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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0살 된 뽀로로, 인기 비결은?

[취재파일] 10살 된 뽀로로, 인기 비결은?
다음 주에 뽀로로 영화가 개봉한다며, 후배 기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뽀로로가 갑입니다"

네, 진짜 갑이었습니다. 뽀로로 영화 시사회에 앞서, 뽀로로 탄생 10주년 생일 파티에 참석한 아이들은 내내 소리를 지르고, 웃고...제가 아이를 돌보는 부모였다면, 이렇게 행복한 아이 얼굴에 덩달아 즐거웠을 것 같습니다. 부모와 자녀를 모두 사로잡은 뽀로로, 인기의 비결이 뭘까요?

뽀로로는 2003년 TV 애니메이션에 방영되면서 아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시청률 50%, 지금까지 120여개국에 애니메이션을 수출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내기도 했습니다. 뽀로로가 뭐길래,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뽀로로에 나오는 캐릭터는 머리와 불룩 나온 배, 2등신 체형입니다. 동그란 얼굴에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비행 조종사라는 직업까지, 아이들이 닮고 싶은 캐릭터라기 보다는 아이들을 닮은 캐릭터라는 점에서 공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어렸을 때 디즈니 캐릭터들을 좋아했는데, 인어공주나 백설공주 같이 8등신 서구형 미녀들만 보면서 자랐던거죠. 어렸을 땐 뭔가 나와 동떨어진, 멀리있는 존재에 대한 동경이 많았는데, '나와 닮은' 무언가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뽀로로는 이런 캐릭터의 특징으로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란 틈새 시장을 공략해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스토리도 한몫 합니다. 매번 실수를 연발하는 다른 캐릭터들 역시 아이들과 너무도 닮아있는데, 이 캐릭터들은 어찌됐건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냅니다. 아이들에게 '뭔가 해야 한다'고 가르치기 보다 편안한 스토리 텔링이라는 점에서 부모들도 안심하고 TV를 틀어놓게 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대박'난 뽀로로, 하지만 시즌이 끝나도 아이들은 여전히 뽀로로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1년 내내 뽀로로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뽀로로 모양으로 된 놀이 시설과 인형극이 열리는 뽀로로 테마파크에는 하루 평균 천명 이상이 다녀간다고 합니다. 울던 아이들도 뽀로로 인형만 보면 졸졸 쫓아다니고 노래에 맞춰 웃고 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엄마들도 이 테마파크게 들어서면, 적어도 나가기 전까진 덩달아 마음이 편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뽀로로 뮤지컬, 체험전, 연극까지 연말 연시나 어린이날에 맞춰 기획된 공연에도 아이들의 발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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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연 외에도 뽀로로는 유아용 식기와 가방, 지갑 같은 물품에도 있습니다. 뽀로로 제작사가 라이선스를 주는 형태로 전국 150개 회사에 뽀로로 캐릭터를 준 겁니다. 이런 형태로 된 제품은 2만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전략이 있습니다. 뽀로로 제작사는 아무에게나 라이선스를 주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패스트 푸드 같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유해하다 싶으면 캐릭터 이미지 관리를 이유로 라이선스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수익이 없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라는데, 이게 해외 시장에서 먹힌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산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성장했다니, 좀 놀랐습니다. 한류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기대도 됩니다. 2000년대 나온 뿌까에서부터 최근 뽀로로를 바짝 뒤쫓고 있는 로보카폴리까지, 그동안 국산 캐릭터들의 약진도 큰 힘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성공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제작사는 영세하고, 투자 시장은 좁고, 정부 지원도 늘 부족한게 현실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이 인기가 있다 해도 지속적인 재투자가 없으면 아예 캐릭터 자체를 재정비해야 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해외 라이선스 시장을 넓혀야 하는데, 외국에서 요구하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아 아예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뽀로로는 또다시 영화로 재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는 국내 영화관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동시 개봉하는데, 무려 6천여개 스크린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이 역시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중국에서의 성공이 북미나 유럽 시장으로 지표가 될테니, 앞으로 뽀로로가 할 일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2, 제3의 뽀로로를 만들 수 있도록, 후배 캐릭터를 이끌어 주는 것도 10살이 된 뽀로로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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