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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창조경제가 모호해?"…속타는 대통령

정반장의 삼청동 브리핑

[취재파일] "창조경제가 모호해?"…속타는 대통령
최근 '창조경제'라는 말 자주 들어보셨는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국정 어젠다로 제시하면서 '경제민주화'와 함께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말입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부흥을 위한 첫번째 과제로 '창조경제'를 내세웠고, 새 정부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가장 첫번째 추진 전략으로 꼽힐 만큼 '창조경제'는 박 대통령의 중요한 국정철학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창조경제'를 놓고 "창조경제가 도대체 뭐냐?"는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일반인 뿐아니라 여권 내부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창조경제 개념의 '모호성'을 둘러싼 논란이 촉발된 것은 지난달 30일 열렸던 고위 당정청(*집권여당과 정부.청와대를 줄여서 이렇게 부릅니다.) 워크숍입니다. 당시 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발표자로 나서 창조경제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설명을 듣던 여당 의원들이 "창조경제가 도대체 뭐냐.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드니 알기쉽게 설명해봐라"면서 쓴소리를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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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 1일 열렸던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창조경제 개념 문제가 논란이 됐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 주무 부처인 만큼 여야 의원들이 최문기 장관 내정자에게 창조경제의 개념을 설명해보라고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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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기 내정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경제를 기술선도형으로 바꾸기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경제다." 그러자 "답변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최문기 내정자는 "기초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을 다른 산업과 융합시키는 게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하고 "범정부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는 했습니다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30일 열렸던 고위 당정청 워크숍과 1일 열린 최문기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창조경제 개념의 모호성을 둘러싼 논란이 촉발되면서 여권 내부에서 조차 "누구하나 속시원한 설명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의 경제공약을 입안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지난 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창조경제는 장기 비전으로, 멀리 떠있는 구름 같은 것으로 멀리서 보면 좀 애매한 요소가 있다. 그것이 결말을 내기까지 성공 여부를 포함해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길게 보고 여유있게 생각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을 과거에는 터치스크린으로 움직이다가 음성으로 지시하는 새 기술이 접목되면 스마트폰이 좀 더 새로은 제품이 되는 것"이라며 사례도 제시했지만, 역시 명쾌한 설명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중요하게 강조해온 '창조경제' 개념이 왜 이제와서 여권 내부에서조차 "모호하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요? 주무 부처 장관 후보자도, 청와대 수석도, 경제공약을 입안했던 경제전문가 조차도 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철학인 '창조경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이 창조경제의 개념을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스스로 충분히 체화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참모들조차 이러다보니 박 대통령은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급기야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설명하기위해 직접 나섰습니다. 어제(3일)열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개념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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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말을 요약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창의성을 우리 경제의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벤처와 창업이 활성화되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 창조경제 생태계를 잘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위해서는 융복합을 가로막고있는 규제 완화와 창의인력 양성, 연구개발투자 확대 등 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인수합병 시장과 엔젤투자를 활성화해야한다."

어떻습니까? 대통령이 말한 '창조경제'의 개념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설명을 읽고, 창조경제의 개념을 대략 이해했습니다. 아마도 집중해서 읽으신 분들이라면 저와 비슷하게 개념 자체에 대한 대략적 이해는 됐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제 개인적으로는 창조경제가 뭐라는 것을 쉽게 보여주고 설명해줄 수 있는 구체적 사례들이 제시되지 않았거나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창조경제란 이런거야"하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 3-4가지만 나오더라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텐데, 그런게 없다보니 자꾸 공허한 개념 논쟁만 벌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하나, "창조경제가 뭐다"라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게 하려면 "창조경제는 뭐뭐고, 뭐뭐뭐다"라는 식으로 짧은 한 두문장으로 명쾌하게 정리가 돼야하는데 그게 안되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 개념에 대해 말한 부분만 보더라도 창조경제가 뭐란 것을 설명하는데 2-3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정도 길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나서야 사람들로 하여금 "아, 창조경제가 이런거구나"하고 이해시키기에는 근본적으로 개념 설명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창조경제를 어떻게 최대한 짧은 문장으로 쉽게 이해시키느냐는 대통령 참모들에게 남은 힘든 숙제가 될 것입니다.

취재를 해보니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해서 다음달 중에 '창조경제 비전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금쯤 미래창조과학부 담당 부서와 청와대 관련 수석 비서관실에서 창조경제 개념을 어떻게 정리하고, 이를 어떻게 정부 사업으로 구체화할지 머리를 싸메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창조경제 모호성' 논란을 바라보시면서, "선거 때랑은 뭐하고 이제와서 난리야"하는 의문을 갖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준비 부족'이었을 수도 있고, 말 그대로 '공허한 개념 논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창조경제 개념'을 둘러싼 논란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오랜기간 지속될 경우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깎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창조경제 개념 논란이 지속될 경우 정부와 청와대에서 창조경제 비전 선포식 같은 행사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시기가 언제가 됐든 '어떤 내용'들이 담길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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