 줄 알았더니, 군산 본점은 그것보다 더 했습니다. 막 만든 따끈따끈한 빵이 두어시간에 한번씩 나오는데, 그때마다 그 빵을 사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이어집니다. 주말에는 한시간을 넘게 기다려야하고요, 택배 주문도 받긴 하는데, 한달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있다고 하더군요. 여기도 근처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긴 한데, 손님이 '이성당'으로만 몰려서 오히려 그쪽이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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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전국적으로 각 지역마다 이런 전통 빵집의 강자들이 있었습니다. 서울에 나폴레옹 과자점, 김영모 과자점을 비롯해 대전에 성심당, 부산에 비엔씨 제과점, 안동에 맘모스 제과점, 광주에 궁전제과점까지 많았습니다. 특히 성심당과 맘모스 제과점은 세계적인 맛집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의 한국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곳들을 다 가보진 못했고, 이성당과 성심당을 찾아가 비결을 물어보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일단 다른 빵집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좋은 재료를 쓴다는 겁니다. 또 팥빵이나 야채빵(이성당), 튀김소보로(성심당) 같은 대표상품의 변하지 않는 맛을 위해 극진한 정성을 들인다는 점도 같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뻔한 이른바 '공자님 말씀'에 모범답안 같은데요, 사실이 그렇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없더군요.

직접 먹어보니 얼핏 다른 빵들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분명 뭔가 차별화된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아. 이 맛을 잊지 못해 사람들이 계속 찾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내 빵 시장은 프랜차이즈 차지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런 전통 빵집들이 곳곳에서 각자 변하지 않는 맛으로 빛을 발하고 있어, 취재를 하면서도 가슴 한편이 훈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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