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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5·16을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하는 장관들

장관들의 인사청문회 5·16 답변<br>군인 출신 남재준의 소신 있는 답변

[취재파일] 5·16을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하는 장관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일할 주요 부처 장관들과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세청장, 그리고 정부조직법 개정이 확정되지 않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정도네요.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정자들의 지나온 삶의 궤적을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답변 내용 중에 공통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5.16에 대한 인식 문제였습니다. 주로 야당 의원들이 이 질문을 던졌는데, 내정자들은 이상하게도 같은 답변을 했습니다.

먼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발언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지난 2월 27일 인사청문회장에서의 답변입니다.

“역사적 사건 부분에 대해서 국무위원으로서 행안부(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현 정부 직제래도 말한 겁니다.)장관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모두 밝히는 것이 때에 따라서 직무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5.16등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고 한 것입니다. 저도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 피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유정복 장관은 5.16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서남수 교육부장관입니다. 2월 28일 인사청문회장입니다.

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서 장관은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을 존중한다고 답변 드렸습니다. 가능한 제가 답변하지 않을 수 있도록 양해해 주시면 지난 몇 년 동안 교육분야에서 정치적 견해에 따라 굉장히 많은 갈등이 있었고요. 제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물론 저도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편을 가르는 문제가 되서 답변을 못드리겠다고 한 게 아니라 양해를 구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제가 교과서 집필 기준 이런 것은 존중합니다. (5.16이나 자유민주주의 논란 등에 관한 교과서 기술에 관해 장관 직권으로 개입하겠느냐?) “좀 더 공부하겠습니다.”

같은 날 청문회장에 선 황교안 법무장관의 발언을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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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후보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5.16에 대한 의견 밝히는 게 적절한가 하는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은 제가 잘 압니다.”

이렇게 황교안 장관이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자,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자료 제출에 관해 설명하면서 대신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5.16에 대한 견해에 대해 대부분 초중고 교과서에서는 군사정변이라고 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용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후보자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후보자의 입으로는 말 못하고 법사위원장한테만 살짝 얘기한 셈이 됐습니다.

이번에는 3월 4일 청문회장에 나타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입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5.16 부분은 제가 역사적 관점에서 평가를 결정할 정도의 공부가 돼있지 않습니다.”

3월 6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요한 의원들의 질문을 고집스럽게 피해갔습니다.

“(서면답변을 통해 의견을 나타내는 게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국무위원으로서 견해는 뭡니까?) 굉장히 역사 인식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일일이 답변드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과서에는 의원님 말씀대로 표현돼 있는데요, 그런 표현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교과서 표현은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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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5.16에 대한 공과는 여러 평가가 있다고 보지만 교과서라든지 여기에 기술된 내용을 보면 정치발전을 지연한 측면이 있다 그렇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쿠데타였나?) 교과서 나온 대로 그 것이 교과서같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12.12는 군사반란이라고 하면서 왜 5.16에 대해서는 답변 피하나?)
그 현상 자체는 아까 말씀드린대로 정치발전 지연시킨. 그것이 우리 경제사회 어떤 영향 미쳤는지.

장관들 뿐이 아닙니다. 박근혜 선대위와 인수위에서 일했던 분들 역시 장관들의 답변과 비슷한 발언들을 했습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되던 날 기자들과 주고받은 말 중에 5.16에 관한 부분입니다.

“5.16에 대한 평가는 지금 50년이 지나 어느 정도 학계나 실무자들에 의해 정치가들에 의해 좋든 나쁘든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 이상 옳고 그름에 대해 더 이상 말할 게 없습니다.”

대선 기간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의 지난해 10월 24일 발언입니다.

“저도 어릴 때 얘기고 태어나기 전 일인데 과거사로 얘기하면 야당 의원도 면제가 안됩니다. 4-50년 전 일에 대해서 물고 싸우면서 야당이 자기 일에 대해서는 왜 잠잠한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 주변 분들이 모두 이렇게 명확한 답변을 피하지는 않았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달 20일 인사청문회에서 “5.16은 교과서에 군사정변으로 기술돼 있고 저도 찬성합니다. 유신 헌법도 헌법가치를 파손시킨 반민주적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라면서 명확하게 5.16은 군사정변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도에 낙마하기는 했지만,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내정자는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거기에 대해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네요. 다만 학자들이 평가하는데 동의합니다. 5.16은 쿠데타라고 배운 것 같습니다. 그게 바뀔 수 있겠습니까?” 라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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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은 쿠데타라는 답변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의 답변입니다. 5.16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남내정자는 “제가 국정원장 후보자가 아니라 개인 의견으로 답변해도 되겠습니까?(네) 쿠데타입니다. 그런데 당시의 잘 살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을 결집해 산업화를 달성해서 풍요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를 나오고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정통 군인이 육사 선배가 주도했던 5.16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변한 것이죠. 남 내정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헌법 제 5조 2항에 군인은 정치적 중립을 준수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국가의 모든 기관이 국군으로 하여금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희들도 목숨을 걸고 중립을 지킬 테니 정치적 중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 하는 의미에서 말한 것입니다.”

남 내정자는 또 12.12는 소수의 정치군인들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정권을 잡기 위해 일으킨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네, 동의합니다.” 라고 분명하게 대답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을 혁명이라고 했지만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5.16은 군사정변, 즉 쿠데타로 교과서에 그 평가가 바뀌어서 기재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일할 장관들중 상당수가 5.16에 대한 평가를 명확하게 답변하기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문무라는 두 영역이 있다고 할 때 문의 영역에서 이력을 쌓아온 장관들이 더 그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조차 5.16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규정해 오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5.16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평가를 바꿨는데 말이죠.

*이 글을 쓰면서 유투브 동영상을 검색해 봤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 4.19 의거는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일어난 혁명인데 그런 의미에서 5.16 혁명도 4.19의 뜻을 계승하고 있다 이렇게 보고요.”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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