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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통 논란'이 남녀 차이 때문이라고?

정반장의 삼청동 브리핑

[취재파일] '불통 논란'이 남녀 차이 때문이라고?
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제(17일)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를 장관으로 공식 임명하면서 야당으로부터 "인사 참사의 화룡정점이다. 다시 '불통 정치'로 유턴했다"는 비판까지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들어 박 대통이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갖는 등 부쩍 강화하고 나선 정치권과의  '소통 정치'가 다시 막히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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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은 지난해 대선 후보 때부터 줄곧 제기돼온 문젭니다. 박 대통령 본인과 주변 참모들은 "이렇게까지 소통 노력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만,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윤진숙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불통' 비판에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과 관련해 '성별 차이'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성별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 사람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입니다. 조윤선 장관은 그제 오전 기획재정부와 조세연구원이 공동주최한 공공정책포럼에 참석해 "대통령이 된 지금도 박 대통령과 소통이 어렵다,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이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나는 박 대통령과 일하면서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불통 논란을 보면서 이게 여성과 남성 사이의 근본적인 소통의 차이구나라고 느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조 장관은 또 과거 자신의 변호사 시절 경험을 예로 들면서 "법무법인과 같은 남성 중심 조직에서 일하면서 겪은 어려움 중에 가장 컸던 게 많은 남성 속에 있으면서 느낀 부자연스러움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면 성차별 없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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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조윤선 장관은 지난해 대선과 대통령 당선인 시절 박 대통령의 대변인을 맡았으며, 대선 선거운동 기간동안에는 박 대통령을 늘 옆에서 수행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속내도 잘 아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런 조 장관이 박대통령의 불통 논란은 '남녀간 성별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조 장관의 '성별 차이' 주장에 대해 야당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을 남녀 간의 성대결로 몰아가려는 태도에 동의하기 어렵다. 윤진숙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대통령의 독선을 여성성으로 설명하는 것은 거꾸로 여성에 대한 폄훼"라고 비판했습니다. 김현 대변인은 그러면서 "조 장관은 왜곡된 성의식을 유포해 국민들의 갈등을 부축리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김현 대변인 역시 '여성' 대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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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

조윤선 장관이 "여성과 남성의 차이"라고 말한게 '윤진숙 장관 임명 강행' 시점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더 커진 모양새가 된 것도 같습니다만, 여러분은 조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일부 공감한다는 분도 계실테고 웃기는 소리한다고 비난하시는 분들게 계실겁니다. 일단은 여기서 윤진숙 장관 임명 부분을 내려놓고 잠시 여성의 소통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제 개인적으로 여성들의 소통방식과 관련해 남성과 다르다는 점을 두 가지만 들어볼까 합니다.
첫번째는 제가 예전에 여자 친구를 사귈 때와 결혼한 뒤 아내를 통해 경험한 것인데, 딱히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겁니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 "오늘 뭘 먹을래요?"하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알아서 정하세요"라는 답을 합니다. 가끔씩은 이런 대답이 답답해서 제 친구들한테 "네 여자친구는 어떠냐?"하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만,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물론 여자친구도 속으로는 뭔가 먹고싶은게 있었을 테지만, "오늘 뭐가 먹고싶다"고 딱 부러지게 답을 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치 "내가 먹고싶은 게 뭐겠는지 그것도 몰라? 좀 알아서 해봐라!"라며 텔레파시를 쏜다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남자들의 경우 대부분 이런 경우 "우리 뭐 먹자"하고 쉽게 결정을 하는 것과 많이 다른 겁니다.

결혼하고 나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딱 떨어지게 예를 들기는 어려운데 이런 경웁니다.
아내가 지금 B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아내가 진짜 말을 하고 싶고 바라는 것은 A라는 것이라는 겁니다. 눈치 빠른 남편이라면 아내가 말하는 'B'를 듣고 아내의 속내는 'A'구나하고 알아야하는데, 이것을 잘 모르면 자칫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가 쉬운 겁니다. 결혼한 분들이라면 제 말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꽤나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어떤가요? 대부분은 부부 사이라면 대단히 직설적으로 속내를 이야기합니다.

