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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겹살, 과연 비싸야하는가?

[취재파일] 오겹살, 과연 비싸야하는가?
지난 3월 3일, 3이 두번 겹치는 날이라 '삼겹살 데이'라고 하죠. 이날 삼겹살과 오겹살 가격에 관한 기사를 썼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일반 시중 고깃집에서 1인분당 가격의 경우 보통 오겹살이 삼겹살보다 천원 내지 2천원 정도 비싼데, 알고보면 kg당 도매가는 삼겹살이 오히려 오겹살보다 천원 정도 비싸다는 내용입니다. 오겹살의 껍질과 지방층을 벗겨야 삼겹살이 되기 때문에 삼겹살 가격엔 그만큼 박피 비용이 들어간다는 거죠.

보도가 나가자 많은 분들이 '이상한 가격 역전 구조'에 대해 공감을 표시해주셨는데, 아직 납득하지 못하신 분들 역시 꽤 있어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 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도매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가게세와 인건비 등 기타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원가로만 판단할 수 없다"라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기사의 요지는 원가에 비해 오겹살 가격이 비싸다는 내용이 아니라 삼겹살과 오겹살 가격의 비교입니다. 가게세와 인건비 등 기타 요소는 삼겹살값이나 오겹살 값이나 똑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변수가 전혀 안됩니다. 같은 고깃집에서 파는 삼겹살과 오겹살이라면 결국 사오는 도매가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두번째로 "진짜 오겹살은 다른 부분이다. 껍질 붙은 삼겹살이 아니라 갈비 등이 붙은 더 고급 부위다"라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30년 넘게 돼지를 키우고 도축하고 가공하고 유통해온 전문가와 마장동의 돼지가공업자, 도매상들에게 묻고 내린 결론입니다. 오겹살은 그냥 껍데기 붙은 삼겹살입니다. 오겹살 껍데기를 벗겨내면 삼겹살이 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오겹살은 제주도 흑돼지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비쌀 수 밖에 없다"는 분들입니다. 제주도 흑돼지 오겹살이 우수하고 그만큼 제 가격을 받아야한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모든 오겹살이 제주도 흑돼지인 건 아닙니다. 이 부분을 말씀드리기 전에 오겹살의 유래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30여년전에는 서울 시내 도축장 3곳을 포함해 대부분 도축장에서 돼지 껍질을 벗기는 박피 형태로 도축했습니다. 박피의 반대말로 껍질을 안벗긴 걸 탕박이라고 하는데, 당시엔 이 탕박 상태의 고기 자체가 잘 안나오다보니 오겹살이 귀했던 거죠.

반면 제주도만은 껍질을 그대로 놔둔채 도축했습니다.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탕박 상태로 고기를 요리해 먹었고, 이게 껍질 안 벗긴 오겹살의 유래가 됐습니다. 종도 흑돼지인데다가 껍질도 붙어있으니 제주도 돼지고기는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 고기와 차별화 됐습니다. '제주도 흑돼지 오겹살'로 특화돼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거죠.

그럼 요즘은 어떨까요?

요즘은 제주 이외 다른 지역도 껍질을 벗기지 않는 탕박 상태로 도축합니다. 즉, 오겹살이 귀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고기를 가공할 때 살찐 돼지는 껍질을 안벗겨 오겹살용으로, 덜 살찐 돼지는 껍질을 벗겨 삼겹살용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고깃집들의 오겹살은 제주도 흑돼지니까 비쌀 수 밖에 없다?

아닙니다. 제주도 흑돼지가 유명하고 널리 보급돼 있긴 하지만, 모든 음식점의 오겹살이 제주도 흑돼지는 아닙니다. 업계에 따르면 그냥 일반 돼지 오겹살이 훨씬 많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같은 제주도 흑돼지를 비교해도 도매가, 즉 원가는 오겹살이 삼겹살보다 쌉니다. 제주 흑돼지 오겹살이 제주 흑돼지 삼겹살보다 싸다는 말씀입니다. 껍질 벗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오겹살과 삼겹살 가격에 대한 논쟁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려합니다. 비교를 하려면 같은 품종, 같은 등급의 고기를 비교해야합니다. 같은 품종, 같은 등급 고기라면 거의 100이면 100, 오겹살이 삼겹살보다 원가가 싸다는 게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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