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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이집트 코미디언은 왜 카타르를 찬양했나?

이집트 언론자유의 상징이 된 바삼 유세프

[월드리포트] 이집트 코미디언은 왜 카타르를 찬양했나?
언론을 향해 난무하는 폭력

지난 토요일, 비판언론의 입을 막기 위한 이집트 집권 세력의 시도가 시민혁명 이후 민주주의의 진전을 기대했던 시민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는 리포트를 방송했습니다. 이집트 언론들은 연일 무르시 정권의 반언론적 성향을 성토하고 있고, 대통령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집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 내의 낮은 서열로 인해 별로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무르시 대통령은 언론 자유를 철저히 보장할 것이라는 속 빈 강정, 고장난 녹음기 같은 소리를 또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거리에선 카메라와 펜, 아니 스마트폰을 든 기자들을 향해 사방에서 폭력이 날아들고 가장 뜨거운 취재의 현장에서 이집트의 내외신 기자들은 늘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경없는 기자회가 평가한 이집트의 언론자유는 150위권으로 한참 뒤쳐져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뒷걸음질친 우리나라는 한 50위권쯤 되더군요.

사실 이집트 내의 언론인이 맞닥뜨린 상황은 자초한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무바라크 정권 시절 초고액 연봉 등 온갖 특혜를 받아가며 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했던 부역 언론인들이 대다수였고, 당시 무바라크 정권에 의해 모진 탄압을 받았던 무슬림 형제단 등 이슬람세력의 입장에선 이런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언론관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무바라크 정권 때는 언론자유 운동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던 주류 언론들이 무르시 집권 이후 벌떼같이 일어서서 일관되게 이슬람 정권의 언론관과 민주주의관을 문제삼자 배후에 과거세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의심하는 이슬람주의자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시민혁명 이후 독립언론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국장 직선제 등 언론 민주화의 성과도 적지 않아서 주류 언론 조차 내부적으로 상당한 물갈이도 이뤄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부 민간 언론 외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십개 국영 TV 채널과 종교 방송 등은 고스란히 집권 이슬람 세력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혁명을 통한 민주주의 확산은 형식적으로는 집권세력의 교체와 언론의 물갈이를 이뤄냈지만, 이게 제도적으로 권력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이뤄내는 수준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저 독재에서 또 다른 독재로의 악순환으로 변질돼 가고 있는 셈입니다.

바삼 유세프, 거침없는 풍자로 권력 비판..이슬람주의자들의 눈엣가시

이런 혼탁한 언론 환경 속에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집트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로 거침없이 무르시 정권과 기득권층을 풍자하고 조롱해 온 바샴 유세프입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수백만 팔로워를 가진 엄청난 영향력의 소유자입니다. 이런 유세프가 달갑지 않았던 이슬람 세력은 그를 대통령과 종교 모독 등 수십가지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체포명령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셈인데,  얼마 전 한국에서 벌어진 개그맨 최효종씨 고소건을 비롯해 권력에 의한 비판언론인, 연예인 솎아내기는 이집트나 우리나 별반 다르지 않다 싶더군요.- 하지만 법원은 그에 대한 보석을 허가했고, 방송국 허가 취소를 위협해 온 정부 조치도 무효화했습니다. 자신은 그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을 뿐이라던 유세프는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 “이런 일에 위축당하면 결코 알 베르나메그 – 영어로 하면 THE SHOW-를 계속할 수 없다, 결국 움츠리지 않겠다”고 밝혔고, 곧바로 자신의 쇼에서 다시 무르시 정권을 통렬하게 풍자했습니다.

'카타르'를 찬양한 이집트인 유세프, 다시 권력을 조롱하다

유세프는 이번엔 1960년 대 나세르 집권 이후 폭발했던 아랍 민족주의와 함께 범아랍권에 유행했던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라는 노래를 개사해서 지휘하는 시늉을 했는 데, 이게 다시 SNS 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세프는 가사 중에 ‘조국’이라는 말 대신에 ‘카타르’를 집어넣고 무르시 집권 이후 이집트 최대의 채권국으로 자리잡은 카타르와 집권세력의 유착을 비꼬았습니다.
이집트 국민들 사이에선 무슬림 형제단의 돈줄 역할을 하며 이집트 경제의 위기를 기회삼아 지분을 늘려가고 있는 카타르의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데, 이를 정면으로 풍자한 것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무능한 무르시 정권이 이집트를 카타르에 팔아먹고 있다는 암시를 줄 수도 있는 내용이죠.

비록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집권세력의 눈엣가시 같은 유세프의 거침없는 풍자가 온갖 탄압과 압력을 물리치고 계속될 수 있을 지는 이집트 언론자유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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