두번째는 술자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남자들 같은 경우 흔히 친구든 회사동료든 선후배든 "밥 한번 먹자" "소주 한잔하자"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아마 남성들끼리의 소통을 상징하는 언어적 표현이 아닐까 생각도 됩니다. 특히 회사에서 일하는 선후배 동료들과 '쌓인 일'이라도 있겠다 싶으면 저녁에 소주 한잔 하면서 툭 털어버리는게 아직까지는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사회 조직의 문화입니다. 특히 '소주 한잔'이 '한잔'으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죠. '한 잔이 두 잔되고, 두 잔이 석 잔되고..  그러다 취한 기분에 이런저런 속내도 이야기하고, 함께 노래방에 가서 어깨동무하고 합창도 해보고 그러면서 풀어지고 가까워지고 하는 것이 아마도 일반화된 한국 사회 남성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다보니 요즘엔 많이 줄어들고 변했다고는 합니다만, 여전히 '술자리 회식' 문화는 중요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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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소주 한잔'하면서 푼다는게 대부분 남성들끼리의 이야깁니다. 여성들이 참여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말입니다. 물론 제 경우도 동료 여기자들과 술자리를 함께하기도 합니다만, 남자들끼리 편하게 술자리를 가질 때와는 달리 조심해야할 부분도 많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힘든 부분이 많은 만큼 남자들과 갖는 술자리와는 동등 비교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나 여자 동료들이 남자 동료들한테 소주 한 잔 하자고 하면서 남자들처럼 취한 상태까지 술을 먹고 속내를 털어놓는 것도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뭐 어쩌다 한번 그럴수야 있겠지만, 한달에 몇번씩 자주 남성 동료들과 어울리며 그렇게 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제가 두가지 사례를 들어봤습니다만,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분명히 소통 방식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여자들끼리라면 훨씬 쉽게 뭘 먹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고, 'A'를 말하면 '이 사람이 B'를 말하는구나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또 술자리가 아닌 여성들의 입장에서 훨씬 편한 소통의 통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한 신문기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이후 저녁을 혼자서 먹는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기사는 단순히 대통령의 동정을 전하는 기사였지만, 청와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기사였습니다. 그만큼 대통령이 남들과 소통을 안하고 지낸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와 관련해 청와대는 대통령이 비공개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저녁 식사도 외부인사들과 자주 함께 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이 기사를 놓고보면 약간은 '남성적 시각'에서 본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남자들이라면 으레 사람들을 불러서 저녁에 반주에 소주 한잔 곁들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상황을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성 입장에서 볼때는 이런 상황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정치권과 관계, 재계, 언론계를 포함해 아직까지 남성 중심으로 짜여진 우리 사회 조직 문화가 아직 여성들의 소통 방식에 대해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탄생하다보니 이런저런 소통 논란이 더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조윤선 장관이 말하고 싶었던 부분도 아마 이런 부분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 대통령이기에 앞서 '대통령'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국민이 박 대통령하면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여성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대통령의 소통을 둘러싼 논란을 '남녀 성별차이'라고 주장하며 넘기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여성 대통령의 갖는 여성으로서 특징과 소통 방식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은 있어야겠지만, 남성 대통령과는 다른 여성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해 모든 국민이 알아야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이것은 기존의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바라보는 것과도 다르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박 대통령도 자신의 참모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스스로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최근에 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과 소통을 활발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야 지도부 뿐만 아니라 야당 국회 상임위원장단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갖기도 했고, 여당 의원들의 경우 상임위원회별로 조를 나눠서 청와대에서 오찬 또는 만찬 간담회를 차례로 갖고 있습니다. 정치권과의 만남 일정이 정리되면 아마도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과 만남 기회를 늘려가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일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박 대통령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만, 올바른 소통의 전제는 "내가 말하려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한다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소통 논란과 관련해 앞으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어떻게 해나갈지가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윤 장관이 장관으로 능력 발휘를 해나가면서 자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다면 별 문제가 없을 테지만, 자칫 인사청문회 때 모습을 다시 보여주기라도 한다면 대통령의 불통 논란을 다시 되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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