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대기업, 용역 불러 민원실로…집회 '싹쓸이'

<앵커>

집회 신고서를 제출하는 경찰서 민원실 앞에 밤새 이렇게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알고 보니, 집회를 하려는 게 아니라 집회를 막기 위해서 줄을 서 있던 겁니다. 대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집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 용역 직원들을 고용해 있지도 않은 집회를 신고한 겁니다.

김수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경찰서 민원실 앞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진 줄 서기.

모두 집회 신고서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대기업 집회 용역직원 : 내용도 뜻도 모르고 여기서 24시간 서 있으면 수당을 받아요.]

이들은 모두 대기업들이 본사 앞에서 집회가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고용한 용역들입니다.

이 같은 진풍경이 벌어지는 건 같은 장소에서 서로 집회를 하려고 할 때, 경찰이 먼저 신고서를 낸 쪽에 우선권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집회 당일이 돼도 대기업 앞은 조용합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912일간 SK는 모두 902일치 신고를 했지만, 실제 집회는 단 한 번도 열지 않았고, 삼성은 886일치를 신고했지만 실제 집회는 단 한 번, 현대자동차는 878일치를 신고했지만 세 번 만 열었습니다.

[박주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돈을 들여 사인이 막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마구잡이식 집회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돈으로 상품을 싹쓸이하듯 집회 권리를 원천봉쇄하는 해결방식이 합리화될 순 없어 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