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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초조한 일본…아베의 선택은?

이종원 교수에게 듣는 '총리 아베 1백일'

[월드리포트] 초조한 일본…아베의 선택은?
'정치인 아베'와 '총리 아베'의 차이점은 뭘까요? 

일본의 아베 정권 출범 1백일을 맞아,  일본전문가인 이종원교수에게 '총리 아베'에 대해 물었습니다. 특히, 일본 우익의 수장인 아베 총리가 예상보다 유연한 '對韓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집중 인터뷰했습니다. 국제정치학자인 이종원 교수는 일본에서 30년 거주한 일본전문가로 도호쿠대 교수와 릿쿄대 부총장을 지낸 뒤 현재 와세다대 교수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1. 최근 한일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특히, 일본 우익들이 반한데모까지 계속 벌이고 있는데,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일본이 상처를 많이 받아서 과민반응중입니다. 국력이 떨어지고, 중국에 역전되고, 대지진 일어나고 자기 나름대로는 상처를 많이 받고 약해졌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나라, 강한나라'라고 생각한 게 백년 동안 이어졌는데, 10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옛날에 일본이 섬나라로 혼자 떨어져서 살던 때를 제외하면 일본이 강한 아시아와 직접 관계하는 게 지금이 처음입니다. 일본 역사상 첫 경험인 것입니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가 심리적 적응을 하는 게 쉬운 게 아닙니다. 이제 자기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니까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고 때로는 과민반응을 합니다. 일본에서 '혐한'이 나온 게 2002년 부터인데,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이슈가 됐던 때입니다. 감정적인 언설이 나온 것도, 한반도 때리기가 나온 것도 그 때부터입니다.

2. 아베총리의 최근 지지율이 높습니다.

- 현재까진 밸런스를 잘 취하고 있습니다. 내정에 중점을 두면서 현실적인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직전 민주당 정권의 부진에 따른 반작용으로 70% 지지율을 얻는 측면도 있고 , 안정적이고 강한 리더쉽을 국민들이 원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3. 아베총리의 외교정책, 특히 對韓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 아베라는 정치인이 거물 정치가로 부상한 건 기시 전 수상의 손자라는 배경도 있지만, 납치 문제이후 보수적인 주장을 강하게 해서 그렇습니다. 역사 문제와 천황제(일왕제)문제에 대해선 일본 정치인 가운데 이념적으로 가장 보수로 분류되는 정치인입니다. 동시에 기시 전 수상의 손자라는 의식도 있어 우파적 이념에다가 큰 정치가가 돼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이념적 보수라면 반쪽이 되니까 국가 전체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려면 외교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면이 있어야 하니까. 외교에선 밸런스를 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06년 처음 수상이 됐을 때 가장 먼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고이즈미 총리때 야스쿠니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상당히 안 좋았는데, 고이즈미보다 더 오른쪽에 있다고 평가받은 아베가 총리가 되자마자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 중국과의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일본 재계의 요청도 있었지만, 외교에 있어서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도 밸런스를 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우파적인 주장을 하다, 총리가 되고 나서는 특히 대한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총리 이전 주장을 톤다운 하면서 타협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예컨데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것도 민주당 정책 그대로 보류하고 있고,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행사도 정부차원 행사에서 약간 격하해서 정무관을 보냈습니다.

4. 배경이 뭘까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관계를 생각하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지역정세 속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하는 거죠. 또 하나는 미국도 중일이나 한일 긴장관계를 원치 않고, 특히 한일관계 회복을 상당히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외교적인 압력을 가한 걸로 전해지고 있는데 사실이라고 봅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일본의 역사적 수정주의, '고노담화'의 수정 움직임 같은 건 자신의 역사관이나 전략과도 충돌합니다. 일본의 이념적인 우경화는 미국도 상당히 견제하고 있는 데, 그런 것 때문에 아베총리도 극단적인 이념적 보수로 가기 어려운 구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5. 참의원 선거 이후엔 어떻게 될까요?

야스크니 참배 문제를 보면, 총리가 되기 전 직접 가겠다고 했는데, 총리가 된 다음에는 억제하고 있습니다. 야스크니 4월 춘제도 선물같은 것만 보내고 자신은 가지 않는 예전 총리시절의 패턴과 같은 방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7월 참의원 선거때까지는 안전운행을 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술적인 것인지, 아니면 참의원 선거이후에도 외교를 생각해서 자기 재임 중에 가지 않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습니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해서 정권기반이 막강해지면 자신감을 가지고 훨씬 더 우파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6. 마지막으로 아베 총리는 어떤 인물인가요?

단순한 인물은 아닙니다. 이념적으로는 일본 정치인 가운데 가장 보수적입니다. 그런데 큰 정치가가 되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을 합니다. 지지기반이 우파이기 때문에 전략적인 판단을 하기에 유리한 부분도 있습니다. 전략적 상황속에서 경제적, 외교적 양보를 해도 자신의 지지기반인 우파로부터 비교적 비판을 덜 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진 정치가입니다. 때로는 온건하고, 때로는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다면적인 얼굴을 가진 정치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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