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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제는 방사선을 나도 모르게 맞는다는 거야!"

[취재파일] "문제는 방사선을 나도 모르게 맞는다는 거야!"
많은 시청자, 누리꾼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다혈론이 있었고 회의론도 존재했고, 음모론마저 제기됐습니다. 피드백이 이렇게 활발하니 사안을 취재한 기자로서 입을 다물고만 있을 수는 없어 몇 글자 적어 봅니다.

<승객들 무작위 방사선 노출, 인천공항 알고도 ‘뒷짐’> 기사는 인천공항을 찾는 하루 평균 15만 명에 이르는 국내외 승객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거죠. 뉴스 내용의 핵심은 ‘나도 모르게 방사선을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기사에 상당 부분 공감하는 분들을 여기서 저는 다혈론자로 지칭하겠습니다. “인천공항을 자주 이용하는데 나도 한 번쯤은 맞았겠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임신 4개월 상태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한 적이 있다는 어느 시청자는 “공항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싶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셨습니다. 다혈론자들은 제가 이 제보를 처음 접했을 때 보였던 것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네, 그렇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고 내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방사선을 맞는다, 그건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 아닐까요? 방사선 양이 인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죠. 그건 인권의 문제이고 건강권에 관한 문제입니다. 인천공항은 이용객들의 인권을 무시했고, 건강권을 빼앗았습니다. ‘방사선 수치가 별로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정도로 면피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회의론자들은 인천공항 측과 비슷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방사선 수치를 보니까 흉부 엑스레이 찍을 때보다 훨씬 낮은데 무슨 호들갑인지”, “지속적으로 노출이 돼야 위험한 거지 한 번 맞는다고 죽는 것은 아닌데 기자가 너무 초친(과장한) 거 아닌가” 등등 결과론을 우선시했습니다. 일리는 있습니다. 그런데 회의론자들이 놓친 게 있습니다. 병원의 엑스레이 검사는 본인이 동의한 뒤에 방사선을 쐬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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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방사선을 맞는 것과 '모르고' 맞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방사선 수치가 낮아 별로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 역시 스스로의 인권과 건강권을 포기한 주장 같아 씁쓸합니다. 인천공항 측에서 사용 중인 휴대용 엑스레이는 방사선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종이박스의 경우 쉽게 투시가 되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양의 방사선을 쏩니다. 그러나 007가방이나 금속성 물체의 경우 내용물을 잘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강도를 높여야 하지요. 그런데도 이용객들이 지나가든 말든 전방 24m까지 방사선을 방출하는 휴대용 엑스레이를 사람 코앞에서 쏘는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게 다 인천공항을 민영화 시키려는 데 언론을 끌어들인 것” “그래서, 인천공항 민영화 하자고?” 등등의 의견은 음모론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하신 분들은 아마 <인천공항의 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더는 공사로 놔둘 수 없다→민간에 매각하는 게 살길이다> 이런 논리 구조를 언론이 펴고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제 직을 걸고, 아니 제 목숨을 걸고 ‘말도 안 되는 음모’라고 단언합니다. 역시 의도하진 않았지만 외려 이번 기사는 인천공항 민영화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고요? 인천공항이 외주로 맡긴 보안업체가 저지른 사고이기 때문입니다. ‘승객 안전’이라는 절대 가치를 민간에 맡기고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을 때 어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사를 시작으로 인천공항과 민간 업체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승객들이 이렇게 피해를 봤는지, 또 우리 주변에서 나도 모르게 방사선을 맞는 사례는 더 없는지 등을 계속 취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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