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효소 식품’엔 효소가 없다? (2)

관련 영상 : ‘현장21’ (97회) - ‘효소’열풍, 진실은?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726767

“‘효소’ 식품들에는 어떤 효소들이 얼마나 들어있어서, 어떤 효능을 갖는지”, 이 궁금증을 안고 취재를 하고 있던 중 ‘효소’ 식품 세계에서 꽤 이름 난 전문가를 만나게 됐습니다. 효소에 관한 책도 여러 권을 내고, ‘효소학교’, ‘효소단식’까지 운영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의 박국문 씨이지요. 박 씨는 ‘효소’를 담글 때 들어가는 설탕량을 저울로 잴 정도로 과학적인 ‘효소’ 만들기를 고민하는 분이었습니다. 박 씨에게도 역시 취재팀의 궁금증을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위 영상을 보시죠.

 

  우리가 ‘효소’라고 알고 있던 것들이, 정작 효소가 아니라니... 그럼 대체 ‘효소’ 식품들은 무엇이란 말일까? 혼란에 빠진 취재팀은 현대과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찾아갔습니다. 효소와 관련된 생화학을 연구하거나 현대 의학을 공부하는 분들은 먹는 ‘효소’ 식품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대다수였습니다. 과학적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울산의대 나도선 교수(생화학 박사, 유엔 생명공학구상위원)는 “무엇보다 효소는 분자량이 큰 단백질인데, 우리가 생물시간에 배웠듯 단백질을 먹으면 일단 위에서 강력한 산성을 띄는 위산에 의해 변성이 된다. 그리고 소장을 거쳐 아미노산으로 잘게 분해되고 나서야 우리 몸에 흡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제 아무리 좋은 효소, 이를테면 지방을 태운다는 효소를 먹어도, 소화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그 효소가 정작 지방이 있는 뱃살이나 허벅지살의 세포로 온전히 갈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먹어서’ 효소를 보충할 수는 결코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혹여 ‘효소’ 식품들에 진짜 효소가 있다고 해도 소화에 도움을 주는 일부 효소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효소’ 식품들의 광고는 과학적 근거 없는 과장광고이자, 한 마디로 난센스”라고 나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이미지


이렇게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에, 먹는 ‘효소’ 식품들이 식약처가 관리하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의 대목입니다. 실제 식약처 담당자는 “2006년 이후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있는 기능성 원료를 재평가해서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성분이나 원료로 제조해야만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효소’ 식품들 가운데 이러한 기능성을 입증한 게 없어서, 현재 ‘효소’ 식품들은 그냥 ‘일반식품’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효소’ 식품을 개발한 교수들은 “효소가 모양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몸에 흡수된다는 증거들이 있다”, “소화효소를 먹으면 그만큼 우리 몸이 소화효소를 덜 만들게 된다. 그러면 다른 대사효소를 생성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서 여러 부위의 치유에 도움을 준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효소’ 식품이 국내에 본격화한 건 의외로 30년이 채 안된다고 합니다. 1980년대 한 일본인 의사가 효소 이론과 관련한 책을 써서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 팔리고, 이 책이 한국에도 소개되면서 ‘효소’ 식품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그러던 것이 한국 고유의 발효식품 전통과 자연식을 선호하는 최근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지난해부터 급격히 유행하게 됐다고 합니다. 취재팀이 인터뷰한 시민들 가운데서는 ‘효소’식품을 한국 전통식품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의외로 많았습니다.

이미지


저희 취재팀이 각종 ‘효소’ 식품들이 ‘몸에 좋다, 그렇지 않다’를 단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부딪친 가장 큰 난점은, ‘효소’ 식품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자료와 근거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현대 과학 전공자들은 ‘효소’ 식품들에 대해 일고의 연구 가치가 없다고 ‘폄하’하는 분들이 많았고, 업계 관련자들은 막연히 ‘효소가 좋다’고만 하지, ‘왜 좋은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취재팀이 내내 부여잡고 있었던 질문, 모든 사람에게 물었던 궁금증이, 바로 “‘효소’ 식품들에는 대체 어떤 효소들이 얼마만큼 들어있고, 그것들이 어떤 효능을 갖고 있는지”였습니다. 그러나 정답을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지


그래서 ‘효소’ 열풍 속에 정작 가장 필요한 건, ‘효소’ 식품에 대한 학계와 업계의 치밀한 연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효소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성분을 분석하고, 임상실험을 통해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공개한다면 ‘효소’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건강에 좋다고 하면 우르르 관심이 쏠리곤 하는 우리 사회의 건강 제품 소비 문화도, 구체적으로 뭐가 좋은지,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건강한 문화’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고요. <현장21> 방송을 계기로 ‘효소’ 식품의 ‘비밀’이 밝혀져 우리 국민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또 하나의 건강한 발효식품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