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배송 중 사라진 택배…원인은?

[취재파일] 배송 중 사라진 택배…원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설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각종 피해가 예상된다며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솔직히 좀 생소한 개념이죠. 날씨 경보나 주의보가 아닌 소비자피해주의보라는 말이요.

알아보니 크게 다른 건 없고, 설 기간 동안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불법, 편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소비자 불만 신고 등을 신속히 처리한다는 내용이더군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피해 유형으로는 제수용품 배달 지연, 택배 지연, 파손된 물품 배달, 온라인 쇼핑 사기 등이 있었습니다. 너무 유형이 많고 제대로 섭외도 안 돼서 가장 공감이 가는 택배 지연 피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어렵게 만난 택배 지연 피해자는 서울 금호동에 사는 30대 주부였습니다. 1월 2일에 동생이 전남 여수에서 설 선물로 사골을 보냈는데, 20일 넘게 받지 못한 분이었죠. 택배회사 홈페이지 배송현황을 확인해보니 물건이 집 근처인 성동 집하장까지 왔다가 배송이 안되고, 오히려 더 먼 하남집하장으로 돌아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집하장을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인터넷 포털에서 성동 집하장을 검색해보니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주부 말고도 성동 집하장 단계에서 물건이 멈춰버린 비슷한 피해자들이 무수히 많았던 겁니다. "성동 집하장 배송에 문제있냐", "성동 집하장이 실제 있는 곳이긴 하냐", "마(魔)의 성동 집하장 트랩" 등등 인터넷에는 성동집하장에 대한 항의글이 빗발치고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인터넷 불만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 루트를 따라가보면 무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각 성동 집하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컨테이너 사무실에 있는 현장 관계자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미지
집하장은 택배회사의 대리점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성동집하장의 전 영업소장이 이달초 그만 잠적해버린 겁니다. 영업소장이 잠적하자 직원들도 다 뿔뿔이 흩어졌고, 이곳으로 온 택배 물건들은 그냥 방치돼 버렸습니다. 택배회사 본사에서 방치된 물건들을 하남 집하장 등 주변으로 보냈지만, 돌고 돌던 물건들은 결국 사실상 미아가 돼버린 겁니다.

분명 택배회사 측의 대응이 무책임한 건 맞는데, 잠적한 영업소장에게도 나름 사정이 있었습니다. 택배 1건 비용이 2천원 정도 되는데, 영업소와 기사에게 돌아가는 건 770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다보니 택배 기사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하루종일 일하고도 벌이가 시원찮아 그만두게 되고, 영업소는 영업소대로 적자에 허덕이게 되는 겁니다.

특히 설이나 추석 때처럼 명절 때만 되면 택배물량이 엄청나게 늘어 자체 택배기사로는 다 소화가 안되기 때문에 외부인력을 쓰게 되는데요. 이들을 쓰는데 또 건당 천몇백원씩 들다보니, 배송물량이 늘면 늘수록 적자 폭은 커지게 되는 겁니다.

영업소장은 그 적자를 감당못해 잠적해버린 건데, 소문에는 2,3개월만에 적자로 1억 원 이상 빚을 졌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택배기사의 경우 지난 1년간 성동 집하장에서만 50명 넘게 그만뒀다고 합니다. 턱없이 낮은 인건비에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감당못한 거죠.

이쯤되면 택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택배가 늦게 오는 게 명절이라 택배 물량이 늘었기 때문만은 아닌 셈입니다.

소비자 피해 관점에서 시작한 취재였는데, 결론은 "알고보니 그들(택배기사)이 더 힘들더라"로 나버렸습니다. 영 개운치 않고 씁쓸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